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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Review 1702

원샷 토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 나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소서

워낙 원작에서의 명장면을 잘 재연해 낸 작품이지만, 나는 오히려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극장판의 한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다. 시합에서 패배한 직후 락커로 이동하는 산왕팀의 모습이 비춰지다가 마침내 정우성이 힘없이 벽에 기대어 주저 않는다. 그리곤 잠시 과거를 떠올리는데, 최고의 고교생 플레이어가 된 자신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고 느꼈을 때, 신사에서 "나에게 아직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필요한 경험을 달라"고 기원했던 그 기억을 소환한다. 정우성이 그 때 진정으로 원했던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겸손에서 우러난 말이었을까. 아니면 오만함에서 나온 말이었을까.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은 "패배"라는 가장 뼈아픈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교 최고의 에이스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원샷 토크 2024.03.22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이상하게도 나는 그동안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자각은 크게 하지 않고 살았다. (동안이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그런가??) 그래서 딱히 결혼도 서두르지 않았고(그래서 와이프한테 지금까지 갈굼을 당하지만), 직장인이면서도 남들처럼 치열하게 연봉 1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아둥바둥 살지는 않았다. 때 되면 기회는 주어질 것이고, 너무 안달하지 않아도 시간은 내 편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막 성격이 느긋하거나 한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조급한 성격에 가까워서 뭔가 결과물이 빨리 도출되는 걸 훨~~씬 선호하는 타입이긴 하다. 블로그를 개설한지 단시간 안에 순위권 영화 블로거가 될 수 있었던 (과거형!!)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나는 지금 이 나이, 이 시기가 아니면 ..

더 퍼스트 슬램덩크 - 한 시대를 상징했던 아이콘의 귀환

1990년대를 강타한 스포츠라면 단연 농구일 겁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농구라는 운동을 접하게 되었는데, 남들과 비교하면 꽤 늦은 시기에 시작한 운동이었죠. 그 전까지는 아예 농구라는 종목에 관심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제가 뒤늦게나마 농구를 시작한 이유는 농구라는 스포츠가 그 시대의 트렌드이자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1991~1993년까지 시카고불스를 NBA 정상에 올려놓은 마이클 조던은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장동건, 손지창 주연의 [마지막 승부]는 심은하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굴한 드라마 이상으로 한국의 농구 붐에 크게 일조한 작품이었고, 기아 vs.연세대의 불꽃튀는 승부로 큰 인상을 남겼던 1994-95 농구대잔치 역시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했지요. 그러나 그 중에서도 [슬..

[블루레이] 외계에서 온 우뢰매 얼티밋 에디션 박스셋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로보트 태권브이]를 거쳐 수많은 자기복제의 정체기를 지나 범작과 표절작들의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1980년대 중반 역동의 과도기를 맞이한다. 바로 실사합성 애니메이션인 [외계에서 온 우뢰매]가 등장한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합성하는 시도는 이미 우뢰매 등장 이전인 1985년에 [로보트왕 선샤크]에서 이루어진 바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사 파트와 애니메이션 파트를 완전히 분리시킨 터라 단순한 필름 짜깁기에 가까운 형태였고, 실사 화면에 애니메이션을 기술적으로 합성시킨 시도는 [외계에서 온 우뢰매]가 최초다. [똘이와 제타로보트]의 실패로 한계 상황까지 왔던 김청기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던 차에 일..

메일이 왜 안오나 했더니....

거의 방치된 상태이긴 하지만 지인이나 그 밖에 다른 외부에서 간혹 원고 요청이나 그런 문의가 admin@pennyway.net 으로 들어 오곤 하는데 최근 몇달간은 그런 메일이 끊기다시피해서 이젠 잊혀진 존재가 되었나 보다.... 했다. 근데 어떤 지인분이 메일이 안간다는 얘길 비밀댓글로 달아주기도 했고 나 자신도 네이버 메일로 admin 계정에 메일을 보내봤더니..... 계속 발송중으로만 뜨고 메일이 도착하질 않는다. 이상하네? 그... 지금까지 스팸 말고는 차단한 건 없으니 혹시라도 메일 보냈는데 답장이 없거나 반송이 되더라.. 하는 분들.. 오해 마시길 ㅠㅠ P.S: 해결한 것 같다. 1.구글의 워크스페이스가 유료화 전환되면서 다시 무료화...를 오락가락 하는 그 와중에 구글에서 뭔가를 건드려 놓은..

