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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미약한 수준의 스토리 소개가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전문감독'이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의 구성보다는 영화의 스케일이 먼저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지독한 설정의 오류 투성이인 [인디펜던스 데이]의 메가톤급 히트가 백악관을 박살내는 경이적인 비주얼의 압도감에서 뿜어져 나온 결과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듯이 그의 영화는 언제나 비주얼이 스토리의 단점을 커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투모로우]를 통해 이제야 드라마적 서사구조에 있어서도 제법 맛깔스러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작년 [10000 B.C.]로 그는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가혹하리만큼 혹독한 평가를 감수해야만 했다.

나름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던 [투모로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일까. 이제 절치부심의 자세로 준비한 [2012]는 예고편에서부터 재난 블록버스터의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사실 2009년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웅장한 CG 화면이 압권인 이번 작품은 고작 백악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구 전체를 박살낼 기세로 스크린을 에워싼다. 마치 이 작품이 영화사의 마지막 재난영화라도 될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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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2012]는 재난 블록버스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는 영화다. 단, 스토리를 제외하면.

저 유명한 해양재난영화의 걸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부터 [대지진], [코어], [아마겟돈], [단테스피크] 그리고 에머리히 자신의 작품이었던 [투모로우]까지 [2012]의 비주얼은 역대 내로라하는 재난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모두 끌어다 놓았다.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화산재가 날아들며, 지반이 쩍쩍 갈라지면서 빌딩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파괴장면들은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찔하며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로 쉴새없이 몰아치는 익스트림 CG의 화면을 우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기대치를 여기까지만 맞추어 놓은 관객이라면 더 생각해 볼 것도 없다.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라. [2012]는 영화의 내용을 떠나 극장 사수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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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2012]의 스토리는 기대 이하로 허술하고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못해 진지함 속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아이와 개는 절대 죽이지 않는 헐리우드 영화의 기본적인 공식을 고지식하게 따르는 건 그렇다 치자. 스토리가 얼마나 허술한가하면 아 글쎄 전 세계적인 재앙에 맞춰 대비책을 세우는 미국측 과학자가 달랑 한명 뿐이다.

엔진 하나 달린 경비행기로 고작 4시간짜리 훈련을 받은 의사양반이 불붙은 화산재가 비오듯 쏟아지는 상황에서 다엔진 소형 비행기를 자유자재로 몰더니만 급기야 대형 화물 비행기의 부조종사까지 맡는다. 열거하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이혼한 전처와 그녀의 현남편, 전남편이 함께 다녀야만 하는 쉣스런 상황에서 3자간의 사랑타령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요구하는 건 좀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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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시간 30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를 지탱해줄 클라이막스는 너무 빈약하다. 실컷 잘 부려먹은 캐릭터도 내용상 전개를 위해 거추장스럽다치면 가차없이 제거된다. 감독의 손에 의해. [딥 임팩트]처럼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휴먼드라마로 가기엔 줄거리의 배치가 지나치게 산만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셀링 포인트 (Selling Point)인 비주얼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결국 [2012]는 언제나 그래왔듯 비주얼이 스토리를 압도하는 영화일 수밖에 없다. 감독이 CG의 절반만큼이라도 스토리에 신경을 썼더라면 [2012]는 적어도 [투모로우]급의 대접은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이로써 롤랜드 에머리히의 장단점은 또한번 명확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날이 갈수록 약발을 잃어가는 가운데 단점은 더욱 부각된다는 사실. 역시나 그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 걸작은 [투모로우]로 기억되고 말 가능성이 더 커졌다. [2012]는 분명 재난영화의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지만 마치 상자속에 초콜릿만 가득한 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먹다보면 단맛에 이내 질려버리는 것처럼.


P.S:

1.젠장. [해운대]도 천만 돌파했는데 그까이꺼.

2.결론. 그때는 몰랐는데, 올해의 재난 블록버스터는 [노잉]의 압승이다.

3.주인공 아들의 이름이 '노아'인데, 무슨 의미인지는 아마 알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대홍수'를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가족의 가장이 바로 '노아'다.


