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ㅇ

[에이리언 3]는 어떻게 표류했나 -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진짜 에이리언 3 이야기 (1부)

페니웨이™ 2025. 11. 25. 11:29
반응형

 

헐리우드에는 외계생명체를 소재로 한 상징적 장수 프렌차이즈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내놓은 [에이리언]으로 시작된 에이리언 시리즈와 1987년 존 맥티어넌 감독의 [프레데터]에서 이어지는 프레데터 시리즈입니다. 둘 다 인간의 능력을 한 없이 뛰어 넘은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이에 맞서는 인간의 사투를 담고 있죠.

 

비록 정규 넘버링을 부여받은 시리즈는 [에이리언] 4, [프레데터] 2편으로 끝이 났지만 이후 [에이리언]은 다시 [프로메테우스]로 부활해 그 기원을 찾아가는 프리퀄 시리즈로 연결되는가 하더니, 1편과 2편 사이의 내용을 다룬 [에이리언: 로물로스] TV시리즈인 [에이리언: 어스]까지 이어지는 등 제노모프 만큼이나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해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프레데터] 2편의 흥행실패로 인해 긴 침묵을 이어가다가 [프레데터즈] [더 프레데터] 같은 시시한 속편 아닌 속편들을 양산하다가 최근 들어 댄 트랙턴버그 감독의 [프레이]를 필두로 한 트래턴버그판 프레데터 시리즈가 탄력을 받으면서 재기에 성공했지요.

뭐 둘 다 워낙 인기 있는 프렌차이즈인데다,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공통점이 묶여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라는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기획 자체가 너무 아스트랄한 면이 있어서 결국 신통찮은 결과로 마무리되긴 했습니다만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프레데터: 죽음의 땅]이 호평을 받는 가운데 [프레데터]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이번 시간에는 [에이리언] 시리즈 중에서 (적어도 국내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시대를 초월해 걸작으로 칭송받는 [에이리언] 1,2편에 비해 3,4편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문제의 [에이리언 3]는 제작사에게나 감독에게나 관객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후속작으로 남게 됩니다. 그 이유야 많겠지만 적어도 관객입장에서 보면 전편에서 리플리가 그 개고생을 하며 구해냈던 2편의 생존자들을 초반 몰살시키는 결정을 한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플롯이었거든요. 실제로 [에이리언 2]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역시 자신이 만든 2편의 결말이 이 영화로 인해 엉망이 되어 버린 것에 경악하여 엄청난 분노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잘 나가던 CF 감독인 데이빗 핀처도 사실 [에이리언 3]로 인해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미처 피어나기도 전에 꺾일 위험에 처했지요. 그는 훗날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 합니다. "저는 2년 동안 작업해야 했고...(중략)... 모든 것을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에이리언 3]) 저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늘날까지 저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신인이었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대형 영화사의 간섭을 이겨내지 못한 부분도 있다지만 그러한 연출 방향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내용면에서 2편을 계승하는 3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었는가 하면 그 것조차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 겁니다.

 

그런 점들을 의식이라도 하듯 평소 [에이리언] 시리즈 덕후를 자청하던 닐 브롬캄프 감독은 아예 데이빗 핀처의 [에이리언 3]를 흑역사로 하고 [에이리언 2]에서 정식으로 이어지는 속편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릅니다. 실제로 닐 브롬캄프가 공개한 콘셉트 아트에는 2편에서 부상을 입은 흔적이 그대로 남은 힉스 상병과 리플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지요. 하지만 결국 이 프로젝트 역시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지연되면서 무산, 사실상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닐 브롬캄프가 구상했던 [에이리언 3]의 리부트 콘셉트 아트

 

