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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 한때 영화계의 트랜드였던 판타지 장르는 [나니아 연대기]나 [황금 나침반]과 같이 원작소설에 기초한 시리즈물의 신통찮은 결과로 서서히 퇴보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건재한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긴하나, 그 뒤를 이어줄 만한 확실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해리 포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원작에 대해 극찬하는 말을 전면에 내세운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이하 [문프린세스])은 실로 간만에 찾아온 겨울철 판타지 영화다. 이미 1994년에 영국에서 [문에이커]라는 제목의 6부작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된 바 있는 동일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과연 어느 정도로 원작의 묘미를 잘 살렸을까?


 

    1.평이한 각색  


엘리자베스 굿지의 소설 '작은 백마(The Little White Horse)'를 각색한 [문프린세스]는 저주에 걸려 모든 것이 변해 버린 옛 고성과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앙숙이 되어버린 두 가문이 만약 정해진 기간내에 저주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는, 다분히 [미녀와 야수]의 플롯과 비슷한 설정을 지닌 영화다. 이는 엄밀히 말해 김숙현 기자의 리뷰가 지적하듯이 '전통적인 판타지 플롯을 따르는 데에서 공통점이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치고는 좀 평이한 각색이 아니었나 싶다.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결 구도도 뚜렷하지 않고, 판타지 장르의 특징인 검과 마법의 비중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이 작품은 드라마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각 등장 인물들의 심리묘사에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못했다. 반면 두 가문의 과거사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다분히 모험영화의 재미를 느끼도록 노력한 부분은 충분히 칭찬할만 하다.


 

    2.배우들의 아쉬운 연기  


[문프린세스]의 배우들중에 소위 말하는 톱스타는 없다. 국내에는 그나마 [판타스틱 포]의 이안 그루퍼드가 조금 알려져 있고, 실질적인 주연인 다코타 블루 리처드는 재작년 참혹하기 그지없는 성적을 냈던 [황금 나침반]의 실패로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아역배우다. 팀 커리나 나타샤 맥켈혼도 재능은 있으나 스타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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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원아이컴/Metropolitan Filmexport. All rights reserved.


물론 이들 각자가 가진 배우로서의 개성은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다코타 블루 리처드는 [황금 나침반] 이후 부쩍 자라서 인지, 또래의 다른 아역배우들에게서 보기 드문 성숙미를 나타내는 신비스런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배우들이 가진 장점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캐릭터의 구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는 판타지 영화로서는 드물게 짧은 러닝타임(103분)을 가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할말은 많고 갈 길은 먼데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든다. 


 

    3.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이 작품에 그나마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제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모습을 갖춘듯한 1분 남짓의 예고편을 접했기 때문일 터인데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대다수는 '낚였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사실 [문프린세스]는 판타지 영화치고 특수효과의 사용빈도가 그리 높지 않으며 오히려 일반적인 고전극에 어울릴만한 스케일을 가졌다. 무릇 '판타지라면 마땅히 블록버스터급 대작이어야 한다'고 믿는 관객들이라면 기대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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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원아이컴/Metropolitan Filmexport. All rights reserved.


예고편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그 장면 -거대한 달을 배경으로 유니콘이 몰고오는 해일 장면- 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가서야 선보이는데, 아마도 영화 전체를 걸쳐 가장 이 작품을 판타지 영화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순간으로서 이 장면만큼은 극장에서 보는 대화면의 압도적인 시작적 쾌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님을 잊지말길.


 

    4.무리수를 두지 않은 저예산 판타지  


물론 판타지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물량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이나 [스타더스트], [판의 미로] 같이 스케일로 승부하지 않는 작품들처럼 [문프린세스]의 분위기나 스타일은 현실세계에 기반을 둔 판타지에 가깝다. 이미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로 저예산 판타지물을 선보인 적이 있는 가버 추보 감독은 여전히 이전 작품의 틀안에 안주하려는 조심스런 태도를 취한듯 하다. 아직 채 신인 감독의 티를 벗지 못한 추보 감독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을 터, 결국 [문프린세스]는 제작비나 여러가지 조건들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애써 무리수를 두려고 하지 않은 감독의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사실 풍자극의 성격과 잔혹함마저 곁들어진 [판의 미로]는 상당히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시도였다)



    5.온가족 영화로서는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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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원아이컴/Metropolitan Filmexport. All rights reserved.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문프린세스]를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는 말자. 어차피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대작을 지향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절대악'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단점을 깨달아 난관을 풀어나가는 교훈적인 동화이자 성장극이다. 오히려 [문프린세스]는 현란한 CG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판타지 영화의 고전적 플롯이 어떤것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게 될 것이다. 사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이후 모든 판타지가 선과 악의 충돌이나 스케일 위주의 장르물로 변질되어 가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니까. 때론 가볍고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런 영화도 필요한 법이다.


 

    6.총평  


[문프린세스]는 어마어마한 눈요기를 제공해주거나 치밀한 스토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나 고전적인 의상들, 그리고 [반지의 제왕]처럼 너무 심각하지 않게 전개되는 가벼운 분위기로 인해 오히려 저연령층의 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무난한 영화다. 블록버스터급 판타지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지만 않는다면 나름대로의 재미와 동화적 분위기에 만족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식 홈페이지: http://www.moonprincess.co.kr/



*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성원아이컴/Metropolitan Filmexpor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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