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ㅇ

아바타 특집 비하인드 스토리 (1부)

페니웨이™ 2009. 12. 15. 09:35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에 대한 원안을 떠올렸던 건 15년전인 1994년으로 돌아간다. [트루 라이즈]의 제작을 마친 그는 당시 114 페이지에 달하는 [아바타]의 초기 스크립트를 집필했는데, 자신이 어린시절에 읽었던 단편 SF소설 모두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가 염두해 둔 것은 (우리에게는 '타잔'의 작가로 알려진) 에드거 R. 버로스의 '화성의 존 카터'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처녀작 '화성의 존 카터'. 흥미롭게도 이 소설은 디즈니 사에서도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이며 이례적으로 개봉전에 시리즈화를 선언한 작품이기도 하다.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목버스터 전문회사인 어사일럼에서 [아바타]의 개봉에 맞춰 '화성의 존 카터'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화성의 프린세스 Princess of Mars'를 영화화해 발매한다는 점이다. 하여간 어사일럼의 순발력 하나는 지존급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아바타]는 폴 앤더슨의 1957년 단편소설 '콜 미 조 Call me Joe'(허경영의 '콜 미'와는 아무 관계없다 ㅡㅡ;; )에 더 가까운 내러티브를 지녔다.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이 리모트 컨트롤되는 가상의 신체와 연결되어 한 행성에 들어가 거주민들과 전쟁을 벌인다는 주요 골자는 [아바타]의 시나리오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미리 말해 두자면 [아바타]를 두고 표절이니 하는 논란따윈 원천적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카메론 스스로가 수많은 SF소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이상 그는 자신의 [아바타]가 독창성이 그리 뛰어난 스토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미리 배수진을 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io9에서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가 폴 앤더슨의 '콜 미 조'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강력한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가장 큰 논점은 카메론이 '어디서 영감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인데 이는 카메론 본인이 어렸을 때 즐겨 읽은 여러 SF소설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기본적인 골자를 '콜 미 조'에서 따왔을뿐 다른 설정에 있어서는 또다른 작품에서 가져온 것일 수도 있다. [터미네이터]가 할란 엘리슨의 작품이 아닌 카메론의 것으로 기억되듯이 일단 카메론의 손을 거치면 그만의 재해석과 독창성이 결합되어 재탄생할 것이 확실하므로 이제와서 새삼 문제삼을 것은 없다.

 

ⓒ io9.com. All rights reserved.

지난 리뷰에서 밝혔듯 카메론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매우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선택한다는 점인데, 이는 그의 작품이 소설이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기존에 존재하던 어떤 소스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터미네이터]의 성공 직후 SF 작가 할란 엘리슨이 자신의 작품들을 표절했다며 카메론을 고소해 합의를 이끌어 낸 사실은 이같은 카메론의 성향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물론 이것은 표절이냐 아니냐의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서 작가로서의 카메론의 역량을 의심하는 빌미를 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분명하다. 제임스 카메론은 흔해 빠진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도 그럴싸하게 포장할 줄 아는 재능을 가졌다는 점이다.

ⓒ Tig Productions/ Majestic Films International. All rights reserved.

[아바타]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화성의 존 카터' 외에 카메론이 언급한 또 하나의 작품은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 주연을 맡았던 [늑대와 춤을]이다. 이 작품은 이방인인 백인이 인디언 원주민의 커뮤니티에 융화되어 그들과 함께 적들에 맞서 싸운다는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아바타]의 내용과 흡사한 부분이다.


하지만 초기 스크립트를 구상할 당시 카메론이 전력을 다해야 했던건 바로 [스파이더맨]의 실사화였다. 심지어 그는 오랜 법정 공방끝에 실마리가 보이자 [스파이더맨]의 제작에 착수할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을 둘러싼 끔찍한 소송이 갈수록 난항을 겪게 되면서 카메론은 결국 다른 프로젝트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아쉽게도 그것은 [아바타]가 아니라 [타이타닉]이었다. 만약 이 두 영화의 제작순서가 뒤바뀌었다면 카메론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을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결과만을 놓고 볼때 카메론 본인에게 있어 [타이타닉]은 일생일대의 파인 플레이가 된 셈이다.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MARVEL & ⓒ Marvel Characters, Inc. All Rights Reserved.

