어린시절, 정통 추리물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로서는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비정한 성격와 폭력도 서슴치 않는 주인공들이 주류인 하드보일드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웠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취향도 변하는 것인지, 이젠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사소한 정에 얽메이지 않고 묵묵히 사건을 처리하는 이러한 비정파 주인공들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하드보일드. 직역하면 '완숙된 계란'이란 뜻이지만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명탐정 셜록 홈즈 식의 추리능력이 뛰어난 탐정들이 등장했던 정통 추리소설의 계보와는 달리, 시니컬한 성격의 염세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인공을 내세웠던 하드보일드 계열의 추리소설은 더쉴 해미트의 [말타의 매] 가운데 등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