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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81

가지니 - 메멘토의 발리우드식 변주 (1부)

한해에 1000편이 넘게 만들어져 헐리우드 제작편수의 3배가 넘는다는 세계 최고의 영화 제작국인 인도의 영화는 1970년대 초 [신상(Haathi Mere Saathi, 1971)]이 최초로 국내에 개봉된 이래 거의 잊혀져 오다가 최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향탓인지 한국의 영화팬들에게도 서서히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듯 하다. 흔히 발리우드로 불리는(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발리우드는 협의적 의미의 인도영화다. 이는 2부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인도영화는 날이 갈수록 형식이나 표현면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나 매력도 헐리우드의 식상함에 비하면 훨씬 신선미를 준다. 다만 현 시점에서 드러나는 발리우드의 문제는 (이제는 기실 인도영화의 문제만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뛰어난 각본의 ..

영화/ㄱ 2009.06.16

지하의 하이재킹 - 캐릭터의 묘사가 뛰어난 독창적인 스릴러

1970년대의 범죄물, 이를테면 [형사 서피코]나 [프렌치 커넥션] 같은 작품은 요즘 시대에는 맛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다. 어쩌면 그 당시 범죄물에서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미장센은 그 때 모두 소진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화면과 테크닉이라는 부산물을 얻고도 예전만한 흥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오늘날의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자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지하의 하이재킹]은 비록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1970년대에 가장 독창적인 범죄물 가운데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존 고디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일반적인 하이재킹이 비행기나 기차같은 운송수단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외부로의 탈출이 불가능한 뉴욕시 지하철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영화/ㅈ 2009.06.11

홈 - 더워지는 지구에 관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

소 한 마리로 조그만 밭을 일구면서 살아가는 한 농부가 있다. 식구는 많고 가난하지만 하루 종일 땀흘려 일하며 재배한 곡식과 채소로 그들은 굶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실제로 농부네 가족은 자신들의 삶이 그다지 불만스럽지도 않다. 그러다가 어느날 농부는 밭을 갈던 중 땅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것은 출처를 알 수 없는 황금 덩어리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열 개는 족히 넘는 듯 하다. 이제 농부의 가족은 부자가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땀흘려 일할 필요가 없다. 소가 필요없어지자 그들은 항상 먹고 싶었던 고기를 먹기 위해 자신들의 소를 잡는다. 황금을 팔아 대궐같은 집을 짓고 최고급 승용차에 집에는 각종 가전제품과 오디오를 갖춘다. 이것저것 사고나니 황금이 거의 떨어졌지만 근처의..

영화/ㅎ 2009.06.08

이장호의 외인구단 - 1980년대 대중문화의 단편을 살펴보다

지난 6월 2일. 과천 현대 미술관에서 한국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막을 열었다. 한때 청소년 유해매체로 규정지어져 해마다 5월 5일이면 만화책 화형식을 집행하는 등 온갖 수모와 굴욕을 겪었던 한국만화의 역사가 벌써 1세기나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는 그 중에서도 만화시장의 황금기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가정용 게임기가 발달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극장가의 문턱이 낮았던 것도 아니다. 젊은이들이 즐길 오락거리는 한정되어 있었고 따라서 동네 만화방에는 늘 시간을 떼우러 온 학생부터 동네 백수들이 넘쳐 흘러 특유의 퀘퀘한 냄새를 풍겼다. 그런 1980년대 만화계의 큰 특징 중 하나라면 아구, 권투 등 일부 스포츠를 주종목으로 다룬 장르물이 붐..

영화/ㅇ 2009.06.04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존 코너 변천사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 국내에서만 벌써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새롭게 존 코너 역으로 합류한 크리스천 베일의 인기도 흥행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는데, 사실 [터미네이터]라는 시리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바로 존 코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편에서는 이름만 언급될 뿐 사라 코너의 뱃속에 있는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캐릭터는 2편부터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 중 하나가 되는데, 벌써 4번째 시리즈를 맞이하고 있는 [터미네이터] 영화속 존 코너의 변천사를 알아보도록 하자. 1.달튼 애봇 (터미네이터 2) 연령상으로 가장 어린 유아기 때의 존 코너를 연기한 배우가 달튼 애봇이다. 애봇은 [터미네이터 2]에서 핵폭발을 ..

