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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Review 1713

[에이리언 3]는 어떻게 표류했나 -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진짜 에이리언 3 이야기 (4부)

팬들 사이에서는 어느 순간인가부터 원래 [에이리언 3]로 만들어질 뻔 한 ‘진짜’ [에이리언 3]의 각본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수년 동안 존재했지만 한 프레임도 영상화 되지 않았고 버려진 시나리오 초안으로만 존재하는 [에이리언 3]. 바로 사이버펑크 문학의 거장 윌리엄 깁슨이 1987년에 쓴 [에이리언 3]의 초기 각본이었지요. 일반적으로 프로덕션 과정에서 폐기된 각본들은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각본은 팬들 사이에서 유출본이 암암리에 돌아다니게 되었고 이내 컬트적 지지를 받게 됩니다. 그러다가 닐 브롬캄프의 [에이리언]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어정쩡한 반응을 얻은 이후 다크호스 코믹스는 윌리엄 깁슨의 제작되지 않은 각본을 원작으로 한 5부작 그..

영화/ㅇ 2025.12.04

[에이리언 3]는 어떻게 표류했나 -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진짜 에이리언 3 이야기 (3부)

결국 남겨진 각본을 가다듬기 위해 월터 힐과 데이빗 길러가 직접 초안을 다시 작성했지만, 창의력 고갈로 인해 [하이랜더], [비벌리힐스 캅 2], [붉은 10월] 등의 굵직한 작품을 썼던 래리 퍼거슨을 새로운 각본가로 영입해야 했습니다. 베테랑 각본가의 투입으로 이번에야 말로 그럴듯한 각본이 완성될 기대감에 제작진은 한숨을 돌렸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퍼거슨의 각본에 시고니 위버가 거부감을 표시했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위버는 퍼거슨이 리플리를 "짜증 난 체육 선생님"처럼 묘사했다고 느꼈고, 최종 각본을 월터 힐과 데이빗 길러가 직접 집필하지 않으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게 됩니다. 위버의 생각엔 제임스 카메론을 제외하고 리플리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힐과 길러뿐이라고..

영화/ㅇ 2025.12.01

[에이리언 3]는 어떻게 표류했나 -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진짜 에이리언 3 이야기 (2부)

한편 깁슨의 각본이 진행될 당시 감독으로 섭외 중이던 리들리 스콧은 [블랙 레인], [델마와 루이스] 등으로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해 결국 합류하지 못하는데, 그를 대신할 사람으로서 [나이트 메어 4]로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고 있던 레니 할린 감독이 합류하게 됩니다. 그는 영화의 방향성을 크게 두 가지로 잡고 싶어했는데 하나는 에이리언의 모성으로 향하는 시나리오, 또 하나는 에이리언이 지구로 침공하는 시나리오를 원했지요. △ 레니 할린이 구상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는 에이리언이 살았던 행성이 어떤 곳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할린은 에이리언이 사악한 피조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외계 행성을 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 것이라는 판단 ..

영화/ㅇ 2025.11.28

[에이리언 3]는 어떻게 표류했나 -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과 진짜 에이리언 3 이야기 (1부)

헐리우드에는 “외계생명체”를 소재로 한 상징적 장수 프렌차이즈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내놓은 [에이리언]으로 시작된 에이리언 시리즈와 1987년 존 맥티어넌 감독의 [프레데터]에서 이어지는 프레데터 시리즈입니다. 둘 다 인간의 능력을 한 없이 뛰어 넘은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이에 맞서는 인간의 사투를 담고 있죠. 비록 정규 넘버링을 부여받은 시리즈는 [에이리언]이 4편, [프레데터]가 2편으로 끝이 났지만 이후 [에이리언]은 다시 [프로메테우스]로 부활해 그 기원을 찾아가는 프리퀄 시리즈로 연결되는가 하더니, 1편과 2편 사이의 내용을 다룬 [에이리언: 로물로스]와 TV시리즈인 [에이리언: 어스]까지 이어지는 등 제노모프 만큼이나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해 왔습니다..

