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481

2012 - 초콜릿만 가득한 선물세트같은 재난 블록버스터

* 아주 미약한 수준의 스토리 소개가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전문감독'이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의 구성보다는 영화의 스케일이 먼저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지독한 설정의 오류 투성이인 [인디펜던스 데이]의 메가톤급 히트가 백악관을 박살내는 경이적인 비주얼의 압도감에서 뿜어져 나온 결과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듯이 그의 영화는 언제나 비주얼이 스토리의 단점을 커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투모로우]를 통해 이제야 드라마적 서사구조에 있어서도 제법 맛깔스러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작년 [10000 B.C.]로 그는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가혹하리만큼 혹독한 평가를 감수해야만 했다. 나름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던 [투모로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일..

영화/#~Z 2009.11.13

스톰브레이커 - 틴에이저 첩보영화의 명확한 한계

유통기한이 3년이나 지난 제품에 군침흘릴 소비자는 없듯이 예술영화도 아닌 상업영화를 개봉한지 3년이 지난 이제서야 보겠다고 안달할 관객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몇몇 낯익은 헐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소리소문없이 개봉하는 [스톰브레이커]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는 2006년에 개봉해 별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 작품이 이제와서 개봉하는 저의를 알 수는 없지만 혹시나 배우들의 유명세에 혹해서 관람을 결정하는 우를 범하는 관객이 없기를 당부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스톰브레이커]는 영국 TV대본작가로 경력을 쌓아온 안소니 호로위츠의 첩보물 '알렉스 라이더'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일반 첩보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첩보원인 알렉스가 '소년'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소년 첩보원을..

영화/ㅅ 2009.11.05

여행자 - 입양이라는 이름의 여정

지난번 [나무없는 산]의 리뷰를 통해서도 지적되었듯 어지간한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해외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한들 제대로 된 상영관 하나 잡기 힘든 것이 현 한국영화계의 주소다. 비록 [워낭소리] 신드롬으로 국내 독립영화의 저력이 입증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숨겨진 보석같은 작품들의 진가가 알려지기에는 그 토양이 너무나 척박한 것이 사실이니까. 소외받는 영화가 시선을 끌기 위해서일까? 깐느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초대된 저예산 영화 [여행자]의 정보를 외견상으로 접했을 때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소박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들이다. 제작에 이창동 감독. 그리고 크래딧에는 설경구와 문성근, 고아성 같은 제법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특히나 설경구의 출연 사실은 의외다. 천만관객의 영광을 ..

영화/ㅇ 2009.10.30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 - '디스트릭트 9'의 출발점

2009년 하반기, 블록버스터들이 자취를 감춘 이 시점에 피터 잭슨이 제작에 참여한 저예산 SF [디스트릭트 9]이 엄청난 화제다. 비록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북미 시장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닐 브롬캄프의 이름을 내세우기가 꺼림직하다는 건 일면 이해가 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닐 브롬캄프라는 이름만으로도 [디스트릭트 9]은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닐 브롬캄프는 X-BOX 게임기의 킬러 타이틀인 '헤일로'의 실사판 감독으로서 피터 잭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심한 부침을 겪었던 [헤일로]의 제작단계에서 피터 잭슨은 브롬캄프 없이 [헤일로]의 영화화를 진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고, 실제 닐이 참여했던 '헤일로 3'의 프로모션 동영상이 공개되었..

영화/ㅇ 2009.10.26

굿모닝 프레지던트 - 이상적인 대통령, 장진 감독의 정치 판타지

국내 영화계에서 장진 감독처럼 고유의 색깔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영화인도 드물다. 그는 이른바 '장진사단'으로 불리는 고정 스탭과 캐스트를 보유한 몇 안되는 감독이며, '장진식 코미디'로 일종의 장르적 특화에도 성공한 사람이다. 그가 흥행 감독인지에 대해 누군가가 질문을 던진다면 그 대답에는 아직까지 의문부호가 따라 붙을지 몰라도 장진이라는 이름만으로 극장을 찾을 관객들이 제법 많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진 감독은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왔다. [간첩 리철진]같은 변종 첩보물이나 [아는 여자]같은 로맨틱 코미디, [박수칠 때 떠나라]의 수사극, [거룩한 계보]의 조폭물까지 그의 영화에는 경계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장진의 영화는 늘 '코미디'라는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남들처럼 수..

