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반기, 블록버스터들이 자취를 감춘 이 시점에 피터 잭슨이 제작에 참여한 저예산 SF [디스트릭트 9]이 엄청난 화제다. 비록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북미 시장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닐 브롬캄프의 이름을 내세우기가 꺼림직하다는 건 일면 이해가 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닐 브롬캄프라는 이름만으로도 [디스트릭트 9]은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닐 브롬캄프는 X-BOX 게임기의 킬러 타이틀인 '헤일로'의 실사판 감독으로서 피터 잭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심한 부침을 겪었던 [헤일로]의 제작단계에서 피터 잭슨은 브롬캄프 없이 [헤일로]의 영화화를 진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고, 실제 닐이 참여했던 '헤일로 3'의 프로모션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당시 팬들은 경이적인 눈초리로 그의 솜씨를 넋놓고 바라봤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이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닐 브롬캄프가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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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헤일로]의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자 피터 잭슨과 닐 브롬캄프는 즉각 [디스트릭트 9]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디스트릭트 9]이 사실상 닐 브롬캄프가 만든 데뷔작의 리메이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디스트릭트 9]은 닐 브롬캄프의 공식적인 장편영화 데뷔작이지만 그는 이미 2005년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라는 6분짜리 단편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바로 이 작품이 닐과 피터 잭슨을 이어주었고, [디스트릭트 9]이라는 기념비적인 데뷔작의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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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에는 [디스트릭트 9]에 사용된 모든 기본적인 골조가 담겨있다. 영화의 배경은 브롬캄프의 고향인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로, 외계인들이 타고온 UFO가 상공에 정박한 상태다. 그곳에서 지구로 귀화한 외계인들이 인간 사회에 동화되어 난민처럼 살고 있다는 설정 또한 [디스트릭트 9]과 동일하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풍자성도 두드러진다. 영화는 모두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고, 심지어 [디스트릭트 9]의 하이라이트였던 탑승형 로봇의 프로토 타입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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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멘토] 이전에 [미행]이라는 중편영화로 유사한 패턴의 습작을 연출했듯이 당시 나이 27세의 CG 디자이너 닐 브롬캄프가 발표한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는 사실상 [디스트릭트 9]의 쌍둥이와 다름없는 작품이다. 엄밀히 말해 [디스트릭트 9]은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전자오락같은 액션과 몇가지 디테일을 추가한 상업적 완성본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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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아공의 흑인들과 인터뷰하는 장면들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실제 주민들과의 인터뷰로서 이 작품이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면서도 더욱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남아공의 영화감독 샬토 코플리가 이 작품에 제작자로 참여함과 동시에 배우로서도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의 인연 덕분에 신인급 연기자임에도 [디스트릭트 9]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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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는 어떻게 고작 3편의 단편영화 연출 경험만 가진 젊은이가 겨우 3천만 달러의 저예산(이는 [디 워] 제작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으로 [디스트릭트 9]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확실히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py Film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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