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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인의 구국영웅신화를 노래한 중국 북방지역의 목란시(木蘭詩)는 이미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접한 우리에게 있어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징집당한 효녀 뮬란이 전장에서 승승장구 활약하며 나라를 구한 이 이야기는 대표적인 금녀지대로 인식되는 병영에서의 고된 생활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여자라는 정체성이 탄로날까 노심초사하는 뮬란의 심정으로부터 극적인 재미를 느낄만한 흥미로운 설화다.

ⓒ Walt Disney. All Right Reserved.


자국의 유명한 이야기를 헐리우드에서 먼저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대만의 47부작 드라마 [화목란]은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른 뮬란의 모습과 일생을 묘사하며 값싼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설화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영화 [뮬란: 전사의 귀환]은 [적벽대전], [공자], [명장] 등 최근 대작급 서사극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중국 영화계의 의도가 능히 짐작되는 작품이다. 자국의 영웅을 재조명하되, 중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관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쟁영화에 걸맞는 스케일을 입히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때깔있는 작품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는 욕심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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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KTVB. All Right Reserved.

1998년작 TV 드라마 [화목란]


결과적으로 말해 [뮬란: 전사의 귀환]은 디즈니표 [뮬란]의 틀을 탈피하는데는 성공했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뮬란에게 그 어떤 신비주의적인 색체를 입히거나 잔 다르크 식의 여전사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뮬란: 전사의 귀환]의 뮬란은 남자인척 행세해야하는 여자로서의 고통과 전쟁에서의 살육에 괴로워하는 다크히어로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병영에 침투한 여성의 고뇌를 사실주의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점은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둘 만한 변화다.

그러나 여기까지. [뮬란: 전사의 귀환]은 그 의도와는 달리 헛점이 많이 노출되는 작품이다. 이미 [적벽대전]에서 한차례 남장여인으로 등장했던 조미의 외모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12년간 병사를 이끈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디즈니의 [뮬란] 이후 12년만에 등장한 영화다) 장군의 이미지보다는 연정을 느끼는 동료 문태와 풋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에 더 가깝다. 그렇기에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문태와 뮬란의 멜로라인은 영화에 대한 몰입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비록 이것이 여자로서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드러내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뮬란의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는 결코 올바른 선택이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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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ijing Gallop Horse Film & TV Production/Distribution Workshop. All Right Reserved.


국내 홍보사에서 [적벽대전]과 [삼국지: 용의 부활]의 제작진이라고 호들갑스럽게 내세운 것과는 달리 총 150억이 투입된 [뮬란: 전사의 귀환]은 전장의 스펙터클을 온전히 느낄만큼 박진감이 넘치는 작품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뮬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에 제법 많은 전투씬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활극적인 요소보다는 무의미한 살육의 현장에 대한 무덤덤한 시선을 던진다. 오히려 시각적인 스펙터클에 있어서는 애니메이션 [뮬란]의 설원 전투씬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기승전결의 내러티브가 뚜렷하지 않아 영화의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일종의 단점이다. 단지 역사서를 읽듯 뮬란의 출전에서부터 12년간의 전쟁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뮬란을 비롯해 딱히 매력적이라 할 만한 캐릭터도 없다. 그나마 약간의 기대를 걸었던 후쥔은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악당으로 등장했다가 바보같은 최후를 맞는다. 이렇듯 [뮬란: 전사의 귀환]은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신화적 이야기의 재생산이라는 점에서 그 느낌이 다를지는 몰라도 딴 나라의 이야기를 접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그저 지루한 한 편의 역사 드라마일 뿐이다.


P.S: 이런 남장여자 컨셉의 영화를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동방불패]의 임청하 누님이야말로 진정한 레전드였다.