영화/ㅌ 2009.06.02

마이클 클레이튼 - 스릴보단 여운을 택한 지적인 스릴러

일반적인 음모론을 다룬 스릴러물이라면 빠른 편집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 약간의 액션이 가미된 스타일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모름지기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장막 뒤의(그것이 정치적인 논점이든 혹은 기업간의 비리가 되었든) 비리와 암투를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경우 주인공은 홀로 거대 조직 혹은 음모의 실체와 맞서게 되며 이로인해 발생되는 서스펜스는 영화를 끌고가는 주된 원동력이 된다.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도전했던 [마이클 클레이튼] 역시 음모론적 스릴러물의 여러 요소들을 포함한 작품처럼 보인다. 자신들의 실책을 은폐하려는 거대 기업과 피해자인 서민들, 조직의 이익과 진실 사이에 서서 방황하는 로펌의 해결사, 그리고 드러나는 비밀들. 마치 존 그리셤 소설의 시놉시스를 읽어보듯 안봐도 뻔한 스..

영화/ㅁ 2009.05.27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 이젠 아놀드 슈왈제네거 없이도 가능하다

*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랍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알았을까? 무명시절, 로마의 한 싸구려 호텔에서 악덕 제작자 몰래 [피라냐 2]의 야간편집을 강행하다 독감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중 꾸게된 악몽의 내용이 장장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영화로 발전하게 될 줄을. 영화 [터미네이터]는 2,3편 그리고 [사라 코너 연대기](리뷰 바로가기)라는 TV 시리즈 물 등 발전을 거듭하며 헐리우드의 유력한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로 우뚝서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임스 카메론이 관여한건 2편까지였지만 판권을 거머쥔 제작자들의 눈에 [터미네이터]는 여전히 '돈 되는' 시리즈물이었으며 이로인해 예상을 깨고 나이 50을 훌쩍넘긴 아놀드 주지사를 캐스..

영화/ㅌ 2009.05.21

싸이보그 그녀 - 엽기적인 그녀의 잔재는 여전하다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는 분명 대성공이었다. PC통신소설을 훌륭히 영상으로 옮겨낸 이 작품은 전지현, 차태현 두 스타의 이미지를 200% 활용해 원작의 캐릭터를 재가공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 한국영화계의 로맨틱 코믹물에 한 방향을 제시했다. 심지어 헐리우드와 일본에서도 [엽기적인 그녀]의 상품성을 인정해 리메이크를 시도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은 큰 부작용을 낳았다. 우선 주연배우인 전지현부터도 엽기녀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로 곽재용 감독의 작품속에 항상 [엽기적인 그녀]의 잔재가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아예 제껴두고라도, [클래식]에서조차 [엽기적인 그녀]에 언급된 '소나기'의 교묘한 리버전이 자리잡고 있음을 ..

영화/ㅅ 2009.05.15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 저널리즘의 본질은 진실추구인가, 선정성인가

*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흑인 마약중독자와 피자 배달부의 죽음, 그리고 상원의원 보좌관의 의문사. 여기에 죽은 보좌관과 콜린스 의원의 스캔들이 겹치고, 공교롭게도 콜린스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청문회의 대상은 민간 군사업체인 포인트콥이 연관되어있다. 전혀 관련없을 것 같은 두 살인사건의 연결고리. 거대 기업이 관련된 음모, 그리고 정치 스캔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음모론적 스릴러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단골소재들이 듬뿍 담긴 영화다. 원래 이 영화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3부작을 책임지게 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2003년에 선보인 6부작 영국 드라마로서 방영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은 정치 스릴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03년 BBC..

영화/ㅅ 2009.04.23

노잉 - 숫자로 표현한 인류의 다잉메시지

[크로우]와 [다크 시티]를 통해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감독으로 알려진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비록 [아이, 로봇]에서 상업성과 타협하는 바람에 약간을 실망을 주긴 했으나 여전히 그의 명성은 [다크 시티]의 잔영아래 머무르고 있다. 이제 그가 재난극 [노잉]으로 돌아왔다. 최근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영화 깨나 본다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아닌 알렉스 프로야스의 영화이기에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1.종말론적 재난극 1999년에 이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2012년의 세계 종말론의 영향 때문일까. [노잉]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일반적인 재난 블록버스터와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다. 인류 멸망이라는 소재를 단..

영화/ㄴ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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