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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범죄물, 이를테면 [형사 서피코]나 [프렌치 커넥션] 같은 작품은 요즘 시대에는 맛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다. 어쩌면 그 당시 범죄물에서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미장센은 그 때 모두 소진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화면과 테크닉이라는 부산물을 얻고도 예전만한 흥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오늘날의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자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지하의 하이재킹]은 비록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1970년대에 가장 독창적인 범죄물 가운데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존 고디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일반적인 하이재킹이 비행기나 기차같은 운송수단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외부로의 탈출이 불가능한 뉴욕시 지하철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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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UA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지하철을 강탈한 4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단 1시간안에 백만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한명씩 승객을 처형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를 둘러싼 정황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사건을 담당한 주인공은 다음 선거를 의식해 범인들의 요구를 들어주려하는 시장과 머리회전이 그리 좋지 못한 상관 사이에서 힘겨운 교섭을 이끌어가야 한다. 또한 지하철의 인질 가운데는 현직 형사가 타고 있는데 그와는 연락이 닿지도 않을 뿐더러, '그'인지 '그녀'인지조차 확실치가 않다.

더군다나 범인의 우두머리는 대단히 냉철하며, 타협을 모른다. 물론 이들의 정체를 알 길은 전혀 없다. 가장 난감한 사실은 이들이 '지하철'을 강탈했다는 점이다. 과연 돈을 받은 후에 어떤 방법으로 도주할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반면 범인들 쪽에서도 불안요소가 있다.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블루와 어제까지만해도 소시민에 불과했던 그린은 그렇다 치더라도, 싸이코패스같은 미스터 그레이의 돌발행동이 변수다. 결국 그는 예정에도 없던 살인을 저질러 범인들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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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UA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처럼 [지하의 하이재킹]은 뉴욕시 지하철이라는 제한된 세트 속에서 매우 다양한 군상의 묘사와 함께 긴박한 상황설정으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연출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의 패턴 자체만을 놓고보자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하의 하이재킹]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일까?

우선 캐릭터의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일례로 선악의 경계가 비교적 뚜렷했던 당시의 기준에 비춰볼때 지하철을 하이재킹하는 범죄자들의 구성원 자체가 일반적인 기준과는 많이 다르다. 4명으로 구성된 이들 악당이 각자의 본명이 아닌 그레이(Grey), 그린(Green) 같은 색깔로 호명한다는 설정은 훗날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에서 오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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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UA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도를 높여주는 건 역시나 배우들의 열연이다. 마초적 매력의 로버트 쇼가 연기한 미스터 블루(Blue)는 잔혹한 장면없이 오로지 카리스마 하나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보스급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해냈다. 이는 로버트 드 니로가 [히트]의 닐 맥컬리를 연기하기 전까지 고독하고 신비로운 악역으로서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다. 또한 시종일관 콧물을 훌쩍거리며 악당아닌 악당으로서 최후의 순간까지 주인공과 심리대결을 펼치는 마틴 발삼의 연기도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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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UA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1973년작 [돌파구]에서 영리한 은행강도단의 리더로 출연했던 월터 매튜가 이번에는 형사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로버트 쇼의 카리스마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주로 코믹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의 경력처럼 능글맞은 연기가 캐릭터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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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UA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한편 감독인 조셉 서전트는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엄청난 다작활동을 했던 감독으로서 최근까지도 현역생활을 하는 노장이지만 정작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렇다 할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은데 특히 [죠스 4]의 그 경악스런 완성도를 생각해 볼 때 [지하의 하이재킹]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지하의 하이재킹]이 가진 매력적인 소재와 풍부한 캐릭터 덕분에 이 작품은 1998년에 빈센트 도노프리오와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가 주연을 맡은 TV용 영화로 리메이크 되지만 비중이 월등히 높아진 액션의 화려함과 더욱 진지해진 영화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이 보여주었던 재미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도 액션만 풍부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은 이때 이미 증명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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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Television/
Trilogy Entertainment Group. All rights reserved.



이제 두 번째 리메이크인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헴 123]는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라는 정상급 스타와 스타일리스트 토니 스콧 감독의 만남으로도 충분히 큰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최근들어 시각적 테크닉에만 치중하고 있는 토니 스콧의 행보로 추측컨데 과연 이번 리메이크가 원작의 아우라를 넘어설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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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P.S: [지하의 하이재킹]의 감독은 한때 스티븐 스필버그가 고려되었다. 아직 [죠스]로 뜨기 이전의 그에게 있어 [대결투]와 같은 스릴러의 탁월한 연출감각은 분명 제작자들의 눈에 잘 띄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스필버그가 감독으로 낙점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가 이 작품을 연출했다면 또다른 걸작이 탄생했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스필버그는 그로부터 1년뒤 이 영화에 출연했던 로버트 쇼와 함께 1970년대 최고의 해양스릴러 [죠스]를 완성시킨다.


* [지하의 하이재킹]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MGM/UA Home Entertainmen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테이킹 펠헴 123 (1998) (ⓒ MGM Television/ Trilogy Entertainment Group. All rights reserved.),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헴 123(ⓒ MGM/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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