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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블 리지 - 상투성을 벗어난 절제의 미학

한 퇴역 군인이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도중 마을의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 남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특기를 발휘해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위의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는 딱 테드 코체프 감독의 1982년작 [람보]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에야 변질된 속편들로 인해 마초 액션물의 대명사가 된 [람보]지만 폭력적인 영화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람보] 1편에서 람보가 직접 죽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발생하는 한 명의 사상자는 람보가 위협용으로 던진 돌멩이가 헬기의 유리창에 맞아 발생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사다. 넷플릭스의 신작 [레블 리지] 역시 [람보] 1편과 매우 닮아 있는 작품이..

2024.09.10 7

맵고 뜨겁게 -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 위해서라면

잘 만든 영화는 많다. "잘 만들었다" 라는 것의 기준이 볼거리나 눈요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잘 짜여진 플롯과 이야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빌드업이 탄탄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것이든 고만고만한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도 재미를 주는 영화는 여전히 많다.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간간히 보게 되어도 가슴이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본 게 언제 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근데 최근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런 영화를 만났다. 넷플릭스, 그리고 대만영화를. 제목은 다소 촌스런 [맵고 뜨겁게]다.이 영화는 안도 사쿠라 주연의 일본영화 [백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현..

2024.09.05 7

에이리언 로물루스 :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

귀찮지만 적어보는 [에이리언 로물루스] 리뷰. 간만에 극장을 찾게 만든 건 실로 오랜만에 제작된 (전작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로부터 무려 7년만) [에이리언] 프렌차이즈라는 것과 해외 언론들의 호들갑스런 반응 때문이다. 솔직히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완성도는 명장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처참했기에 이번엔 기대를 다 내려놓고 가기로 했다.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작품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당신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모든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헌사요, 오마주 덩어리다. 기본적으로는 1,2편을 베이스로 깔아 놨으나 3편과 4편, 심지어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오마주도 깨알같이 넣어 놨다.장르물로서의 완성도나 [에이리언] 프렌차이즈로..

2024.08.30 6

원샷 토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 나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소서

워낙 원작에서의 명장면을 잘 재연해 낸 작품이지만, 나는 오히려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극장판의 한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다. 시합에서 패배한 직후 락커로 이동하는 산왕팀의 모습이 비춰지다가 마침내 정우성이 힘없이 벽에 기대어 주저 않는다. 그리곤 잠시 과거를 떠올리는데, 최고의 고교생 플레이어가 된 자신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고 느꼈을 때, 신사에서 "나에게 아직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필요한 경험을 달라"고 기원했던 그 기억을 소환한다. 정우성이 그 때 진정으로 원했던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겸손에서 우러난 말이었을까. 아니면 오만함에서 나온 말이었을까.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은 "패배"라는 가장 뼈아픈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교 최고의 에이스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원샷 토크 2024.03.22 0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이상하게도 나는 그동안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자각은 크게 하지 않고 살았다.  (동안이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그런가??)  그래서 딱히 결혼도 서두르지 않았고(그래서 와이프한테 지금까지 갈굼을 당하지만), 직장인이면서도 남들처럼 치열하게 연봉 1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아둥바둥 살지는 않았다. 때 되면 기회는 주어질 것이고, 너무 안달하지 않아도 시간은 내 편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막 성격이 느긋하거나 한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조급한 성격에 가까워서 뭔가 결과물이 빨리 도출되는 걸 훨~~씬 선호하는 타입이긴 하다. 블로그를 개설한지 단시간 안에 순위권 영화 블로거가 될 수 있었던 (과거형!!)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나는 지금 이 나이, 이 시기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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