* [2012]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olumbia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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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i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제 보고 왔는데, 비쥬얼만 기대하고 갔는데 요소요소에서 조금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긴 하더군요(정말 스토리는 하나도 기대를 안했는데 조금은 놀랐어요)
    올해는 이제 닌자 어쌔신과 셜록 홈즈 정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9.11.13 14:51
  3.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롤감독은 고질라때 부터 기대를 접었다능...
    그나저나 아직 에반게리온 서 디비디 산지 1년이 넘도록 제대로 돌려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 일요일에 한번 봐야 겠군요.
    토이스토리 좋아하는 아들이 좋아하려나? 흠...
    파는 이제 애도 좀 컸는데 마눌더러 애보라고 하고 혼자가면...
    그래도 쫒겨날려나? 흠...

    2009.11.13 18:06
  4. supab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해운대>도 천만돌파했는데 그까이꺼... ㅋㅋㅋㅋ
    이제 <해운대>의 허접한 스토리라인과 성에안차는 CG를 옹호해주던 사람들이 <2012>를 어떻게 까는지 지켜봐야겠군요...
    전 그냥 가끔 영양가생각없이 초콜릿 우적우적 먹는것처럼 아무 기대도 생각도 없이 <2012>볼려구요. 이런거 집에서보면 진짜 쓰레기가될지도몰라서 ㅋ

    2009.11.13 21:46
  5.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기대를 전혀 않하고 봤기때문에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이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봐왔기때문에 어차피 심오한 주제의식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오락적 재미만 기대해서 괜찮게 봤던거같습니다.

    좀 아쉬웠던것은 초반의 자동차 탈출씬부터 화산 폭팔장면은 정말 대단했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점점 그 힘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볼거리로만 밀어붙이던 영화가 볼거리가 아닌 진부한 드라마 위주로 흘러가니 좀 지루했습니다.
    그냥 끝까지 뚝심있게 스펙타클한 물량공세로 나가야만 했다고 봅니다.

    새벾에 봤는데도 관객들이 상당하더군요. 역시 이름값도 있고 예고편의 힘도 컸나봅니다.
    역시 이런 종류의 영화를 한국인들은 정말 좋아하는것같아요.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히트할것같습니다.

    2009.11.14 11:30
  6.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야로 보고 왔습니다.
    리뷰를 쓸 가치를 못 느끼는 슈레귀 급 영화더군요.

    이건 뭐 죽는 사람들도 왜 죽는지 이해도 안 되고, 박진감도 없고... 그냥 싸구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찝찝한 기분 뿐이더군요.

    2009.11.14 18:11 신고
  7.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그런데 말씀하신 부분들은 이야기적 부분이라기보다는 '설정'이라든지 '연출'의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2009.11.14 22:30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평범한 소설가가 절반쯤 미친 예언자(?)를 만나 인류를 구원할 우주선의 존재를 알아내고 우여곡절끝에 중국의 그 넓은 대륙중에서도 하필 방주가 숨어있는 장소에 도착해 그길을 지나가던 밀항자 가족을 우연히 만나 방주에 탑승한다는게 이야기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심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심더.. ㅡㅡ;;

      2009.11.15 18:51 신고
  8. ㅁ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딱 그정도.

    2009.11.15 02:06
  9. Rain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 쿠삭이 불쌍할 뿐........(이런 영화엔 왜 나온거냐......................)

    2009.11.15 15:15
  10. drunkenstei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에 조조로 보고 왔는데요, 잠이 오더군요-_-
    뭐 하나 부서지고 덮치면 눈이 번쩍 뜨이긴 하는데,
    그 사이사이가 좀 많이 지루하더라구요...
    왜이렇게 영화가 긴지;;;;

    이건 뭐 극장에서 보는 거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보기엔 비주얼이 너무 아까운데다 그것 빼고는 별로 볼 것도 없네요;

    2009.11.15 16:53 신고
  11. ikcha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초딩시절의 로망이었던 에어울프 이야기때문에
    블로그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많이 들러서 읽었는데 처음 댓글 남기네요..ㅋ

    저도 페니웨이님 처럼 스토리엔 관심끄고
    CG만 관심을 두니 영화가 재미있어지더군요...ㅋ
    CG외엔 나머지 이야기는 전부 다 지루했던게 사실입니다.

    ps. 그나저나 그 의사양반의 끝이 참 비참했더라는...쩝...

