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화 장르의 주류로 떠올랐던 판타지 영화의 팬들은 이제 어디에 희망을 둬야 할지 고민이다.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해리 포터] 시리즈로 대변되던 판타지 영화의 열풍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 정점을 이룬 이래 하향 곡선을 그리며 적당한 후계자를 찾는데 실패한 듯 보인다.
세계 3대 판타지 문학 중 하나인 C.S. 루이스 원작의 [나니아 연대기]가 그나마 희망이 되는 듯 했으나 2편인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의 실패로 시리즈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지의 제왕]의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가 야심차게 준비한 필립 풀먼 원작의 '그의 어두운 물질 (His Dark Materials)' 3부작은 [황금 나침반]으로 초반부터 체면을 구기는 바람에 아예 3부작의 논의 자체가 백지화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나마 [해리 포터]가 아직 건재하긴 하지만 초반만큼의 화제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뤽 베송 감독이 '아더와 미니모이'를 계획한건 이러한 판타지 열풍이 시작될 무렵인 1999년이었다. 앞마당에 사는 요정 이야기를 구상하던 그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세우기 시작했고, 과연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뤽 베송은 완벽한 3D가 아닌 실사로 시작하길 원했는데, 결코 녹록치 않은 작업이 될 이 영화의 규모와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파일럿 필름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 때가 2001년. 비교적 만족스러운 파일럿 필름의 결과물로 가능성을 확인한 제작진은 본격적인 제작일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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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스튜디오 건물을 확보한 그들은 곧 2D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했고, 본격적인 영화화의 착수와 더불어 뤽 베송은 '아더와 미니모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한다. 한동안 자신의 영화를 선보이지 않았던 프랑스 영화계의 최고 흥행감독이 내놓은 이 판타지 소설은 유럽지역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영화의 성공에 대한 제작진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사실 사람들은 프랑스의 흥행감독 뤽 베송이 [잔다르크]이후 한동안 연출에서 손을 뗀 채 제작자로만 이름을 올리는 이유를 의아해 했지만 그는 [아더와 미니모이]의 연출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비록 애니메이션 파트를 완성시키는 것이 1차적인 과제이긴 했으나 애니메이션의 연출에 있어서 캐릭터의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를 생동감있게 표현하기 위해 뤽 베송은 직접 대역배우들을 데려다가 실제 연기에 버금가는 레퍼런스 샷(Reference Shoot)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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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애니메이션의 마무리 단계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완성시킨 [엔젤-A]로 건재함을 알린 그는 드디어 미국으로 건너가 [아더와 미니모이]의 본격적인 실사 파트 촬영을 재개해 영화화에 박차를 가했다. 무려 5년의 시간동안 350명의 전문인력, 총 700명의 스탭과 배우가 동원되었고 제작비 8600만 달러가 투입된 [아더와 미니모이]는 프랑스만이 아니라 전 유럽의 초기대작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아스테릭스: 미션 올림픽 게임 Asterix At The Olympic Games]이 나오기 전까지 프랑스 영화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완성된 [아더와 미니모이:비밀 원정대의 출정](이하: 아더와 미니모이)은 총 4부작으로 완성된 원작 소설 중 1권인 '미니모이 세계를 찾아서'와 2권 '금지된 대륙'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이 애초부터 영화화를 목표로 쓰여진 작품이니 만큼 [아더와 미니모이]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원작에 충실한, 아니 충실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뤽 베송은 자신이 창조한 텍스트안의 세계를 시각화 시키는데 자신의 뛰어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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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 돈벌러 나가 있는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 소년 (사실 이 설정은 뤽 베송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기도 하다). 모험가였지만 현재는 실종된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소년이 채권자들의 독촉 때문에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할아버지가 숨겨놨다는 보물을 찾아 2mm 크기의 미니모이들이 살고 있는 소인국으로 떠난다는 이야기의 이 영화는 대략의 시놉시스를 통해 눈치챘겠지만 도식적이고 뻔한 플롯에 비약적인 진행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전부라고 볼 순 없다. 실사와 CG가 적절한 수준으로 배합된 이 작품속에서 인간과 미니모이가 공존하는 현실속 판타지의 세계를 구현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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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 남짓의 모습이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불과 2mm 크기의 모습이 되었을 때 너무나도 해야할 일이 많아진다는 아이러니는 [아더와 미니모이]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다. 아마도 173cm의 키인 뤽 베송은 남자의 키따윈 절대로 '루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뤽 베송 만세다.
