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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3]는 어떻게 표류했나 -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진짜 에이리언 3 이야기 (3부)

페니웨이™ 2025. 12. 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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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겨진 각본을 가다듬기 위해 월터 힐과 데이빗 길러가 직접 초안을 다시 작성했지만, 창의력 고갈로 인해 [하이랜더], [비벌리힐스 캅 2], [붉은 10] 등의 굵직한 작품을 썼던 래리 퍼거슨을 새로운 각본가로 영입해야 했습니다. 베테랑 각본가의 투입으로 이번에야 말로 그럴듯한 각본이 완성될 기대감에 제작진은 한숨을 돌렸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퍼거슨의 각본에 시고니 위버가 거부감을 표시했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위버는 퍼거슨이 리플리를 "짜증 난 체육 선생님"처럼 묘사했다고 느꼈고, 최종 각본을 월터 힐과 데이빗 길러가 직접 집필하지 않으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게 됩니다. 위버의 생각엔 제임스 카메론을 제외하고 리플리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힐과 길러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 훗날 데이빗 핀처는 레리 퍼거슨이 쓴 각본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결국 리플리는 죽고 일곱 명의 승려가 남게 됩니다. 백설공주 옆에 일곱 명의 난쟁이들이 남았듯이 말이에요....(중략) 그들이 리플리를 넣은 튜브가 있었는데, 백마 탄 왕자가 그녀를 깨우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중략).. (폭스사의 사장인) 조 로스가 이 내용을 들었을 때 한 말은 이겁니다. '뭐야?! 저기서 뭘 하는거야?! 도대체 씨x 뭔 짓거리냐고?(실제로 F Word를 사용함)'"- 프리미어 1995년 5월호

 

결국 촬영 시작을 얼마 앞두고 힐과 길러는 자신들이 직접 각본을 집필하여 워드/파사노가 쓴 각본의 여러 부분과 토히의 각본에 있던 감옥 행성 콘셉트를 적절히 섞어서 최종 각본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남은 건 누가 이 영화의 프로젝트를 이끌 감독이 될 것이냐 하는 문제였고, 당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얻고 있던 신예 데이빗 핀처로 결론이 나게 됩니다.

 

일부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게 월터 힐과 데이빗 길러는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이 사실상 무명이었을 때 발굴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초짜 감독을 고용하는 데에 매우 호의적이었습니다. 데이빗 핀처 역시 16세 부터 [에이리언] 프렌차이즈를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인물로 [에이리언] 1편을 "역사상 가장 완벽한 영화 10편"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시리즈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데이빗 핀처는 힐과 길러가 쓴 최종 각본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헐리우드에서 데드우드까지 From Hollywood to Deadwood]라는 저예산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썼던 렉스 피켓과 함께 시나리오의 추가 수정작업을 더 진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계속 수정된 각본 때문에 이미 만들어 놓은 세트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채 700만 달러나 지출한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신인급 작가인 피켓에게는 어마어마한 압박이 들어왔고, 한 달만에 각본을 완성해 제출했지만 결국 피켓도 하차하고 맙니다.

 

△ 핀처와 렉스 피켓이 쓴 각본에 대해 대중들에게 잘 안 알려져 있지만 몇 가지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우선 피켓이 '미친 듯한 속도로' 써 내려간 각본은 놀랍게도 20세기 폭스 측의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힐과 길러가 그들의 각본을 받아 본 후 즉각 폐기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켓은 프로젝트가 도저히 핀처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 직감하여 "월터 힐과 길러가 쓴 각본으로는 절대 작업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의욕이 만땅으로 차 있었던 신인 감독 데이빗 핀처는 아무리 거지같은 각본이라도 자신이 어떻게든 비주얼적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결국 피켓은 하차했지만 핀처는 남기로 결심했고 이 결정을 핀처는 크게 후회하게 된다. 

이미 폭스 측은 일방적으로 영화의 개봉일을 통보한 상태였고, 핀처는 자신의 기준에서 볼 때 '완성된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크랭크인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핀처는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폭스 측의 엄청난 간섭과 횡포 속에서도 끝까지 창작 의욕을 불살랐고, 촬영이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디테일하게 각본을 수정해 가며 촬영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신인 감독과 대형 영화사의 갈등은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으며, 데이빗 핀처는 결국 영화의 최종 편집권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에이리언 3]입니다.

 

핀처는 그동안 리들리 스콧이 훌륭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얼마나" 위대한 감독인지는 [에이리언 3]를 만들기 전까지 결코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 번은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 3]의 촬영장을 직접 찾아온 일이 있었다. 실크 정장에 커다란 쿠바산 시가를 물고 온 그는 핀처에게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물었고, 핀처는 "정말 안 좋아요 ㅠ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콧은 "영화는 이렇게 만드는 게 아니야. 그들(제작사가)이 때리는 동안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네."라고 말했다. 이 조언은 [에이리언]을 저예산으로 만들어 낸 스콧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는데, 이 말처럼 핀처는 훗날 [세븐], [파이트 클럽] 같이 자신이 촬영장을 통제할 수 있는 규모의 영화에서 빛을 발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에이리언 3]는 위대한 속편 반열에 오른 [에이리언 2]를 넘어서지 못한 프렌차이즈의 표본으로 남게 됩니다. 그 당시 로저 이버트가 남겼던 [에이리언 3]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이 작품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보기 좋은 '나쁜' 영화"

결함이 있긴 하지만 장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던 작품이니 만큼 [에이리언 3]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그만의 스타일과 미학적 성과를 올린 데이빗 핀처의 고군분투가 눈에 띈다 해도,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 된 것도 부인할 순 없으니까요. 시끄러운 제작과정과 매끄럽지 못한 결과물을 가지고 시리즈의 정식 3편이 된 [에이리언 3]는 그렇게 '사랑받지 못한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팬들은 공개된 [에이리언 3]의 그늘 저 편에 진짜 3편으로 불릴만한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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