영화 [스파이더맨]에 얽힌 일화는 몇페이지를 할애해도 모자를 정도로 복잡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화 컬럼니스트 김정대님이 FILM 2.0에 기고한 컬럼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타이타닉]의 촬영이 한창이던 1996년 8월, 카메론은 [타이타닉]의 촬영이 끝나면 컴퓨터로 합성한 가상의 배우를 사용한 영화 [아바타]의 제작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다. 그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발언이었는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CG가 주연배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계획에 의하면 [아바타]는 진짜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배우가 최소한 6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여기에 쓰일 예산은 약 1억 달러로 잡혀있었다. 카메론의 계획에 의하면 [아바타]의 촬영은 [타이타닉]의 공개가 완료된 시점인 1997년 여름부터 시작해 1999년에는 개봉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시 디지털 도메인이 보유한 기술력을 사용하더라도 카메론이 구상한 CG 배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4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작비가 천장부지로 치솟는 지금이라 할지라도 4억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할 만한 프로젝트는 헐리우드에서조차 불가능한 일일진데 그때는 오죽했으랴. 결국 카메론은 때를 기다려야만 했다.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여담이지만 지난번에 쓴 [엑스맨 3] 관련 리뷰에 누군가 [슈퍼맨 리턴즈]에 투입된 제작비가 4억 달러라는 황당한 발언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4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꿈에 불과하다.


결국 [아바타]의 제작 지연은 카메론의 오랜 공백으로 이어졌고, 한동안 [고스트 오브 어비스] 같은 해양 다큐멘터리의 제작에 전념하며 활동을 자제해 왔다. 마침내 2004년, 그는 팬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한 깜짝 발표를 하게 된다. 놀랍게도 카메론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기시로 유키토 원작의 일본만화 '총몽(銃夢)'을 실사화 한 [배틀 엔젤]이었다. 평소 제페니메이션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SF물이 일본 만화의 실사판이라는 사실로 인해 팬들의 기대치는 한층 높아져 갔다.

ⓒ Shueisha/ Viz Media. All rights reserved.


이듬해 카메론은 또 한번의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게 되는데, 그것은 [프로젝트 880]이라 이름붙인 또 한편의 SF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대략 2007년에 개봉예정인 [배틀 엔젤]에 이어 [프로젝트 880]은 2009년에 개봉될 예정이었다.

때 맞춰 [배틀 엔젤]의 캐스팅을 담당했던 말리 핀 (Mali Finn)은 홈페이지에 여배우 공개 오디션 모집 광고를 게시하는데 몇몇 성급한 언론에서는 이것이 [배틀 엔젤]의 여주인공 알리타 역을 위한 캐스팅이라고 보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보도였다. 이 시점에서 이미 카메론의 생각이 바뀌었던 것이다. 이 오디션은 (아마도) [프로젝트 880]을 염두해 둔 캐스팅 물밑작업이었다.

2005년 말리 핀에서 인터넷에 올린 오디션 공고. 모집내역을 보면 16세~20세 사이의 신인에 고양이처럼 민첩한 운동신경을 가진 여성을 모집함을 알 수 있다. 조건만으로 보면 [배틀 엔젤]의 알리타에 꼭 맞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당시 카메론이 염두해 둔 것은 [프로젝트 880]에 출연시킬 여배우였다.


[킹콩],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통해 CG 캐릭터와 실사와의 위화감이 얼마나 신속하게 사라졌는지를 몸소 체험한 그는 지금이야말로 봉인해두었던 [아바타]를 제작할 최적의 시기임을 직감했다. (특히 카메론의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 등장한 골룸 캐릭터였다) 급기야 2006년 카메론은 원래의 계획을 뒤집고 [배틀 엔젤]보다 [프로젝트 880]을 먼저 제작할 것을 선언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880]이 실은 [아바타]를 수정한 작품임도 같이 밝히게 된다. 이로서 [아바타]는 2007년 [배틀 엔젤]은 2009년에 개봉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이제 야심찬 출발을 알린 [아바타]는 '제왕' 제임스 카메론의 지휘아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다.

- 2부에 계속 -


* [2010 우주여행]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etro-Goldwyn-Mayer (MGM)/Warner Home Video.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