확실히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뻔하디 뻔한 동화속 내용을 완성시켜 나가는 영화의 실험적 형태다. 실사와 CG 애니메이션이 절묘하게 배합된 [아더와 미니모이]는 어린 시절, 누구나 상상해 봤음직한 동화속 세상의 훌륭한 구현체로서 가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최소화 시켰다.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 CG 캐릭터의 사용 또한 [반지의 제왕]에서의 골룸 못지 않은 존재감을 얻어 실사에 버금가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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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같은 CG 캐릭터의 생동감있는 연출은 성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로버트 드 니로와 하비 케이텔 ([비열한 거리 Mean Street]의 두 사람이라니!), 데이빗 보위, 스눕 독 등 세계적인 배우와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각 캐릭터들마다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20대 초반의 젊은 언니 모습을 한 히로인, 셀레니아 공주는 무려 50대를 넘긴 마돈나가 성우를 맡았는데, 실제 나이와는 도저히 매칭되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목소리로 관객들을 끌어당기니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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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스눕 독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맥스라는 캐릭터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뤽 베송이 처음부터 스눕 독을 염두에 둔 유일한 맞춤 캐릭터다. 영화상에서 보여지는 3D 캐릭터의 리드미컬하게 느물거리는 움직임은 실제 스눕 독의 제스쳐와 거의 100% 일치한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프레디 하이모어의 경우 실사 파트에서는 배우로서, CG 파트에서는 성우로서 중책을 감당해야 했음에도 무난한 연기력으로 헐리우드의 아역 배우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미아 패로우의 할머니 연기도 왠지 모를 반가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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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하이모어에 대한 제작진의 신뢰는 대단히 두텁다. 어린아이다운 천진함과 배우로서의 근성을 모두 지닌 아역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프레디는 이 모든 것을 갖춘 진짜 배우였다. 같이 공연한 미아 패로우는 '아이가 아니라 동료배우와 일한 기분'이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아더와 미니모이]는 분명 [반지의 제왕]과 비교될 만한 성질의 판타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뤽 베송 특유의 스피디한 편집으로 인해 적당한 난이도의 긴장감을 갖췄으며, 이와 더불어 무난한 스토리 그리고 동화적 상상력이 강점인 가족 오락영화로서 저연령층 아이를 둔 부모들로서는 부담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아쉽게도 [아더와 미니모이]는 아웃케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DVD콜렉터들에게는 다소 야속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나마 2Disk 버전으로 출시되어 풍부한 서플먼트를 제공해 주고 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클리어 케이스의 내부에는 양면으로 인쇄된 표지의 안쪽 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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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와 미니모이]는 땅속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니만큼 어두운 배경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DVD의 특성상 암부 표현력에 있어 다소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애니메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본 작품에서 유리처럼 선명한 화면과 화사한 색상 표현을 확실히 드러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딱히 화면 노이즈나 지글거림 등의 오류는 찾아볼 수 없고, DVD의 평균적인 화질을 놓고 보면 대체로 훌륭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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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중시하는 관객에게 있어 최고로 각광받는 DTS 트랙이 없음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말라. [아더와 미니모이]는 어쩌면 이보다 더 반가운 한국어 더빙이 돌비 디지털 5.1로 수록되어 있다! 영어권 성우들의 더빙이 워낙에 레전드급 구성원들이라 일반적인 관객들은 영어 더빙으로 감상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한국어 더빙이 진리다.
명색이 판타지 장르이니 만큼 활극적인 요소가 제법 많은 작품임으로 미니모이 마을의 습격하는 말타자르의 비행편대 공습씬이나 후반부 자동차 탈출씬 등 에서는 제법 깨끗하게 분리된 5.1 사운드를 들려준다.
별도의 서플먼트 디스크가 따로 제공될 정도로 많은 부가영상이 제공된다. 먼저 약 30분 정도의 제작과정에서는 [아더와 미니모이]의 초기제작부터 완성단계까지 거쳐왔던 일련의 과정들을 연도별로 나누어 설명된다. 뤽 베송 감독을 비롯한 현장 스탭들 그리고 실사파트에 참여한 배우들이 나와 촬영현장의 모습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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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프랑스에서 진행된 더빙 과정 역시 흥미롭다. 아쉽게도 더빙에 참여한 마돈나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거물급(?) 인사들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프레디 하이모어나 스눕 독, 안소니 앤더슨 등의 더빙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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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프리미어 현장의 순간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자료다. 장 르노, 양자경 등 한국 관객에도 익숙한 인물들이 참여한 각국의 프리미어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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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쥬얼, 스눕 독, 엘리야의 뮤직 비디오와 아더와의 가상 캐릭터 인터뷰, 삭제 장면 등 풍부한 서플들을 다 감상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테니 언제 하루 날을 잡아놓고 천천히 감상하길 권한다.
한국에서는 무려 3년이나 지각개봉하는 바람에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아더와 미니모이]는 제법 흥미로운 영화다. 비록 눈높이가 저연령층에 맞추어진 탓에 영화컨텐츠의 주 소비층인 2,30대의 입맛에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유럽시장의 대성공과는 달리 북미시장에서는 냉담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모두에게 환영받을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뜻이지겠만 5년에 걸친 제작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임을 부인할 순 없다.
전 유럽지역에서의 흥행여파로 올 하반기에 2편인 [아더와 말타자르의 복수]가, 그리고 내년 2010년에는 3편인 [아더와 두 세계의 전쟁]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니 과연 프랑스의 조지 루카스를 꿈꾸는 뤽 베송의 야심찬 3부작에서 관객들은 어쩌면 판타지 영화의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는지도 모르겠다.
* 2009.11.19 DVD Prime에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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