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속편열전(續篇列傳) : 유니버셜 솔져 2 - 두 개의 속편, 두 개의 족보 (1부)

페니웨이™ 2026. 6. 9. 09:00
반응형

속편열전(續篇列傳) No.38

 

1992, 당시만 해도 한국 극장가의 넘버원으로 알려진 대한극장에는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가 등장합니다. 비록 슈퍼스타급은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액션영화의 팬들이라면 익히 들어봤음직한 이름들, 장 클로드 반담과 돌프 룬드그렌이 한 작품에 출연해 무려 [터미네이터 2]급의 대작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유니버셜 솔져]라는 작품입니다

원래 이 작품은 [Crystal Knights]라는 각본에서 출발한 영화로 처음에는 앤드류 데이비스 감독이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그는 엄청난 수준의 CGI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또한 그가 생각했던 방향성은 단순히 액션 영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겁고 어두운 정치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캐롤코 픽처스의 마리오 카사르가 앤드류 데이비스를 해고하면서 [ 44]로 주목받던 독일 감독 롤랜드 애머리히로 교체됩니다.

애머리히는 딘 데브린과 함께 CGI의 비중을 대폭 줄이면서 피지컬 액션을 강조하는 한편, 방대한 정치극이 아닌 단순하고 직관적인 플롯으로 바꾸어 제작비를 절감합니다. 이 덕분에 [유니버셜 솔져]B급 무대에서 최고 대우를 받던 반담과 룬드그렌의 몸값을 감안하고도 꽤 가성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가 넘는 메가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 Columbia TriStar Films

비록 영화 자체는 B급 감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나름 베트남전의 트라우마를 SF적인 설정으로 접근한 부분이나 냉전 종식 이후 갈 곳을 잃은 인간 병기들의 고독한 사투라는 매력적인 서사를 잘 녹여낼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헐리우드에 입성한 신예 감독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죠.

한편 [유니버셜 솔져]의 결말을 두고는 제작사 측과 감독 간에 이견이 발생했는데, 제작사에서는 주인공 루크와 베로니카가 제외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내길 원했지만 에머리히 감독은 루크가 끝내 생명 연장을 거부하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길 바랐죠. 하지만 당시로선 헐리우드의 신참 감독인 에머리히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작사에서 원했던 엔딩 그대로 결정이 됩니다.

ⓒ Columbia TriStar Films

문제는 이후에 발생합니다. 이 코너의 주제처럼 바로 속편에서 말입니다.

제작사에게 꽤 짭짤한 흥행을 안겨준 [유니버셜 솔져]의 속편이 나오는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무려 6년 뒤인 1998년에야 [유니버셜 솔져 2: 형제들의 투쟁(Universal Soldier II: Brothers in Arms, 1998)]이 등장하게 되었죠. 근데 이 작품, 어딘가 좀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 Skyreic Entertainment

이 영화의 스토리는 1편의 엔딩에서 곧바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유니버설 솔저 프로그램의 예산을 삭감하고 프로젝트를 폐기하려 하지만, 늘 그렇듯 흑막이 존재하죠. 부패한 CIA 고위 관료와 용병 집단의 우두머리인 오토 마주어(게리 부시 분)가 이 기술을 빼돌려 다이아몬드 밀수 같은 사적인 범죄에 악용하려 합니다.

여기서 부제인 '형제들의 투쟁'에 걸맞은 엄청난 출생의 비밀(하아막장 드라마도 아니고)이 밝혀집니다. 주인공 루크 데브로에게 사실은 '에릭 데브로'라는 친형이 있었고, 그 형 또한 베트남전에서 전사해 유니버설 솔져로 개조되어 냉동 보관 중이었다는 사실이죠. (참고로 형 역할은 90년대 B급 액션 영화의 단골 손님인 제프 윈콧이 맡았습니다.) 결국 냉동에서 깨어난 형제가 힘을 합쳐 부패한 군부와 용병들을 때려 부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골자입니다.

 

ⓒ Skyreic Entertainment

사실 이 작품은 [유니버설 솔져]의 진성 골수팬이 아니었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음지의 유산이었는데요, 우선 이 영화의 가장 기괴한 점은 전편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배우는 싹 다 갈아치웠다는 점입니다. 장 클로드 반담과 돌프 룬드그렌의 몸값이 비싸니 쓸 수가 없었던 제작진은 아주 대담한 선택을 하는데, 반담 대신 미드 [프렌즈] 등에서 단역으로 나오던 몸짱 배우 맷 바탈리아가 루크 역을, 돌프 룬드그렌 대신 앤드류 잭슨이라는 배우가 사악하게 웃어대며 등장합니다.

원작의 처절함과 묵직한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코스프레 쇼를 보는 듯한 어색함만 가득합니다. 게다가 전편에서 루크를 도왔던 여기자 베로니카(원작 에일리 워커 분)마저 찬드라 웨스트라는 다른 배우로 교체되어 등장하니, 관객 입장에서는 이입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와 씨이거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걸까요?

원래 이 작품은 캐나다와 미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용 TV 미니시리즈로 기획되었다가 비디오 시장용 영화로 재편집되어 출시된 작품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극장용 영화의 퀄리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셈이지요. 조잡한 총격전, TV 드라마 수준의 얄팍한 세트장, 그리고 원작 모독에 가까운 배우 교체까지. [유니버설 솔져 2] '속편'이라는 이름에 낚였던 수많은 팬들의 눈물과 분노가 서린, 그야말로 비운의 기억입니다.

전편도 메이저급 영화로는 2% 부족하긴 했지만 너무나 급 추락한 속편에 무척 실망스럽기는 해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1편의 명성을 이용해 얄팍하게 돈을 벌어 보려는 생리가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니까요. 놀랍게도 이 비디오용 2편은 같은 해에 나온 3[유니버설 솔져 3 - 미완의 임무]로 이어지며 나름 3부작의 모양새를 갖추게 됩니다.

ⓒ Skyreic Entertainment

이 싸구려 속편들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은 조연 라인업입니다.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악역 전문 배우 게리 부시가 2편의 빌런으로 나오고, 심지어 7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마초 스타였던 전설적인 배우 버트 레이놀즈가 3편의 흑막인 CIA 부국장 '멘토' 역으로 등장합니다.

"아니, 저런 배우들이 왜 저런 싸구려 영화에?"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당시 두 배우 모두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걷거나 파산 위기 등의 개인사로 인해 돈이 되는 작품이면 가리지 않고 출연하던 눈물겨운 시기였습니다. 거물급 배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워낙 각본과 연출이 허술하다 보니 그들의 연기력조차 영화를 구원하지 못하고 공허하게 맴돕니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 이듬해 벌어지게 됩니다.

 

-2부에서 계속-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