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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87

프로스트 vs 닉슨 - 치열한 심리대결을 담은 세기의 명승부

미국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재직중 불명예 사임으로 퇴진한 리처드 닉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에서는 최악의 미국 의료보험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의 시발점으로 닉슨을 지목했고, 얼마전 개봉한 블록버스터 [왓치맨]은 닉슨이 3선에 성공한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가상의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다루기까지 한다. 이제는 잊혀질 법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간에 오르내리는 그를 보노라면 역시 사람은 살아 생전 무엇을 했는가로 평가받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미국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이곳 한국의 관객들에게 닉슨이란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프로스트 vs 닉슨] 같은 영화는 국내 극장가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론 하워드 감독의 이름 하나만을 두고..

영화/ㅍ 2009.03.09

블레임: 인류멸망 2011 - 재난 블록버스터로 포장된 메디컬 드라마?

인류는 늘 미지의 병원체와 싸워왔다. 중세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흑사병이나 1차 세계대전 당시 조류 독감의 일종인 스페인 독감, 1990년대 화두가 되었던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최근에는 사스라는 질병 등은 치료법이 개발되기까지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작년에는 실체가 분명치 않은 '광우병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 않았는가. 이처럼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비책이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가깝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병원균에게 조차 맞서지 못하는 인류는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이하 블레임)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붕괴되어가는 일본의 모습을 가상으로 구성한 재난영화로서 [일본침몰]과 더불..

영화/ㅂ 2009.03.05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진실의 위대한 힘은 패하지 않는다

1993년. 나이 80을 눈앞에 둔 한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이례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가 피고측에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일본 정부측과 총리 대신의 진솔한 '사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간의 힘겨운 투쟁이 시작된다. 한때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가 연일 메스컴에 보도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인가 이 문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한일간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는 더 이상 들추지 말자는 정치적 논리가 우선시되는 기막힌 상황이 도래했다. 내가 당사자여도 홧병까지 얻어 들어누울 판이다. 과연 꽃다운 청춘을 인간들의 더러운 욕망에 짓밟힌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

영화/ㄴ 2009.03.02

체인질링 -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

사지가 절단나고, 미치광이 살인범이 활개치고, 화면이 피바다가 되어야만 공포영화는 아니다. 실종된 아이를 찾았다 싶더니, 왠 듣보잡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당신 아이니 무조건 맡아서 키우란다. 엄마인 당사자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경찰은 눈하나 깜짝 안한다. 오히려 공권력에 빌붙은 의사까지 동원해 엄마를 정신이상자로 몰고가려 한다. 이런 일이 당신에게 벌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야말로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 아닌가. 이런일이 '실제로' 당신에게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라. 이건 공포 그 자체다. [체인질링]은 영화의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공포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뭐 그냥 영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작위적인 설정이라고 하면 그런대로 납득하겠는데,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실화다! 따라서 [체인질링..

영화/ㅊ 2009.02.16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 - 평범함을 택한 저예산 환타지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 한때 영화계의 트랜드였던 판타지 장르는 [나니아 연대기]나 [황금 나침반]과 같이 원작소설에 기초한 시리즈물의 신통찮은 결과로 서서히 퇴보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건재한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긴하나, 그 뒤를 이어줄 만한 확실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해리 포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원작에 대해 극찬하는 말을 전면에 내세운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이하 [문프린세스])은 실로 간만에 찾아온 겨울철 판타지 영화다. 이미 1994년에 영국에서 [문에이커]라는 제목의 6부작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된 바 있는 동일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과연 어느 정도로 ..

영화/ㅁ 2009.02.12

작전 - 탐욕이 들끓는 주식 시장의 뒷모습

2001년 초, 2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취직이 되질 않아 한동안 초조해 하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과 나눈 대화를 계기로 주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수식간에 클릭 한방으로도 최대 15%의 수익(하한에서 상한으로는 무려 30%)을 올리는 주식 거래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결과는... 굳이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주식을 접한 개인투자자들의 대다수는 절대 이 '합법적인 투기판'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당연히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루고 나서야 개미들에게 있어서 주식은 이기지 못할 게임에 배팅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 대다수가 내리는 결론이다. (필자를 이 세계로 이끌었던 지인은 자가용 한대값을 날리고도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영화 [작전]은 그 어느 나..

영화/ㅈ 2009.02.02

워낭소리 - 삶의 굴레를 함께 짊어진다는 것의 의미

언제부터였을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그리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장르가 된 것은. 즐겨보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봤자 고작 '동물의 왕국' 정도나 떠올렸던 시절은 이젠 먼 과거의 일일뿐,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상업장르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EBS에서 매년 개최하는 EIDF나 [살아있는 지구]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대작급 작품이 제작되는 등 이제 다큐멘터리는 당당한 영화의 메인 장르의 하나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로 소재고갈에 시달리며 뻔한 도식적 내용의 반복이 계속되는, 그러면서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그 정도를 훌쩍 넘어선 일반 상업영화에 염증이 난 관객들에게 있어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짜..

영화/ㅇ 2009.01.30

작전명 발키리 - 알려진 결말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서스펜스의 힘

천재감독 브라이언 싱어와 톱스타 톰 크루즈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전명 발키리]는 순탄치 않은 제작과정으로 인해 한때 '저주받은 프로젝트'라 불리기까지 했다. 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의 신자라는 이유로 독일당국의 촬영허가가 나지 않는가하면, 11명의 엑스트라를 태운 트럭이 촬영도중 사고를 당해 일부 배우들이 중상을 입어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더군다나 수백명의 엑스트라가 베를린 시내를 활보하며 나치시대의 악몽을 재현하는 통에 시민들의 반감을 사는 등 악재의 연속에 더해 애초에 잡혀있던 개봉일자는 자꾸만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작상의 난관들 보다 더 큰 한가지 핸디캡이 있었으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이미 결말이 나와있는 사실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

영화/ㅈ 2009.01.24

인터프리터 - 건조한 느낌의 고품격 스릴러

- 복수는 슬픔을 끝내는데 있어 소극적인 방법일뿐이다 - * 주의! :본 리뷰에서는 '인터프리터'의 스토리가 일부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작품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리뷰를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시드니 폴락의 작품세계 얼마전 타계한 시드니 폴락의 작품 세계를 보면 드라마에서부터 스릴러,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그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드라마를 통해 아카데미를 석권하는 저력을 보여준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야망의 함정 (The Firm)]을 끝으로 하향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랜덤하트]의 참패로 한동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그는 6년만에 [인터프리터]라는 작품으로 다시 메가폰을 쥐게 되었는데 개봉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

영화/ㅇ 2009.01.20

버터플라이 - 소녀, 노인을 만나다

영화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보면 죽어가는 국경살쾡이(류승범 분)가 다찌마와 리(임원희 분)에게 이런말을 한다. '좋은 시절이었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텐데...'. 이에 대해 다찌마와 리는 어떤 대답을 할까? '천만에, 어차피 나이 차이가 있어서 네놈하곤 친구가 될 수 없다'다. '찬물도 위 아래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장유유서(長幼有序)'식 유교관에 사로잡혀 단 한 살차이가 나도 존대와 하대를 까다롭게 따지는 한국의 현실상 나이를 초월한 친구관계를 조명한 영화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손자와 외할머니의 기막힌 일주일간의 동거를 다룬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대박을 터뜨린것도 세대를 초월한 두 캐릭터가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기 때문이지만 이 ..

영화/ㅂ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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