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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진 후 어둠이 내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 그게 ‘매직 아워’야. 낮과 밤의 경계.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 그 순간에 촬영을 하면 몽환적인 빛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 수 있지. 그래서 우리 영화인들에게 매직 아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야. 

- [매직 아워] 중 무리타의 대사


가끔 필자는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즉흥적으로 시사회에 참석할 때가 있다.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거나 뜻하지 않게 시사회 티켓이 주어졌을 경우다. 물론 영화의 장르라던가 누가 출연하는 작품인지 정도는 대충 포스터만 봐도 감이 오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플롯조차 모른채 감상에 임할 때가 종종 있다. 재밌는건 의외로 이런 상황에서 기대치 않은 작품을 발견할 때가 있다는 것인데 이번에 관람한 [매직 아워]도 바로 그런 영화였다.

얼마전 소개한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히로인 아야세 하루카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선택한 영화인 [매직 아워]는 전형적인 일본 코미디의 엉뚱함이 돋보이면서도 영화를 다 보고나면 행복한 기분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 2008 フジテレビ 東宝. All rights reserved.

아야세 하루카를 보러 극장을 찾았건만... 실제 주연은 아니었다는거.


보스의 애인 마리(후카츠 에리 분)와의 밀애현장을 조직원들에게 현장을 들킨 빙고(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지하실로 끌려가 실컷 얻어터진 후에 마리와 함께 산채로 수장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다 문득 조직에서 환상의 킬러라 불리는 ‘데라 토가시’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 자신이 데라 토가시를 데려 오겠다고 약속한다.

문제는 빙고가 데라 토가시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거다. 애당초 '환상의 킬러'라 불리는 토가시가 그 정체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 어쨌든 빙고는 보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하던 중, 무명 배우를 섭외해 데라 토가시의 대역을 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물론 배우 당사자에게는 비밀로 한채 보스와의 대면장면을 촬영의 일부라고 속이려는 것.

ⓒ 2008 フジテレビ 東宝. All rights reserved.


여기에 적합한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데뷔한 이래 만년 3류배우 신세인 무라타(사토 고이치 분)였다. 적당히 킬러스런 마스크,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 배우이면서 연기력도 어느정도 받쳐주는 무라타는 신인 감독의 독립영화에 주연으로 섭외된다는 기대감에 제의를 수락해 빙고의 지휘하에 얼토당토 않은 킬러 연기에 몰입하게 되는데... 과연 빙고는 언제까지 보스를 속이고 무라타에게 이 역할을 맡길 수 있을까?

ⓒ 2008 フジテレビ 東宝. All rights reserved.


갱스터 무비와 코미디가 뒤섞인 플롯의 구성부터가 무척이나 작위적인 [매직 아워]는 실제 상황을 영화 촬영으로 착각한 무명 배우의 진지한 연기가 주는 과잉의 부조화적인 웃음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특히 전설의 킬러와 마주하고 있다고 착각한 조직의 보스와 데라 토가시인척 행세하며 나이프를 핥아대는 무라타와의 대면 장면이야말로 관객들의 예상을 초월하는 포복절도의 시퀀스다.

ⓒ 2008 フジテレビ 東宝. All rights reserved.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는 사토 고이치.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연' 이다.


따라서 [매직 아워]는 국내에 얼굴이 알려진 아야세 하루카나 츠마부키 사토시를 전면에 내세운 배급사의 홍보와는 달리 사토 고이치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한데, 만년 3류 배우의 애환과 연기에 대한 갈망, 그리고 상황파악을 못하고 혼자 진지한 그의 모습를 보노라면 저런 훌륭한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왜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이는 필자만의 생각일뿐 사토 고이치는 [화이트 아웃]이나 [바람의 검, 신선조] 등 국내에 소개된 영화 중 상당수에 출연한 배테랑 배우다)

전반적인 영화적인 분위기는 1997년작 [미스터 맥도날드]와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편 모두 미타니 코키 감독의 작품이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영화광이었던 미타니 코키 감독의 작품은 자신이 존경하는 빌리 와일더의 작품속 세계관과도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는 과거 고전 영화들에 대한 풍부한 오마주를 선사하고 있으며, 이 작품이 고(故) 이치가와 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인 것도 미타니 코키의 영화사랑에 대한 좋은 증거다. (영화속에는 이치가와 곤 감독의 [검은 10인의 여자]와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대한 오마주도 포함되어 있다)

ⓒ 2008 フジテレビ 東宝. All rights reserved.

동화적인 낭만을 선사하면서도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세트의 분위기가 일품이다.


주요 캐스트만 10명 남짓으로 등장 인물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주,조연의 연기 또한 누구하나 버릴 것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으며, 연극적인 상황에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감독 특유의 영리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이에 더해 [킬 빌 Vo.1], [이노센스]의 미술감독 다네다 요헤이가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가공의 항구 도시, 수카고의 동화적이면서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세트장의 분위기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배우로서의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과 더불어 무대뒤의 숨은 공신들인 스탭들의 노고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갖는 마지막 장면은 '매직 아워'라는 주제에 걸맞는 훌륭한 엔딩이다. 물론 극의 플롯 자체는 영화가 끝날때 쯤엔 이런 엉터리가 어딨냐 싶을 정도로 현실성을 잃어가며 엉망이 되어 버리지만 뭐 어떠랴. 영화를 보는 내내 미칠 듯이 웃을 수 있는 기회를 한순간이라도 제공한다면 코미디 영화로서의 미덕은 충분히 갖춘 셈이니 말이다.  

