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이 무려 12년만에 내놓은 신작 [아바타]는 여러모로 기대작일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흥행작 [타이타닉]으로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11개 부문 수상으로 [벤허]와 역대 최대수상의 타이기록을 가진 그가 장장 12년이라는 공백을 가질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무리 기대치를 억누르려 해도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이 가진 영화의 브랜드 효과는 일반 감독이 가진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리라.
실제 [아바타]를 보고 나온 이 시점에서 이 작품에 딱 맞는 표현 한가지를 고르자면 이거다. '압도적이다'. 그래,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아바타]는 압도적인 작품이다. 우선 첫 화면에서부터 보여지는 영화의 디테일은 도저히 한번의 관람만으로 수용하기에 벅찰만큼 방대하다. 카메론이라는 작자가 절대 한 장면도 여벌로 만들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관객들은 기를 쓰며 눈을 부릅떠보지만 이내 그것이 무모한 도전임을 깨닫는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저 눈 가는대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첫 관람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가 미지의 신세계인 판도라에 도착하면서 느끼게 되는 설레임의 감정은 마치 극중 캐릭터와 관객을 '링크'시키는 것처럼 동일한 호흡이 되어 관객들에게 동화된다. 설리번이 아바타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신체를 리모트 컨트롤하면서 느끼게 되는 신기함과 호기심만큼이나 관객들은 3D 입체영화라는 미지의 기술에 대한 첫 경험, 그리고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거쳐 완성된 카메론의 21세기 첫작품을 감상한다는 두근거림에 빠져든다.
초반 제이크가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에게 훈련받는 이야기의 전개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이 부분이 영화상에서 대단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감정선의 일치를 잘 이끌어낸 감독의 영리한 계산 덕분이다. 관객들이 [아바타]를 통해 느끼는 경험은 마치 신세계에 발을 딛는 듯한 유사한 흥분과 전율이다.
여기에 초반부터 형형색색 신비로운 색체감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시각적 현란함도 충분히 제몫을 다한다. 단언컨데 영화의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상으로 인해 압도된 것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랭루즈]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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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CG의 연출과 3D 입체영상의 조화는 이 작품의 내용이 어떠한지 제쳐두고라도 [아바타]라는 작품이 영화사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영화 테크놀러지에 관한한 늘 그 누구보다 한발 앞선 카메론이기에 풀 CG에 초점을 맞춘 [아바타]가 기존 영화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건 어느정도 예상했건만 CG 캐릭터가 실제 배우를 압도하는 연기와 액션을 선보이리라고는 내 눈으로 직접 보기전엔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확신한다. 카메론이라면 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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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바타]의 비하인드 스토리 컬럼을 쓰면서 예측했던 것처럼 [아바타]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진부하며, 기존에도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카메론이 안전한 길을 선택한 듯 하다. [아바타]는 [포카혼타스]의 이야기에 [늑대와 춤을]을 적절히 섞어놓았고, 여기에 네이티브 인디언들의 샤머니즘 사상과 기독교의 메시아적인 요소를 혼합한 영웅담을 만들어 놓았다. 내러티브 자체가 너무나도 전형적인 것이어서 일부 논란이 되었던 '콜 미 조'의 표절논란 따윈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심정이다.
이토록 한치앞이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건만 [아바타]는 지루하지 않다. 압도적인 화면과 기술력이 눈에 띄는 단점을 전부 커버하고도 남지만 허점투성이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그럴싸한 SF 서사극으로 포장한 카메론의 각본또한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그런면에서 볼때 [아바타]는 전형적인 제임스 카메론식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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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나는 카메론의 최고작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똑같은 대답이 나온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어떤 이는 [터미네이터]를 꼽기도 하고 어떤 이는 [타이타닉]을, 또 어떤 이는 [어비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이번에도 [아바타]가 제임스 카메론의 일생일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반론이 만만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누군가의 눈에는 [아바타]가 카메론의 최고작으로 여겨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입체영상의 생동감, 후반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카메론식 액션의 물량공세는 2시간 40분의 시간이 언제 지나갔느냐는 듯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 경악스러운 기술적 완성도에 감탄하는 한편, 완벽주의자인 카메론이 이처럼 기막힌 비주얼을 선보이기 위해 아이구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스탭을 잡았을고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 촬영장의 독재자와 함께 했을 이름모를 수많은 스탭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P.S:
1.모 극장이 아이맥스관의 티켓 가격을 16000원으로 기습인상하는 통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긴 했다만 [아바타]만큼은 3D 아이맥스 관람이 진리다. 정 아이맥스가 부담된다면 돈을 더 주더라도 3D 디지털 상영관을 사수하도록. 설마 [아바타]를 불법 캠버전으로 다운받아 볼 얼간이는 없겠지?
2.카메론이 [배틀 엔젤]을 만든다면 [아바타]의 3D기술을 활용할거라 했는데 이만하면 정말로 [배틀 엔젤]은 어떤 물건이 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을 듯. 모르긴해도 [트랜스포머]에서 느꼈던 충격의 두 배는 되지 않을까.
* [아바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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