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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 입양이라는 이름의 여정

영화/ㅇ 2009. 10. 30. 10:52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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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나무없는 산]의 리뷰를 통해서도 지적되었듯 어지간한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해외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한들 제대로 된 상영관 하나 잡기 힘든 것이 현 한국영화계의 주소다. 비록 [워낭소리] 신드롬으로 국내 독립영화의 저력이 입증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숨겨진 보석같은 작품들의 진가가 알려지기에는 그 토양이 너무나 척박한 것이 사실이니까.

소외받는 영화가 시선을 끌기 위해서일까? 깐느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초대된 저예산 영화 [여행자]의 정보를 외견상으로 접했을 때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소박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들이다. 제작에 이창동 감독. 그리고 크래딧에는 설경구와 문성근, 고아성 같은 제법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특히나 설경구의 출연 사실은 의외다. 천만관객의 영광을 두 번이나 맛본 대스타께서 뭔가 비상업적인 예술영화에 한번 출연해보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만큼 묘한 이질감 같은게 느껴진달까.

하지만 [여행자]는 이러한 스타들의 이름값 덕택에 모처럼 개봉관에서 다른 상업영화들과 정면승부를 해볼만한 조건을 갖췄다. 이렇게 해서라도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예술영화의 가치를 이식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으련만, 정작 주목할 점은 설경구의 출연여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것인지 그 부분에 있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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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필름/글로리아 필름/영화사 진진. All rights reserved.


1975년의 한국을 배경으로 가난 때문에 딸을 버려야만 했던 부모 세대의 슬픈 치부와 기약없이 입양부모를 기다려야하는 아이들의 삶을 조명한 [여행자]는 연출을 맡은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다소 낯선 외국계 이름을 가진 르콩트 감독은 실제로 9살때 프랑스로 입양되어 간 한국계 여성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여행자]의 디테일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부모가 멀쩡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원에 맡겨진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답답하고도 막막한 심정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의 묘사, 아이들이 겪는 보육원에서의 삶 등은 실제 경험자가 아니고서는 표현하지 못할 섬세한 연출력을 필요로 했으리라.

더욱이 [여행자]를 더욱 생동감있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힘인데, 이는 몇몇 지명도 높은 스타들의 출연에 영화의 성패를 거는 식의 안일함과는 거리가 멀다. 진희의 아버지 역을 맡은 설경구는 영화 초반 잠깐 등장할 뿐으로서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은 단 1,2초에 지나지 않으며(물론 그 짧은 순간의 표정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의 명연기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설경구의 얼굴을 화면 밖으로 배제시키는 샷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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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필름/글로리아 필름/영화사 진진. All rights reserved.


제법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고아성은 젊은 여배우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장애인 역할을 맡았는데, 놀랄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니 절대 놓치지 말 것. 사실 개인적으로 [라듸오 데이즈]의 엉성한 완성도 때문인지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배우였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녀에게서 연기자의 내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신인으로서 원톱급의 주연을 맡은 아역배우 김새론은 다코타 패닝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있는 연기를 펼친다. 미련과 체념의 상반된 감정의 깊이를 이렇게 어린나이의 신인이 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올해는 [나무없는 산]의 김희연,김성희와 더불어 신인 아역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해로 기억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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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필름/글로리아 필름/영화사 진진. All rights reserved.


한편 영화의 구성에 대해서는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것으로 예상된다. 다분히 신파적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감정선의 자극을 최대한 절제하고 관조적 입장에서 영화를 조명한 탓에 영화가 다소 건조해진 감이 없지 않으며, 몇몇 관객들이 당혹스러워 할 정도로 갑작스런 생략을 시도한 엔딩 역시 불친절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여행자]는 매우 가치있는 영화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입양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스런 오명을 지닌 한국의 치부를 사실적이면서도 관객들이 최대한 불편해하지 않게 표현해낸 감독의 역량과 작은 영화임에도 기꺼이 참여한 인기배우들의 노고, 그리고 신인이지만 녹록치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 [여행자]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나우필름/글로리아 필름/영화사 진진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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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 예정이긴 한데 이번 주말엔 시간이 전혀 안 나네요.
    작품이 작품이다 보니 불과 일주일만에 극장에서 내려가 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좀 됩니다만... 설마 달랑 일주일만에 내리진 않겠지요... -_-;;;
    뭐 내려간다고 해도 얼마 전에 '나무없는 산' 보러 갔던 '씨네코드선재'에서는
    계속 해줄 거라고 믿고 있긴 하지만...
    배우의 이름값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가치로 인해서 사람들이 많이 보면 좋겠네요.

    P.S. 엔딩이 좀 갑작스러운가 보군요. 불친절하고... 염두에 두고 가야겠네요. 크

    "미련과 체념을 상반된 감정" 오타 있군요.

    2009.10.30 10:1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Terminee님께서 이런 저예산 영화에 관심을 가지시는걸 보면 조금 신기합니다. 영화를 그닥 많이 보시는것 같진 않은데 굳이 이렇게 소외된 영화를 챙겨보시려는걸 보면 말이죠^^

      2009.10.30 22:22 신고
  2.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에서는 이런 영화 개봉이 더 어렵습니다. 사람 몰릴 듯 싶은 영화만 컨텍하거든요. 상영관을 찾아 외지로 가자니 나이 먹고서 요새 그러기는 쉽지 않은데다 점점 주머니 사정도 궁핍해져가는 통에..

    설경구의 등장 신이 극히 적음에도 주연 크레딧에 올린 건 좀 더 파고들기 쉽게 하려는 의도였을까요? 암튼 이것도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올라가는군요.

    2009.10.30 12:03
  3. 질경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26일 시사회때 봤는데요.
    저의 세대이기도 하고 많은 공감과 눈물샘도 자극했었지요.
    요즘 시사회를 계속 봤는데
    <해운대><블랙> 등 중에서 가장 잘 만든 영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9.10.30 22:2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실은 시사회때 봤는데, 사실 시사회 반응은 반반이었습니다. 특히 엔딩 부분에서는 많은 분들이 '이게 뭐야~'하는 반응이었는데, 머랄까 영화를 좀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관객들이 적었던 탓인것 같습니다.

      2009.10.30 22:24 신고
  4. 뭉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파적 소재'라 하셨는데.. 신파로 간다면.. 값싼 동정? 한 번 흘리고 말 눈물일 뿐이겠지요. 감독에겐 현실이었기때문에 그런건.. 그렇게 보이기조차 원하지 않았을꺼라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감독에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여행을 끝내는 일과도 같을 수 있었겠지요.. 유희를 위한 영화는 아니었던듯합니다.

    철저히 아이의 시선과 심리에 따라 흐르는 전개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설경구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기 보다.. 아이의 눈에 그렇게 보였던거 아닐까요.. (지금, 감독은 아빠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어린 시절을 기억할 때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뜬금없으리만치 토막 토막을 기억하듯 아이(감독)도 그러하겠지요.. 그래서 영화 초반이 그러하듯, 후반에도 그렇게 토막 토막 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2009.11.0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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