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를 못 읽으신 분은 여기로...
2006년이 시작되자마자 카메론은 [아바타]의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누구보다도 영화의 사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그는 단편영화 [Step Into the Third Dimension]에서 각본가로 참여한 바 있는 언어학자 폴 프로머와 함께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 나비(Na'vi)족의 언어와 문화를 구상했다.
CG 캐릭터를 '메인으로' 등장시키겠다는 애초의 계획대로 [아바타]는 CG로 대체한 캐릭터가 실제 배우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예정이었는데, 이를 위해 카메론은 이 분야 최고의 성과를 보여준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팀 웨타 디지털(Weta Digital)과 계약을 맺는다. 이에 더해 카메론과 [터미네이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스탠 윈스턴이 전체적인 영화의 디자인을 돕기위해 참여하는데 동의했다. 바야흐로 특수효과를 위한 '드림팀'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탠 윈스턴은 그의 마지막 작업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의 제작이 한창인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일찍이 2005년 카메론은 [아바타]의 파일럿 영상(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테스트용 필름)을 촬영하면서 [반지의 제왕]에 사용된 모션 캡쳐 방식과 [몬스터 하우스]와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사용된 퍼포먼스 캡쳐 방식을 두고 많은 갈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결과적으로 캡쳐한 배우의 움직임을 재작업하지 않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퍼포먼스 캡쳐 방식을 선택하기로 한다.
ⓒ Warner Bros. Pictures/Castle Rock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퍼포먼스 캡쳐방식이 모션 캡쳐보다 유리한 점은 애니메이션 재작업이 필요치 않다는 점도 있지만 실사와 3D 사이의 경계가 비교적 모호하게 표현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카메론이 퍼포먼스 캡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배우의 연기가 고스란히 살아나고 감독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점'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감독한 카메론의 작품들에서 특수효과가 빠지지 않고 사용된 것은 사실이나 기술의 발달을 위해 제작을 보류할 정도로 CG 기술이 주 관심사가 된 작품은 [아바타]가 처음이었다. 완벽주의자 카메론이 CGI를 메인으로 삼겠다고 한 이상 [아바타]가 기존의 CG영화들과 차별성을 띌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는데, 그는 특별히 [아바타]의 제작을 위해 14개월에 걸쳐 기존의 퍼포먼스 캡쳐 방식보다 월등히 향상된 기능의 장비개발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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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모션 퍼포먼스 캡쳐 방식'이다. 이 신기술의 테스트 및 사용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피터 잭슨 같은 쟁쟁한 감독들이 [아바타]의 스튜디오를 찾을 정도였으니 카메론의 영화가 그동안 영화기술 발전에 얼마나 선구적인 역할을 해 왔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제로 촬영장을 방문했던 스티븐 소더버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팬들을 광분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었다.
'내가 [아바타]의 세트장에 다녀와 뭔가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정말 정말 놀라웠다. 그러니까, 젠장맞을 정도로 놀라웠다. (소더버그는 여기서 'It’s the craziest sh*t eve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_-;; ) [아바타]는 기존 영화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RED Digital Cinema. All rights reserved.
또한 [아바타]의 배우 중 한명인 라즈 알론소는 이런 말을 전했다.
'현재 블록버스터가 가진 기술 수준을 1이라고 할 때, [아바타]는 20이 될 것이다'ⓒ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2007년 카메론은 폭스사를 통해 또 하나의 메가톤급 발표를 하게 된다. [아바타]가 초당 24 프레임의 3D 버전으로 제작된다는 것. 그리고 영화의 구성은 40%의 실사와 60%의 CG로 채워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만드는 작품마다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겨온 카메론의 승부처는 이것으로 분명해졌다. CG캐릭터와 3D의 조합이야말로 [아바타]의 두드러진 마케팅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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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캐스팅에 있어서도 카메론의 성향이 분명히 나타났다. 2007년, 카메론은 호주출신의 무명배우 샘 워딩턴을 두 차례의 오디션끝에 [아바타]의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 역으로 낙점한다. 이에 대해 폭스사의 간부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무려 2억 5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메머드급 블록버스터에 호주식 사투리를 쓰는 무명배우를 쓰는 모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카메론의 고집을 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카메론은 샘 워딩턴이야말로 [아바타]의 주인공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첫째, 목소리가 좋다는 점 (이는 CG캐릭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둘째, 젊지만 품행이 바른 배우라는 점, 그리고 가장 큰 이유로 무명이기 때문에 제작비 절감에 아주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이었다. 카메론이 샘 워딩턴을 고집한 덕분에 워딩턴은 은혜(?)에 보답코자 개인교습까지 받아가며 발음을 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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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간 카메론의 성향을 검토해 볼 때 무명배우를 쓴다는 건 그리 놀랄 만한 점은 아니었다. 굳이 예외적인 경우라면 [터미네이터 2]와 [트루 라이즈]에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기용했다는 것인데, 이는 씨퀄의 필요성과 두 사람 사이의 유대관계가 얽힌 경우였고, 심지어 [타이타닉]만 하더라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케이트 윈슬렛 모두 연기력이 받쳐주는 유망주 정도에 불과했다. 실제 디카프리오가 [타이타닉]에 캐스팅 될 무렵 폭스사의 간부들은 심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출연이 확정된 후에 디카프리오가 받은 게런티는 100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은퇴한 해병대 출신 여조종사인 트루디 역에는 헐리우드에서 '여전사'이미지로 알려진 미셸 로드리게즈가 캐스팅되었다. 