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음모론을 다룬 스릴러물이라면 빠른 편집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 약간의 액션이 가미된 스타일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모름지기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장막 뒤의(그것이 정치적인 논점이든 혹은 기업간의 비리가 되었든) 비리와 암투를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경우 주인공은 홀로 거대 조직 혹은 음모의 실체와 맞서게 되며 이로인해 발생되는 서스펜스는 영화를 끌고가는 주된 원동력이 된다.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도전했던 [마이클 클레이튼] 역시 음모론적 스릴러물의 여러 요소들을 포함한 작품처럼 보인다. 자신들의 실책을 은폐하려는 거대 기업과 피해자인 서민들, 조직의 이익과 진실 사이에 서서 방황하는 로펌의 해결사, 그리고 드러나는 비밀들. 마치 존 그리셤 소설의 시놉시스를 읽어보듯 안봐도 뻔한 스토리가 될 법한 재료를 가진 [마이클 클레이튼]은 놀랍게도 관객을 허를 찌르며 통념적인 스릴러의 공식을 탈피한다.
ⓒ Samuels Media/Castle Rock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마이클 클레이튼]은 옥죄어 오는 듯한 서스펜스를 버리고,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건조한 화면으로 차분하게 전개된다. 한순간의 방심이 생명을 앗아갈 듯한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진 대신, 정교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 캐릭터의 대화속에 관객들이 추리해 나갈 수 있는 한계치 만큼의 정보량을 집어넣었다. 따라서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고 대화를 중간에 놓친다던가 하는 불상사가 생겼다면 [마이클 클레이튼]은 제법 지루한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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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화를 끌고 나가는 감독의 의도를 일찌감치 파악한 관객이라면 훌륭한 퍼즐을 하나 하나 맞춰나가는 이 섬뜩하리만치 사실적인 스릴러의 완성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통쾌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반전의 쾌감은 긴 시간 영화에 집중해 온 관객에 대한 훌륭한 서비스이며, 엔딩 크래딧과 함께하는 롱테이크 씬과 조지 클루니의 눈빛은 긴 여운을 남긴다.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는 지금껏 다져온 그의 훈남 이미지를 잘 살려, 정장이 잘 어울리는 그의 신사적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였고, 배테랑 조연인 톰 윌킨슨의 신경쇠약에 걸린 듯 사실적인 연기 또한 일품이다. 특히 주인공과 대립관계에 놓인 변호사 카렌 역의 틸다 스윈튼은 이 작품에서 보여준 개성있는 연기 덕택에 2008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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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미지역의 성공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는데, 아마도 초반부터 몰아치는 강한 긴장감의 결여와 관객의 높은 지성을 요하는 시나리오의 탄탄함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물량공세와 자극적 소재만으로 분위기를 띄우려는 최근 영화들의 추세속에서 [마이클 클레이튼]은 간만에 돋보이는 지적인 스릴러다. 어쨌거나 정의는 승리한다는 뻔한 결말에서 우리가 신물나게 보아온 조직사회의 비리에 철퇴를 가하는 듯한 대리만족을 실감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진 진실함의 미덕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감독인 토니 길로이는 각본을 쓴 [본 얼티메이텀]의 대성공과 첫 연출작 [마이클 클레이튼]의 호평으로 2007년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또한 얼마전 작고한 명감독 시드니 폴락이 조연으로 등장해 그의 생전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마이클 클레이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amuels Media/Castle Rock Entertainmen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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