본 리뷰는 2010.9.3. Daum View의 메인 이슈에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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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ignm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임청하 누님 정말 레전드!!
    요즘 뭐하고 사시는지...
    한때 정말 사랑했는데 말이죠.
    저희 어머니보다 1살이 많으시더라고요. ㄷㄷㄷㄷㄷ

    2010.09.03 08:3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주부로 잘 살고 계시죠. [동방불패] 나올때가 40줄이셨으니.. 당시 유부남하고 사랑에 빠져 결국 그 분하고 결혼에 성공한 후 은퇴했죠.

      2010.09.03 09:17 신고
  2. 머니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티비 비됴여행인가요? 거기서 잠시 맛뵈기를 보았는데..
    적벽대전에서 그 공주가 주인공 같더군요..ㅋㅋ 글구.. 뮬란도 울 꼬맹이델고 본적이 잇었는데..요 영화는 그런저런 항목들이 버무러진 느낌이 들것 같습니다^^
    간만에 인사드리네요^^ 즐거운 목전 주말 보내세여~^^

    2010.09.03 09:54
  3.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즈니 뮬란도 보긴 봤는데 어째 기억이 잘 안 나고 이 작품도 별로 땡기진 않는군요.
    그저 리뷰 말미의 임청하라는 이름만 눈에 띄네요. 크크
    당시에 40대라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는데. 다시 보고 싶네요 동방불패.
    아 다시 보고 싶다고 하니 생각났는데 요즘 영웅본색이 그렇게 다시 보고 싶네요.
    그래서 봤더니 1, 2편 DVD 합본이 있던데 이 물건에 대해서 혹시 조언 좀 주실 수 있는지요?
    '눈에 뻔한'이라는 어색한 표현이 있네요. 편집하시다가 실수 하신 듯... ^^

    2010.09.03 10:30 신고
  4. peoun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방불패는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할때 아들과 아내의 채널권을 무시하고 고정시켜서 보는 몇 안되는 영화중의 하나입니다. 잊을만 하면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해 주더군요 ^^

    그당시의 특수효과나 무술을 봐도 (동방불패에 심취해 있어서 애써 무시하려하는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나오는 영화보다 참 좋았고, 눈이 즐거웠습니다(그래도 마지막 미니어쳐는 좀 아닌듯 싶긴 하지만요 ^^).

    워낙 스토리구조가 탄탄하게 짜여있어서 액션보다는 내용에 치중해서 보는 편입니다. 이연걸과 임청하누님이 하늘을 날면서- 아니 숲을 지나면서 나오는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동방불패중에서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그때 나오는 음악이 아름다우면서 한편으로는 슬픔을 가지고 있는듯한 느낌이 너무 좋네요 ^^

    극장에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홍콩 무협영화인데요,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첨 봤을때에는 무협영화는 다 날아다니는구나 싶었습니다 ^^;

    아참, 뮬란얘기였지... 왜 삼천포로 빠져가지고는 쩝... 디즈니 뮬란은 본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나네요 ^^;

    2010.09.03 11:0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동방불패]를 피카디리 극장에서 암표로 관람했습니다. ㅡㅡ;; 그만큼 그 당시엔 이연걸의 인기가 대단했지만 이 한편으로 갑자기 임청하가 급부상했죠. [소호강호]의 멋진 3부작을 기대했건만 [동방불패2]라는 초괴작이 등장하더군요. 허허허...

      2010.09.03 12:37 신고
  5.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초성에게는 바라는 게 없습니다. 이때까지 안 좋은 것만 만들어놔서...

    화목란 이야기로 러브스토리라니...여전하네요.

    2010.09.03 11:18
  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이징올림픽 전후로 중국의 대작영화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볼때마다 느끼는건 먼지,바람 입니다.
    옷한번 툭쳐도 먼지, 말달리니 먼지, 바람은 또...화려한 과거를 되짚어 보는것도 좋겠지만 이젠 왠만큼 우렸으니 좀 달라져야 할 것 같은 중국영화입니다.