영화/ㄱ 2009.10.22

북극의 눈물 - 극장판으로 부활한 한국 명품 다큐의 자존심

문득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난다. 아마 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라고 생각되는데, 제법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어머니께서 내 손을 잡고 세종문화회관까지 가서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새끼 북극곰 한 마리가 눈덮힌 비탈길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는 장면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인상깊게 봤던 탓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도 다시 한번 보겠다고 떼를 쓰며 어머니를 난처하게 했던 기억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아기 북극곰의 사랑스런 모습을 정말 스크린에서만 봐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북극이 녹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BBC 방송국의 역작 [살아있는 지구]나..

영화/ㅂ 2009.10.19

불꽃처럼 나비처럼,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이야기들

* 본 포스트는 프리뷰의 형식으로서 아직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흥미를 돋우기 위한 일환으로 쓰여진 글임을 밝힙니다. 격동의 조선말, 서구열강의 조선침략을 앞두고 혼란스러웠던 난세의 팩션극은 영화로 만들기에 꽤나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을미사변이라는 역사적 참극의 중심에 있었던 명성황후의 이야기야말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가장 치열했던 권력암투의 현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로서 그려져 왔다. 특히나 남편인 고종과는 달리 명성황후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진 한장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삶과 존재는 여전히 미스테리임과 동시에 수많은 역사적 가설의 가능성만을 남긴채 TV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소설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해석이 이루어져 왔다. 본관은 여흥, 아명은 ..

영화/ㅂ 2009.09.28

나무없는 산 - 내가 발견한 한국영화계의 희망

한국영화의 위기론을 딛고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제야 작은 영화의 가치에 관객들이 눈을 돌리는구나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그러나 사실 고작 7개 상영관에서 개봉된 [워낭소리]가 백만 관객을 돌파한 일은 지금 보더라도 기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나마 [워낭소리]의 성공은 별다른 화제작이 없던 시점에서의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돈 좀 만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극장주들의 얄팍한 상업적 마인드가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내어 선심을 썼을 뿐이다. 이같은 확신은 이번 여름를 보내면서 더욱 분명해 졌다. 위태로워 보였던 침체기를 깨고 [해운대]가 다시한번 한국영화 천만관객시대의 재현을 알렸을 때 국내 영화팬들을 다소 들떠있었을지 ..

영화/ㄴ 2009.09.28

내 사랑 내 곁에 - 배우들의 연기만이 영화의 전부가 될 순 없다

개봉 이전부터 [내 사랑 내 곁에]는 영화의 내실보다는 영화 외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작품이다. 국내에 몇 안되는 진짜 메소드 배우 김명민이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몇 kg을 감량했느니 하는 점들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같은 마케팅은 '명민좌' 김명민이 유독 스크린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징크스 때문에 일부러 더 그의 연기력에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영화 자체는 큰 특징이 없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하긴 뭐 그동안 김명민이 연기를 못해서 [리턴]이나 [무방비도시]가 부진했나? 영화의 내용이 문제였지. 불안한 예감이란 언제나 빗나가는 법이 없다. 이미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시한부 환자의 최루성 멜로를 보여준 박진표 감독은 이것과 동일..

영화/ㄴ 2009.09.25

4교시 추리영역 -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범죄는 원하는 바를 얻으려 결백을 도살하고 결백은 범죄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운다. - 로베스 피에르 [4교시 추리영역]을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품을 찍은 배우들이 정작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어떤 영화가 대박날지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것이 영화계의 보편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당사자들은 알았을거다. 자신들의 영화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웬만해서는 남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나일진데 이 영화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이걸 공개할까 말까 몇 번인가를 망설였다. 이제서야 글을 올리는 이유는 [4교시 추리영역]이 모든 극장에서 간판을 내렸기에, 적어도 현재 상영중인 영화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던 내..

영화/#~Z 2009.09.2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