, 그럼 다시 문제의 [에이리언 3]로 돌아가 보도록 합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에이리언 2]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20세기 폭스 측은 [에이리언]의 판권을 가진 브랜디와인 프로덕션에 다음 작품을 의뢰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브랜디와인 측은 속편 제안에 처음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내 이들은 속편 제작이 피할 수 없는 일임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고심끝에 에이리언 시리즈의 제작자 데이빗 길러와 월터 힐, 그리고 고든 캐롤(이 세명이 설립한 회사가 브랜디와인이며, 월터 힐은 1편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기도 합니다)“1편과 2편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게 되지요. 이 말은 더 이상 [에이리언] 프렌차이즈가 주인공 리플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에이리언의 존재와 웨이랜드-유나티 라는 거대한 조직에 관한 이야기로 전환되는, 이른바 세계관의 확장을 의미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개념이 논의 되었고, 이를 토대로 제작 방식을 구상하게 되었는데요, (지금이야 흔한 제작방식으로 자리잡았지만) 제작비 절감을 위해 영화를 Part I, II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한 편, 촬영은 한 번에 가는 것을 전제로 한 기획안을 내놓게 됩니다.

 

, [에이리언 3] 'Part I'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지구라는 사회에서 분리된 호전적인 집단과 웨이랜드-유타니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마이클 빈이 연기한 힉스 상병은 [에이리언 3]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장, 시고니 위버의 리플리 캐릭터는 카메오 분량으로 축소시킨다는 게 골자였지요.

 

그리고 후속편 [에이리언 4] 'Part II'로서 인간들과 대량 생산된 에이리언과의 전투를 담은 작품으로 전작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리플리가 돌아와 플롯에 합류하게 되는 것으로 구상되었지요. 이 아이디어에 관해 폭스는 회의적이었으나 정작 자신의 분량이 줄어든 시고니 위버는 이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불만을 갖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위버 역시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리플리 중심의 이야기는 시리즈에 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힙니다.

 

사실 리플리의 분량을 축소시키려는 건 여러가지 측면이 고려된 것이었는데, 개런티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고니 위버의 복귀 여부가 확실치 않았으며, 마이클 빈과 랜스 헨릭슨은 상대적으로 적은 개런티를 받았던 배우였지만 전작에서 워낙 인상깊은 캐릭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나름의 가성비(?)를 고려해보더라도 썩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아무튼 칼자루를 쥔 입장이 아니었던 폭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월터 힐과 데이빗 길러는 [에이리언 3]편의 감독으로 리들리 스콧을 다시 섭외하는 한 편, 사이버 펑크 문학의 거두로 떠오른 윌리엄 깁슨에게 각본을 의뢰합니다. 깁슨은 시나리오 집필 경험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소설이 에이리언 시리즈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대놓고 드러내며 매우 기쁘게 각본을 써 내려갑니다.

 

△   윌리엄 깁슨이 내정될 당시의 헐리우드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국작가조합과 헐리우드 사이의 긴장감이 파업으로 이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기 때문이다. [에이리언] 3,4편을 동시에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편의 초안이라도 나와야 했기에 브랜디와인 측은 방법을 고민하던 중 [뉴로맨서]로 명성을 얻은 SF작가 윌리엄 깁슨에게 각본을 의뢰하기로 결정한다. 실제로 깁슨은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 그러니까 리들리 스콧에게 많은 영감을 받은 작가임을 스스로도 인정했기에 이 일에 가장 적임자처럼 보였다.

 

깁슨의 각본에는 호전적인 사회주의 단체인 UPP(Union of Progressive Peoples: 진보민중연합)와 웨이랜드-유타니, 그리고 힉스 일행과 코마 상태에 빠진 리플리, 이렇게 복수의 세력이 등장하며 이들이 서로 얽힌 다층적 플롯을 가집니다. 월터 힐을 비롯한 제작진이 구상했던 것과 유사하게 힉스가 메인 롤을 맡고, 각각의 무리가 서로 반목과 협력을 반복하며 에이리언 생체병기화 계획을 저지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요.

 

이 각본은 [에이리언 2]의 출연진을 그대로 승계하는 한 편, 전편에서 이어지는 시리즈의 흐름에 있어 플롯 상 크게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는 제작진의 요구에 맞게 잘 쓰여진 시나리오였지만 깁슨에게 기대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사실 이 이후로도 제작진은 제작 기간 내내 당장 생각나지는 않지만 끝내주는 그 무엇을 각본가가 써 주길 원했는데, 이렇게 원하는 바를 투명하게 요구하지 않았던 스탠스로 인해 결국 파국을 초래하고 맙니다.

- 2부에 계속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