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블록버스터의 관문을 통과할 또한편의 작품이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미국의 역사속에 숨겨진 각종 퍼즐과 단서를 추적해 선조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낸다는 이 도심속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는 전편이 보여준 허술한 구성과 진부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성공한 덕택에 속편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고작 20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인들의 역사적 콤플렉스를 드러낸 작품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역사가 멋있고 그럴듯하게 포장되는 모습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나 보다. 전편보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된 속편은 과연 전편을 뛰어넘는 것이었는지? 그 실체를 알아보도록 하자.
1.막강한 캐스팅 |
전편의 니콜라스 케이지, 다이앤 크루거, 숀 빈, 하비 케이틀, 존 보이트 등 쟁쟁한 배우들로 이루어진 캐스팅에 더해 이번엔 헬렌 미렌과 에드 해리스까지 가세해 흥행성과 연기력을 두루같은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캐스팅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헬렌 미렌은 이번이 첫 번째 블록버스터 출연작이라는 흥미로운 기록을 남겼고, 에드 해리스는 [더 록]에 이어 니콜라스 케이지와는 두 번째로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셈이다. 또한 에드 해리스는 [카핑 베토벤]에서 다이앤 크루거와 연기 앙상블을 펼친 바 있다. 브루스 그린우드는 [D-13]의 J.F. 케네디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미합중국 대통령의 역할을 맡은것도 흥미롭다.
ⓒ Disney Enterprise Inc./ Jerry Bruckheimer Inc.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이들의 연기력은 어떨까? 비록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이 블록버스터 오락물의 틀에 갖혀있긴해도 출연 배우들은 모두 아카데미가 인정한 배우들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존 보이트는 [귀향]으로 각각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고, 헬렌 미렌은 [더 퀸]으로 여우 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비 케이틀이나 애드 해리스는 비록 아카데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여러번의 노미네이트와 더불어 골든 글로브 등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한 연기 경력을 지닌 배테랑들이다.
이렇게 연기력에 있어선 타의 추종하는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아쉽게도 이 재능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하나같이 무미건조하고 대충넘어가는 듯한 무성의함이 느껴진다. '돈 받았으니 연기해줄께'라는 느낌이랄까. 개개인을 놓고보면 출중한 연기를 보이는 이들도 막상 한데 모아놓고 보니 그만그만한 연기에 묻혀 버린 평범한 배우들이 되고 말았다. 배우들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면이다.
2.경직된 유머 |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코믹 액션을 표방하는 일종의 '오락영화'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으면서, 때론 정신없는 액션으로 관객들을 몰아붙이는가 하면 간간히 섞인 유머로 관객들을 웃겨주는 그런 패턴의 어드벤쳐 영화다. 이러한 스타일로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이 서두에서 언급한 [인디아나 존스]다. 제법 강도높은 액션씬이 포함된 이 모험가의 이야기는 스필버그 감독의 유머감각에 주인공 해리슨 포드의 적절한 코믹연기가 뒤섞여 극의 잔인함과 긴장감을 적절히 완화시켜준 웰메이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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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를 벤치마킹한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그 점에 있어서 실패했다. 유머의 사용이 꽤 여러곳에 사용되었는데도 관객들을 웃기지 못한다면 이는 제작자나 연기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와하하~"하고 관객들이 확 웃어주는 장면이 단 한컷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이 가진 웃음의 코드가 방향을 잘못잡고 있다는 심각한 방증인 것이다. 그저 좀 웃겼다 싶으면, "피식~"웃는게 고작이랄까. 의외로 코믹 캐릭터를 맡은 저스틴 바사가 그나마 웃음을 주기위해 고전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단순화된 퍼즐 |
1편의 장점이라면 그나마 약간의 설득력이 주어진 미국 역사의 퍼즐 끼워맞추기가 되겠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한 퍼즐 맞추기가 관건이긴 한데, 사실상 1편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미국의 역사유물 중)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는 바람에 2편에서 써먹을 재료가 거의 남질 않았다. 1편의 복잡했던 퍼즐은 단순화되었으며, 그나마 주어진 단서들도 엄청나게 쉽게 풀리고 만다. 무엇보다 2편이 어설프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 주변에 존재하는 무적의 '지원부대'다. 마누라(다이앤 크루거 분)는 의회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이 왕래하며, 심지어 남편과 별거중인 동안 사귄 애인을 통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도 손쉽게 출입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동료인 라일리(저스틴 바사 분)는 영국 왕실 도서관을 비롯해, 경찰청 컴퓨터 해킹도 지 맘대로 할 수 있는 천재고, 엄마(헬렌 미렌 분)는 그 어렵다던 고대문자를 알파벳 읽듯이 쉽게 읽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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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브루스 그린우드 분)이란 작자는 자신을 납치한 황당한 보물 사냥꾼에게 기꺼이 미국 대통령의 극비문서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가 하면, 지나가던 프랑스 경찰들은 생점 처음보는 미국 관광객들에게 기꺼이 그들이 얻은 단서를 영어로 번역해 주기까지 한다. 이토록 기막힐 정도로 일이 술술 풀리는 과정들 덕분에 이같은 영화가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미덕인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다. 3편을 위한 떡밥을 던지긴해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3편에선 주인공들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풀기 보단 고생도 적당히 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4.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악당 |
이 점은 아마도 가족영화를 선호하는 제작사 디즈니의 철칙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1편의 리뷰에서도 지적했듯이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의 악당은 주인공에게 있어 별로 위협적인 존재가 못된다. 1편의 숀 빈도 그러했고, 기대해 마지 않던 에드 해리스 역시 악당은 악당인데, 별로 악당스럽지가 않다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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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긴 보물에 눈이 먼 사람들이 아니라 단지 '가문의 영광'을 위해 모험을 시작한 사람들이니 첨부터 죽자살자 달려드는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아마도 [더 록]에서의 에드 해리스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대실망하게 될 것이다.
5.그 밖에... |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전편의 후광을 업고 제작된 억지스런 속편이다. 사실 '전편만한 속편없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번 작품은 전형적인 '못만든 속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스케일과 캐스팅은 살찌운반면, 내용과 플롯은 더 허술해진 빛좋은 개살구가 되었다는 얘기다. 퍼즐을 짜맞추기 위해 자국 대통령의 암살을 무슨 전설마냥 포장한 미국인들의 역사 콤플렉스는 더 심각해 졌으며, 이를 위해 현재의 미국인들이 철저히 탄압한 인디언의 유산마저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억지스러움이 보는 내내 게운치만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도 이제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정도로 노쇠한 모습이 역력하며 이제는 이런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애초에 그의 활동무대였던 작품성 위주의 영화들에서 그의 재능을 되살리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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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포스트 인디아나 존스가 되기엔 미숙함이 많은 영화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시라. 이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오리지널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내년 5월에 시리즈의 4편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팬들을 열광시킬 또하나의 빅 뉴스니까 말이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작품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isney Enterprise Inc./ Jerry Bruckheimer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2007/07/24 - 내셔널 트레져 -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는 툼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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