    2010.09.03 11:19
  7. 소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기억에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가장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ㅋ

    2010.09.03 12:51 신고
  8.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이런 중국 대작 사극은 이제 질립니다.
    다 비슷비슷해요.
    좀 차별화가 보이게끔 만들던지....
    장예모 작품말고는 똑같이 느껴지는군요.

    2010.09.03 20:5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사극으로 재미 좀 보더니만 이젠 전부 사극크리.. ㅡㅡ;;

      2010.09.03 21:00 신고
    • eyatta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니가던 과객이지만;; 전 장예모 감독 작품이 더 별로던데요;; 칭찬이 자자한 초기 작품 붉은 수수밭은 못봤지만 영웅이랑 연인이랑 황후화 봤는데 그닥... 영상미만 뛰어나지 -_-..................

      2010.09.04 02:44
    •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예모 감독이 촬영감독 출신이라 영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는 돼죠.
      그리고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차분하게 진행시키는것은 또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들리 스콧이 이런걸 잘하죠.

      2010.09.05 00:50
  9. chanjiyoon@hotmail.co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동방불패 . . . . . 요즘 젊은분들도 아실라나 그레전드급의 임청하님을 . . . . . .

    2010.09.03 21:29
  10. okt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벽대전>과 <삼국지 : 용의 부활> 제작진이라고 홍보하면 절대 안 볼 사람들 많을텐데..ㅋ

    2010.09.04 01:53
  11. 이사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뮬란 애니를 감명깊게 봐서 영화는 어떨까했는데... 흠... 많이 아쉽네요. 뮬란 애니에서도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데 굳이 멜로로 내용을 이끌어야 하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2010.09.04 13:2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갈등, 부대원의 죽음에 대한 갈등, 그리고 여자로서 남자인 전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갈등 뭐 이런 것들이 나열됩니다만.. 남장여자코드의 멜로활용법치곤 좀....

      2010.09.05 12:16 신고
  12. 아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뮬란에서 적으로 나오던 게 튀르크계 유목민들이라고 그들을 조상으로 받드는 유라시아 여러 나라들과 터키나 헝가리에서 엄청나게 씹히는 이야기랍니다. 터키같은 경우엔 이거 개봉당시 극우파들이 극장 앞에서 난리법석 부렸죠

    2010.09.04 13:42
  13. 그냥 지나가던 과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니도 적벽대전도 안본 평범한 과객이옵니다만 갠적으로 넘흐 감동적으로 본 지라 옹호의 변을 한마디 남기고 가렵니다... 스팩타클 이런건 평범한 수준이지만 영화속에서 시종일관 흐르는 이타적인 동지애와 조국애와 효는 고루한것 같지만 분명히 단순한 오락적인 재미의 수준을 넘는 강한 감동을 남긴다고 느껴집니다... 인간은 모름지기 감동할 것에 감동받게 마련이지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명작이라고^^ ... 동방불패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분야가 다른 영화로 보이나이다... 그럼 이만...

    2010.09.05 02:26
  14. Bel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국, 홍콩 영화는 요즘 봐주기가 힘드네요. 주성치와 견자단만 믿는 중. 동방불패때가 황금기였던듯.
    무적자도 별로 기대가 안되고...

    예전에 말씀드렸던 토이스토리는 못보고, 아저씨, 김복남 살인사건을 봤습니다.
    여친이 귀신빼곤 무서워하는게 없어서요. 아주 여걸이야, 그냥...

    2010.09.05 08:41
  15.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주에 회사에서 단체로 보여주는 영화인데 보다가 잘 듯...주말을 돌려줘1

    2010.09.05 22:17
  16.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소한 드라마 <화목란>도 지루하지는 않았건만, 이 영화는 심지어 지루했단 말입니까? -_-;

    남장의 지존이 임청하 누님인 것은 분명한데, 저는 동방불패에서보다 <신용문객잔>에서의
    누님이 더 레전드라고 강력히 주장하렵니다. ㅎㅎㅎ

    2010.09.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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