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의 배경은 1750년. 포루투갈과 스페인이 신대륙 발견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던 탐욕의 시대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 위치한 남미 라플라타의 오지 앙상센. 여기서 한 선교사가 순교를 당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순교한 사제를 대신해 오보에 하나만을 손에 쥔 채로 과라니 족의 영역을 찾아 올라간 가브리엘(제레미 아이언스 분) 신부는 마침내 마음을 문을 연 원주민들에게 받아들여져 하나가 된다.
한편 원주민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아 버리는 인간 사냥꾼 멘도자(로버트 드 니로 분)는 매우 냉혹한 사내다. 자신의 아내(혹은 약혼녀?)와 사랑에 빠진 동생을 충동적으로 죽이면서 절망적인 죄책감에 빠진 멘도자는 가브리엘 신부의 도움으로 고행길에 올라 한때 자신이 사냥했던 과라니 족의 용서를 받고 예수회 신부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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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회의 안전을 위해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영토 분쟁 속에 있는 과라니 족의 영역을 포기한 예수회의 결정을 두 신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러 선교사들의 죽음과 땀으로 이룩한 선교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두 신부는 각자 자신의 신념대로 이들에 맞서지만 결국에는 포르투갈 군대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모두 목숨을 잃는다. 정치적 목적앞에 신앙을 타협했던 예수회 추기경은 말한다.
“나는 살았고 신부들은 죽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것은 나고 산자들은 그들입니다” 라고.
제 39회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미션]은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화다. [킬링 필드]로 휴머니즘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줬던 롤랑 조페와 데이빗 퍼트냄 콤비는 또한번 가슴뭉클한 감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고, 로버트 드 니로, 제레미 아이언스의 명연기 또한 [미션]을 감상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관람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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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력과 비폭력의 상반된 형태로 과라니족을 지키려 한 두 신부의 대비된 캐릭터 설정은 마치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를 연상시키는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관념으로서의 정의와 종교적 의미의 사랑이라는 갈림길에서 결국 각자가 선택한 신념을 지키려다 둘 다 목숨을 잃는 마지막 장면의 안타까움은 수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달굼과 동시에 누구의 신념이 더 옳았던 것인지에 대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무엇보다 [미션]을 빛나게 해준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사운드 트랙이다. 얼마전 [남자의 자격: 합창편]으로 더욱 유명해진 '넬라 판타지아'의 멜로디가 [미션]에서 과라니 족의 마음을 열기위해 가브리엘 신부가 오보에로 들려주는 'Gabriel's Oboe'라는 건 영화 매니아들에게 익히 알려진 사실. 또한 미션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On Earth As It Is Heaven"은 Baruet School 합창단의 합창과 남미 민속음악이 어우러진 명곡으로서 언제 들어도 가슴이 찡해지는, 엔니오 모리코네 특유의 감성이 녹아든 음악이다. (수상자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어이없게도 1987년 아카데미는 [라운드 미드나잇]의 허비 핸콕에게 오스카를 안겼다 -_-)
다소 감상주의적인 전개과정과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리엔탈리즘의 색체가 군데군데 드러난다는 점, 그리고 각본가 로버트 볼트([아라비아의 로렌스]의 각본가이기도 한)의 영향탓인지 제국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들추려하지 않는 점 등은 [미션]이 가진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치않는 감동을 주는 작품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출시된 [미션] 블루레이는기존 DVD판본의 아쉬움을 어느정도 상쇄시켜줄 만큼 만족스런 패키지다. 초회한정판에는 블루레이와 HD 리마스터링 감독판 DVD가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제작사측에서는 별도의 DVD판본은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니, 소장가들에게 있어서는 필구입 대상이 되겠다. 비트윈에서 출시한 구 DVD 초회판과 유사한 검정색 무광 아웃케이스와 양면 인쇄된 커버디자인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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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블루레이를 보자. 일단 얼마전 발매된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레퍼런스급 리마스터링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다만 영화상에서 표현되는 화면 자체는 크게 흠잡을 것은 없는데, 전체적으로는 필름 그레인한 영상에 가까운 편이어서 디지털 시대의 칼같은 가독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기존 DVD 판본들에 비해 색조도 많이 안정되어 있으며 자연스럽고 생생한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 노이즈도 확연히 줄어들어 지금까지 출시된 [미션] 판본 중에서는 최상의 비디오 퀄리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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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포함된 DVD의 경우는 HD 리마스터링을 거쳐 기본 구 DVD 판본에 비해 월등한 색감과 선명도를 보여준다. 굳이 말로 설명할 것 없이 다음의 스크린 샷을 비교해 그 차이를 체감해 보길 바란다.
▼ 구 DVD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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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 리마스터링 DVD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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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DVD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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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 리마스터링 DVD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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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 리마스터링 DVD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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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DTS-HD MA 5.1 무손실 압축 영어 트랙과 돌비 디지털 2.0 프랑스어 더빙 트랙을 함께 제공한다. 아마도 본 타이틀에서의 관건은 영화음악의 교과서적인 완성도라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스코어를 얼마나 생생하게 들려주느냐 하는 것일텐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디오 부분과 비슷한 정도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하겠다. 즉, 사운드 자체의 음색이나 표현력에 있어서는 딱히 흠잡을 구석은 없지만 레퍼런스급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편이다. 대사는 명확하고 깨끗하게 들리지만 폭포수의 웅장함이나 후반부 전투장면에서의 효과음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사운드 리마스터링의 문제라기 보다는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처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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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초회 한정판에 OST CD를 별도로 추가 제공하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지만 프랑스어 더빙 대신 한국어 더빙트랙이 2.0 채널이라도 수록- 과거 비디오 판본중에는 한국어 더빙이 수록된 판본이 있었다-되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2%의 아쉬움을 가져본다.
아쉽게도 부가영상은 추가된 것이 없다. 기존 [미션] U.E. DVD에 수록된 BBC 다큐멘터리 '옴니버스'가 재수록되어 있는데, 이미 기존판을 감상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57분짜리 이 영상은 주로 현지에서 과라니 족을 연기할 부족들을 섭외하고 연기를 지도하는 모습들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과 출연진들의 인터뷰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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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롤랑 조페 감독의 음성 코멘터리가 본편과 함께 음성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다.
[미션]은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가톨릭을 전파한 선교인의 삶을 다루고는 있으나 특정 종교에 대한 예찬론적인 작품은 아니며, 오히려 성직자의 종교적 순수성과 정치적 참여 사이의 선택에 대있어서 과연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마땅히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를 제시해주는 표본으로 매우 뜻깊은 가치가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종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친 현 시대에 더욱 더 큰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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