    2009.11.15 20:58
  12.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아라는 이름과 그 역활을 볼때
    이로써 우리는

    작명술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됩니다(응?)


    개와 애만 아니면 얄짤없는 그의 인자함이란... ㄲㄲㄲㄲ

    2009.11.15 21:46
  13. 장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G는 정말 경이적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안봤으면 후회했을 듯..
    아쉬웠던 점은 역시 이야기가 좀.. 아무튼 잭슨 가족의 민폐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을 뻔 했음에도 불구,
    잭슨의 생존을 확인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뭐랄까;;

    왜 2012년인가에 대해서 영화 초반에 고대 마야인들이 달력을 그렇게 만든 이유나 주역, 웹봇에 대해 보다 흥미롭게 이야기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노잉이나 팬도럼 보다는 확실히 엄청난 영상을 영화 내내 보여주기는 하지만 기대가 커서 그런지 많이 아쉬웠습니다.

    2009.11.15 23:49 신고
  14. bluew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데체... 어떻게 중국 애들이 시스템을 설계했기에...
    문이 닫히지 않으면 메인 스크류를 돌릴 수 없는 걸까요?

    혹시 그 문 하나를 닫기 위해 배의 전체 동력을 다 동원하고 있어야 한다....??
    그나마 미약하게 유지되던 몰입감이 한순간에 증발하게 만들어줬다는.. ㅋㅋ

    아무리 짜맞추려 설정을 좀 왜곡한다고 해도 이건 해도 너무한 듯.

    2009.11.16 01:55
  15. Dr.B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엔 우디해럴슨 팬은 없나보군요.
    DP에서는 그래도
    옐로우 스톤에서 날라가신
    우디해럴슨과
    대니글로버 옹의 연기는 좋았다고 하던데..

    2009.11.16 02:26
  16. yo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어가서 기대가 없어선지 볼만했었습니다만... 보면서 참 고질라나 디워스러운 스토리 라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CG는 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았음 아이맥스극장에서 상영한다면 한번쯤 더 봐줄용의도 있다는..

    2009.11.17 17:36
  17. 새우카레덮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잉못봤는데 ㅠ
    갑자기 막 땡기는군요 ㅎㅎ

    2009.11.20 11:30 신고
  18.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짜표가 있어서 샤롯데에서 누워서(!) 봤지요.
    그나마 극장에서 보아서 좀 나은 듯 싶긴 하지만,
    스토리는 정말. -_-;
    저는 투모러우도 그냥 그랬어요.
    앞으로도 공짜표 아니면 안갈 듯.

    2009.11.23 10:40
  19. 유부초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모로우'가 평단의 환영을 받은 데에는 대통령을 죽인 것이 컸대요.
    특히나 부시 인기가 하늘을 쳐다만 보던 시절이니...

    2009.11.25 10:15
  20.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상대로의 영화인가봅니다.^^
    언젠가 제 친구 왈, "에머리히는 진정 재난영화의 거장이 아닐 수 없다. 그 자체가 영화계의 재앙이니까"
    라고 했었지요. 이게 <투머로우> 때 저와 제 친구가 합의 본 내용이었으니, 그보다도 스토리가 더
    안습인 <2012>에 이르러서는 그를 "디재스터 마스터"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ㅎㅎㅎ

    2009.11.25 15:02
  21. 테디스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2는... 왠지 놀이공원 4D입체영화로 보면 대박일 것 같은 느낌이 상당하더군요..ㅎㅎ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만 후반 30분가서 아니다 싶은 시퀸스를 보여주더니
    그저그런 영화로 남아버렸네요... 에휴.. 그 영웅주의만 아니면 좋았을거늘...

    2009.12.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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