사실 그녀의 캐스팅은 비단 미셸 로드리게즈가 액션씬에서 제대로 '가오'가 잡히는 몇 안되는 여배우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카메론이 눈여겨 본 부분은 그녀의 연기력이었다. 실제로 카메론이 미셸과 일하기로 결심하게 된건 그녀가 [분노의 질주]나 [레지던트 이블] 같은 액션물에 출연하기 전에 찍은 [걸 파이트]를 보고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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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여전사-엄밀히 말하자면 왕년의 여전사-의 이미지를 가진 또 한명의 배우가 합류하게 되었으니, 그녀는 다름아닌 '리플리' 시고니 위버였다. [에이리언 2] 이후 무려 20년만에 카메론과 함께 작업하게 된 위버는 주인공 제이크의 멘토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녀가 맡은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는 제임스 카메론의 실제 모습과 다름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영화 속에서 제임스 카메론을 연기했다'라고 실토했는데 영화 속 그레이스는 완벽주의자인데다, 밀어붙이길 좋아하고, 어딘지 모르게 '악당같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시고니 위버의 캐스팅은 또 한사람에게 있어서는 악재가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마이클 빈 이었는데, 한때 짐 카메론의 페르소나로 4편의 작품을 연달아 같이해 온 그로서는 삼류로 전락한 자신의 배우 인생에 모처럼의 역전타를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카메론과 세차례의 미팅을 가지며 실제 CG 파트의 3D 영상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카메론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 이유는 일찌감치 캐스팅된 시고니 위버와의 동반 출연으로 인해 관객들이 [에이리언 2]를 떠올릴 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마이클 빈이 맡을 뻔했던 쿼리치 대령 역은 스티븐 랭에게 돌아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티븐 랭은 [에이리언 2]의 제작당시 오디션에서 낙방한 배우 중 한명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꼼꼼한 카메론은 스티븐 랭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아바타]의 캐스팅에 최종 합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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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 중 하나는 미드 [로스트]로 주가를 올린 한국인 배우 김윤진과 관련된 것이다. 이 일화는 카메론이 파일럿 영상을 찍을 당시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순히 프로모션으로 쓰일 파일럿에만 1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영상은 6일간 5분 분량의 영상 2편이 촬영되었는데, 당시 카메론은 김윤진이 헐리우드 캐스팅 보드에서 홍보용으로 사용했던 [단적비연수]의 영상을 보고 그녀를 캐스팅했다.
물론 김윤진은 다른 의미에서도 카메론에게 '특정한 인상'을 남긴 배우였는데, [타이타닉] 개봉당시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탈환했던 작품이 바로 [쉬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메론은 [쉬리]의 DVD를 촬영장에 가져와 김윤진에게 싸인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진은 이 일을 계기로 [아바타]의 네이리티 역으로 정식 캐스팅 리스트에 올랐으나 [로스트]의 촬영 스케줄 문제로 결국 무산되었다. 아마도 [아바타] DVD가 나오면 스페셜 피쳐에서 파일럿 영상 촬영당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윤진의 [아바타] 캐스팅 일화는 [프로젝트 880] 진행 당시 2년간 엠바고에 걸려서 알려지지 않다가 김윤진의 자서전 '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더 상세한 점은 책을 참조할 것.
완벽주의자 카메론은 이번에도 기한을 지키지 않아 폭스의 중역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치밀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2008년 여름에 개봉될 예정이었던 [아바타]는 2009년 5월로 한 차례 연기되었다가 다시 2009년 12월로 또 한번 연기되었다. 이미 2007년에 실사화에 필요한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계속되는 개봉 지연은 후반작업에만 무려 2년을 메달리게 될것이라는 의미였고, 이는 10년만에 내놓는 대작의 완성도에 공을 들인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제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카메론의 '특기(?)'가 되살아 난 것이다.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실제 뉴욕 타임즈에서는 [아바타]에 투입된 제작비가 무려 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기사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폭스사의 '터무니 없는 숫자 (That's ridiculous number)'라고 즉각 반박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그렇다 해도 해당 자료를 통해 폭스측은 자신들의 영화가 '꽤나 비싼 작품 (The movie was quite expensive)'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다수의 보도매체는 [아바타]의 제작비를 약 2억 5천에서 3억 달러 수준으로 짐작했고, 2009년 말에 The Wrap 측은 'Avatar's True Cost'라는 기사에서 2억 37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어쨌거나 제작이 완료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겠다던 카메론은 지난 8월 이례적으로 20분짜리 3D 영상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맛보기 영상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아바타]의 몇몇 장면과 설정이 CG 애니메이션 [델고 Delgo (2008)]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몇몇 사이트에서는 [델고]와 유사한 [아바타]의 공개씬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등 그 파장은 '콜 미 조' 때 보다도 더 심각한 듯 보였다.
Avatar ⓒ 20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Delgo ⓒ Electric Eye Entertainment Corporation/Fathom Studio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아직 이 작품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다. 카메론은 개봉직전까지도 CG의 후반부 작업을 진행중이었으며, 관객들은 올해 마지막 핵폭탄급 블록버스터가 될 [아바타]에 대한 기대치를 불태우고 있다. 불과 7편의 영화만으로 세계 영화계의 정상을 정복한 카메론의 저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관객은 거의 없다. 과연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타이타닉]을 뛰어넘을 역작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어비스]가 될 것인가. 이제 우리는 곧 그 결과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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