영화/ㅇ 2025.11.25

영화 [블랙 레인]의 촬영지, 오사카를 가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내 평생 한 번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의 1989년작 [블랙 레인]은 아마도 내가 '저 곳에 가고싶다'는 느낌을 준 최초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헐리우드 버디물 정도로 보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조금 남다른 영화다. 이 작품이 개봉된 1989년 당시의 한국은 이제 갓 88올림픽을 치룬, 후진국의 때를 간신히 벗어낸 느낌의 나라였다. 반면 버블 호황기의 정점을 찍으었던 일본의 경제력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수준이었는데, 그런 일본의 모습을 담은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접할 길이 없었다. 일본문화수입에 빗장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1990.04.06. 경향신문의 1면 기사. 고작 [블랙레인]과 홍콩·..

잡다한 리뷰 2025.08.01

한국이 싫어서 - 당신의 한국은 괜찮습니까?

한국에 사는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며 조국을 폄하하는 풍조는 이미 꽤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상을 담은 영화들도 많이 나와 있죠.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작품들은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뇌를 풍자한 작품들입니다. [한국이 싫어서]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헬조선 기조를 대놓고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꽤 괜찮은 대학을 나왔고, 여느 젊은이들이 그렇듯 고만고만한 직장을 다니며 이 빡센 세상의 현실을 온 몸으로 부딪히는 한 젊은 여성의 탈조선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꽤 그럴 듯한 동기부여가 되는 탓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영화는 엇나가지 않은 삶을 살아온 성실한 젊은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

영화/ㅎ 2025.03.30

나의 마더 - 의무론적 윤리와 공리주의의 충돌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철학적 질문과 강렬한 긴장감을 담아낸 [나의 마더]는 SF 스릴러 장르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밀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복합적인 논의를 펼친다. 특히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학과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적 사고가 맞부딪치는 순간들이 영화의 핵심 갈등을 형성하며, 단순한 서사 이상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영화는 인류 멸망 이후 한 소녀가 AI ‘마더’에 의해 길러지는 밀실에서 시작된다. AI는 오로지 인간을 보호하고 번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소녀는 외부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채 완벽히 통제된 환경에서 자라난다. 이 설정은 단순한 생존 드라마를 넘어, ‘인류의 보호’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의문..

영화/ㄴ 2025.02.20

욕실 인테리어 업체 찾다가 현타 온 이야기

* 본 글은 특정 직업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쓰여진 글이 아님.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가볍게 뒤로 가기를 누르시길. 바쁜 나날이지만 요즘 강려크하게 느낀 바가 있어서 몇 자 끄적여 본다. 내 평생 집안 인테리어라고는 돈 주고 해본 적이 없이 살아왔다. 어차피 잠시 머물다 떠나는 집 무얼 그리 정성스레 치장할까 하는 생각으로 세월을 보냈는데, 앞으로 들어갈 집은 아이도 중요한 시기를 오래 보내야 할 곳이기도 하고 이만하면 좀 할 때도 되었지 싶어서 일단 욕실이라도 인테리어 공사를 해볼까 싶었다. 그렇게 쓸만한 업체를 찾아 헤맨지 어언 두 달 째….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찾았다. 내가 딱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무조건 견적이 싼 업체를 원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제대로 된" 업체를..

레블 리지 - 상투성을 벗어난 절제의 미학

한 퇴역 군인이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도중 마을의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 남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특기를 발휘해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위의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는 딱 테드 코체프 감독의 1982년작 [람보]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에야 변질된 속편들로 인해 마초 액션물의 대명사가 된 [람보]지만 폭력적인 영화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람보] 1편에서 람보가 직접 죽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발생하는 한 명의 사상자는 람보가 위협용으로 던진 돌멩이가 헬기의 유리창에 맞아 발생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사다. 넷플릭스의 신작 [레블 리지] 역시 [람보] 1편과 매우 닮아 있는 작품이..

영화/ㄹ 2024.09.10

맵고 뜨겁게 -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 위해서라면

잘 만든 영화는 많다. "잘 만들었다" 라는 것의 기준이 볼거리나 눈요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잘 짜여진 플롯과 이야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빌드업이 탄탄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것이든 고만고만한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도 재미를 주는 영화는 여전히 많다.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간간히 보게 되어도 가슴이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본 게 언제 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근데 최근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런 영화를 만났다. 넷플릭스, 그리고 대만영화를. 제목은 다소 촌스런 [맵고 뜨겁게]다.이 영화는 안도 사쿠라 주연의 일본영화 [백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현..

영화/ㅁ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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