P.S: 원래 [매직 아워]는 136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다. 시사회 상영때 틀어준 건 111분짜리 버전. 문제는 111분짜리버전이 일본을 제외한 해외 배급용 인터네셔널 버전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다면 136분짜리 영화로 영등위 등급판정을 받은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영등위에 올릴땐 일본 내수용으로 심사받고, 개봉시에는 해외배급용으로 개봉한다는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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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물등급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덕분에 관객들은 고전영화 [페이퍼 문] 혹은 우디 알렌의 [스윗 앤 로다운]을 오마주한 후카츠 에리의 노래 장면이나 그 밖의 중요한 몇몇 장면들을 통채로 놓쳐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게 생겼다. 이러니 영화 매니아들이 극장서 영화볼 맛이 나겠냐고.

* [매직 아워]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08 フジテレビ 東宝.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자료: [매직 아워] 등급판정결과표 (ⓒ 영상물등급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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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웬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야세 하루카가 조연이라니 좀 실망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재미는 있을것 같더라구요. ^^

    2008.11.28 11:1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야세 하루카는 얼굴마담 정도? 캐릭터의 비중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또 모르죠 삭제된 20분속에 얼마나 큰 비중이 들어있을런지는. ㅡㅡ;;)

      다만 영화자체는 강추합니다. 정말 재밌어요~

      2008.11.28 11:45 신고
  2. 신어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타니 코키 영화는 실망시키는 일이 없더군요. 저도 다음 주에는
    <매직 아워>로 기분 전환 좀 해야겠어요.

    매직 아워... 왠지 여성용 제품 이름 같다는. -,.-a

    2008.11.28 11:3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왜 여성용 제품 이름을 연상시키는지 순진한 저로선 모르겠다능 (먼산) ㅡㅡ;;

      안그래도 쌈빡한 코미디 하나 찾고있었는데, 뜬금없이 생긴 시사회 티켓으로 모처럼 숨겨진 보물 발견한 기분입니다. 올해 [굿'바이]하고 [매직 아워] 건진것만해도 행복해요~

      2008.11.28 11:46 신고
    • 신어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화가 그리 짧지만도 않던데 이게 원래는 136분짜리였군요. ^^;

      2008.12.05 23:45
  3. je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름 호화 캐스팅, 게다가 사토 코이치와 후카츠 에리라니, 보지않으면 섭할 영화랄까요. :-)
    신어지님 말씀처럼 미타니 코키의 영화나 드라마는 한번도 보고나서 후회없었던 기억이...^^

    2008.11.28 13:40
  4.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만 살펴보면 말도 안 되지만 웃음을 주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
    제 맘에 들 것 같군요. 게다가 페니웨이님의 '강추'라니. 크크
    시간 날 때 한 번 봐야겠군요. ^^

    2008.11.28 13:55 신고
  5. j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스터 맥도날드를 만든 감독이라면 꼭 봐야겠네요.
    그 영화보면서 혼자 겁나게 웃은 기억이 납니다. ^^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2008.11.28 14:16
  6.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진짜 끝내주게 재미있게 본 영화라 기대가 된는군요.
    아야세 하루카에 츠마부티 사토시, 사토 코이치, 후카츠 에리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만 무더기로 나오는 영화라 꼭 봐야겠지만 삭제된게 있다고 하시니 극장에서 보기가 힘들겠군요.

    2008.11.28 16:06
  7.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거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코미디 영화를 좀 즐기는 편이라서 아주 유쾌하게 보고 평도 좋게 적었지욨^^

    <매직 아워>보고 한국에는 언제 이런 코미디 영화가 나오나 자조하고 있었는데 참 뜻밖의 수확을 건졌습니다.

    다음 주에 개봉할 <과속스캔들> 정말 코미디 영화로서 킹왕짱입니다^^ 윽 이런 초딩틱한 단어를 쓰다니 ㅋㅋ

    <매직 아워>잼나게 보셨으면 <과속스캔들> 정말 추천입니다.

    웃기면서 감동도 있고 이 작품이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더군요~~

    ㅎㅎ 이거 <매직 아워> 영화평 보러 왔다가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저도 tistory를 하게 되어서^^ <매직 아워> 트랙백 하나 걸어놓고 물러갑니다^^

    2008.11.28 21:2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그래요? 하긴 [과속스캔들] 시사회 평이 상당히 좋더군요. 그렇담 올해 한국영화중 다크호스가 [미스 홍당무]에 이어 [과속스캔들]까지 두편이나 되는 셈이군요.

      2008.11.28 23:22 신고
  8. 우엉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많이 들어냈어요.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때까지 보고 나왔는데 바로 수입사 가서 1인시위라도 싶은 기분이 들지 뭐에요. 이거 나중에 DVD 라도 나오면 좋겠지만 그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할지... ㅇ<-<

    2008.11.28 23:4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국내 극장가의 특성상 롱런할것 같진 않고 DVD로 금방 나올것 같긴합니다. 심의를 일단 일본 내수용으로 받았으니 DVD는 무삭제판으로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만약 그렇게 안나온다면 DVD는 안삽니다 ㅡㅡ;;

      2008.11.29 09:40 신고
  9.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속스캔들이 안나왔다면 저한테도
    미스홍당무가 올해 최고의 다크호스작이라고 생각했을건데...

    과속스캔들보고나니 모든 면에서 과속스캔들이 몇수 위라는 생각이
    살짝쿵 들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제 개인적인 판단이라서^^ 어띠하였둥 과속스캔들 저하고는 엄청 잘맞는 영화입니다~~

    2008.11.28 23:57
  10.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오른쪽 패널의 컨텐츠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1인 포털에 더욱 더 다가가신 것 같군요. ^^;;;

    2008.11.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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