DVD-VCR 콤보 자가 수리기

필자는 집에 VCR 기기가 4대 있다. 뭐랄까... 이렇게 없는 집 살림에 많은 기기를 들여놓게 된 이유는 사실 [카우보이 비밥]의 에피소드 18화 '10년 후의 나에게'가 큰 영향을 주었는데, 해당 에피소드에서 베타맥스와 VHS의 규격차이를 모르는 주인공들이 재생기기를 찾아 개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렇게 구시대의 기기들을 구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겠다...는 뻘생각이 듦과 동시에 예비용 기기를 확보해두려는 욕심이 결합해서 그런 것이다. 여튼 그래서 집에는 LG의 구형 VHS전용 기기 한대와 슬슬 맛이 가려고 하는 소니 VHS전용 기기, 그리고 삼성에서 나온 DVD-VHS 콤보 2대가 있다. 요즘 주력으로 사용하는 녀석이 아래의 기기인데, 아마도 VHS에서 DVD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더빙의 맛 : 블루썬더 - 시대를 앞서간 헬기 액션 스릴러

더빙의 맛 No.4 어렸을 땐 로보트에 환장하고… 뭐 우리 어렸을 때야 [트랜스포머] 같은 실사영화가 나올리 만무했으니 상대적으로 비슷한 류의 “high-technology vehicle” 장르가 인기를 끌었죠. 가령 [출동! 에어울프] 라든가 [전격 Z작전]이라든가 아님 [검은 독수리] 같은 작품들은 항상 꼬꼬마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곤 했어요. 특히 [출동! 에어울프]는 특수 헬리콥터를 이용한 액션 활극이 대단한 관심을 끌었는데, 사실 이 장르의 작품으로는 또 다른 경쟁자(?)가 있었어요. [출동! 에어울프]가 안방 TV의 강자였다면 극장의 강자는 바로 [블루썬더] 였지요. 존 바담 감독의 1982년작 [블루썬더]는 전투형 헬기를 소재로 한 경찰영화로 TV 시리즈인 [출동! 에어울프]와는 다른 스케일에..

더빙의 맛 2023.05.18

더빙의 맛 : 백투더 퓨쳐 - 세 번이나 재더빙된 시간여행물

더빙의 맛 No.3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은 참 많습니다만 이 영화만큼 세계적인 히트를 한 작품도 없을 겁니다. 바로 1985년작 [백투더 퓨처] 입니다. 한국에서는 2년이 지난 1987년에서야 국내 최대규모의 극장인 대한극장에서 개봉하였지요. 개봉이 미뤄지게 된 건 다들 짐작하듯이 “그 설정”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불편하게 생각한 덕분이고 (그렇다고 2년 뒤에 개봉하면 뭐가 바뀌나…? 비윤리적인게 윤리적인게 되고 막...), 당시 흥행보증수표와도 같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팔아 마치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인 것마냥 홍보를 했더랬지요. 전 사실 그 당시에 이 작품보다도 같은 시기 개봉한 [록키 4]에 더 끌렸습니다만… 여튼 이 작품은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뒀으며 2편의 국내 개봉을 앞둔 1990년에 K..

더빙의 맛 2023.05.05

[謹弔] 한국 SF만화의 아이콘 고유성 화백, 영면 하시길...

뉴스 어디를 찾아 봐도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고유성 화백의 부고. 어느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야 뒤늦게 알게 된 소식. 빈소도 없이 홀연히 떠난 그는 한 때 한국 만화계의 SF장르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요즘 시대에서는 그저 표절작 정도로 취급받을테지만 그의 대표작 [로보트킹]은 [로보트 태권브이]에 버금가는 인기작이었다. 그뿐이랴. [번개기동대], [혹성로봇 델타], [기갑경찰 타이푼], [우주패트롤] 등 그의 SF에는 한결같은 해학과 나름의 센스가 곁들여져 있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일어난 세대교체의 흐름과 한국만화시장의 몰락으로 인해 그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여느 작가들처럼 어느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그럼에도 [로보트킹]의 작가로서 고유성의 이름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뇌리..

더빙의 맛 : 배트맨 (1989) - 초월 더빙의 레전드

더빙의 맛 No.2 요즘이야 워낙 다양한 버전의 [배트맨] 영화가 나와 있어서 입맛대로 자신만의 원픽을 고를 수 있겠지만, 1989년 당시만 해도 팀 버튼의 [배트맨]은 그야말로 히어로물로서는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명배우 잭 니콜슨의 조커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희극 배우로 알려진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브루스 웨인이라니.... 팬들은 상상도 못한 파격적인 캐스팅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극장 개봉을 하고 나서는 그 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어마무시한 저력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배트맨]의 놀라운 흥행 소식은 한국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는데요, 직배사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은 북미개봉 시기보다 다소 늦은 1990년의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되었고, 20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흥행..

더빙의 맛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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