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No.39

1999년, 장 클로드 반담은 슬럼프를 겪고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더블 팀] 등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의 잇따른 실패로 헐리우드 주류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던 그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갑니다. 바로 [유니버셜 솔져 2]를 만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2편은 이미 1998년에 나왔잖아요?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에 다뤘던 [유니버셜 솔져 2: 형제들의 투쟁]은 완성도야 어찌되었건 롤랜드 애머리히의 [유니버셜 솔져]의 뒤를 잇는 족보상의 정식 속편이 맞습니다. 그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판권이라는게 있을텐데 어떻게 동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가 있지?
모든 비극(또는 희극)의 시작은 1편을 제작했던 '캐롤코 픽처스'의 파산이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캐롤코는 [터미네이터 2], [람보], [토탈 리콜] 등을 만들며 90년대 초반 헐리우드를 호령했던 블록버스터의 명가였습니다. 하지만 영화 역사상 역대급 폭망작으로 꼽히는 [컷스로트 아일랜드] 한 방으로 회사가 공중분해 되며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회사가 망하자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금쪽같은 IP(지식재산권)들이 시장에 헐값으로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유니버설 솔져]의 경우, 판권이 한 군데가 아니라, 아주 묘한 방식으로 쪼개져 팔려 나가게 되었다는 겁니다. 캐롤코가 망한 뒤, [유니버설 솔져]의 'TV 방송 및 홈 비디오 제작 권리'를 먼저 잽싸게 낚아챈 곳은 '스카이락 엔터테인먼트(Skyreic Entertainment)'라는 중소 제작사였습니다.
스카이락 측은 대형 블록버스트를 만들 자본은 없었지만, [유니버설 솔져]라는 이름값만으로도 비디오 대여 시장과 케이블 채널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장 클로드 반담을 쓸 돈은 없지만, 캐릭터 이름은 우리 맘대로 써도 되잖아 ㅋㅋㅋ?"
그래서 그들은 캐나다 자본을 끌어들여 미국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할 TV 시리즈의 파일럿으로 이 작품을 기획해 [유니버설 솔져 2]와 [유니버설 솔저 3]을 동시에 연속으로 찍어버렸던 겁니다. 이 작품들은 TV영화로 방영이 되었지만 어른들의 사정으로 끝내 결국 TV시리즈는 만들어지지 못했죠.
그 사이에 속편의 제안을 받은 반담은 자신을 메이저급 바로 직전까지 밀어주었던 [유니버설 솔져]의 정식 극장용 속편 제작 권리를 확보하고 있던 제작사 소니 픽처스(트라이스타)를 찾아가 꼬여있는 족보를 자신이 풀어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웁니다. 소니 역시 반담의 티켓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걸 알았지만, 오리지널 주인공이 복귀하는 정통 시퀄이라면 본전은 찾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그렇게 해서 [유니버셜 솔져 2: 형제들의 투쟁]은 흑역사화 시키고, 1편의 진짜 후속작을 자처하는 [유니버설 솔져 2: 그 두번째 임무]가 탄생하게 됩니다.

1편에서 사망처리된 돌프 룬드그렌(앤드류 라일리 역)은 당연히(?) 이 작품에 나오지 못했지만, 라이벌이 빠진 반담의 원맨쇼, 과연 이번에는 성공적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유니버설 솔져 2: 그 두번째 임무]의 설정은 전작의 팬들을 아연실색케 만듭니다. 1편에서 그토록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며 인간성을 찾으려 애쓰던 루크(장클로드 반담 분)는, 어이없게도 이번엔 유니버설 솔져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는 정부 측 기술 고문으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기억도 다 찾았고, 예쁜 딸아이까지 둔 평범한 아빠가 되어 있죠. (1편의 그 처절했던 고뇌는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사건은 '세트(SETH)'라는 초지능 AI 컴퓨터가 정부의 프로젝트 폐기 명령에 반발해 폭주하면서 시작됩니다. 세트는 스스로를 완벽한 인간 병기의 육체(마이클 제이 화이트 분)에 다운로드하고, 기지 내의 유니버설 솔져들을 조종해 반란을 일으킵니다. 루크는 딸을 구하고 이들을 막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죠.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무술 스타 마이클 제이 화이트가 최종 보스로 나오지만, AI가 들어간 인간 병기라는 설정 탓에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무표정하게 일관합니다. 그의 화려한 발차기는 그냥 반담의 샌드백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유니버셜 솔져 2: 형제들의 투쟁]과는 달리 정식 극장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90%가 어두컴컴한 군사 기지 세트장 내부에서만 진행됩니다. 스케일이 전작에 비해 형편없이 작아졌고, 연출 역시 TV 단막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담의 시그니처 무브인 롤링 소바트는 어딘지 힘이 빠졌고, 편집의 힘을 빌린 둔탁한 액션이 이어집니다.
흥행은 그야말로 참패였습니다. 1편과 비슷하게 22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미국 전역에서 고작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흥행에 참패, 반담의 극장용 영화 커리어는 이것으로 확실하게 내리막길로 들어서게 되었죠.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질 만한 구석을 찾자면, 당시 미국 프로레슬링의 슈퍼스타였던 골드버그가 유니버설 솔저 '로미오' 역으로 등장해 압도적인 피지컬로 반담을 굴려버리는 장면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당대의 핫했던 메탈 밴드인 메가데스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이 영화보다 더 유명해지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니버설 솔져 2: 그 두번째 임무]는 90년대 마초 액션 영화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씁쓸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훗날, 이 시리즈가 3편인 [리제너레이션]과 4편 [클론의 반란 (데이 오브 레코닝)]으로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시리즈의 불씨를 살린 것은 예상 밖의 결과였긴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유니버설 솔져 2: 그 두번째 임무]를 흑역사 취급하며 [유니버셜 솔져] 1편의 직계 후속작 개념으로 다시 리부트한 개념이 가깝습니다.


이처럼 [유니버설 솔져]의 족보는 영화사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현상입니다. "TV/비디오 판권을 사서 뽕을 뽑아 먹으려던 B급 제작사"와 "극장 판권을 쥐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던 대형 제작사(및 반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단 1년 사이에 전혀 다른 배우와 전혀 다른 설정을 가진 '두 개의 2편'이 세상에 나오는 코미디가 연출된 것이지요. 결국 그 두 속편의 족보 역시도 [유니버셜 솔져]의 세계관에서는 없는 취급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네요.
비록 두 작품 모두 흥행과 비평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았지만, 한 시대의 판권 전쟁이 낳은 기묘한 비하인드 스토리로서는 이보다 더 흥미진진할 수 없겠네요.
P.S: 실로 10년만의 속편열전 복귀네요. 글쓰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시간이 모자랄 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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