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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그리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장르가 된 것은. 즐겨보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봤자 고작 '동물의 왕국' 정도나 떠올렸던 시절은 이젠 먼 과거의 일일뿐,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상업장르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EBS에서 매년 개최하는 EIDF나 [살아있는 지구]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대작급 작품이 제작되는 등 이제 다큐멘터리는 당당한 영화의 메인 장르의 하나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로 소재고갈에 시달리며 뻔한 도식적 내용의 반복이 계속되는, 그러면서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그 정도를 훌쩍 넘어선 일반 상업영화에 염증이 난 관객들에게 있어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짜증을 한방에 날려줄 만한 청량제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화씨 911], [불편한 진실], [지구] 등 극장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던 대부분의 해외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국내 다큐는 사실상 극장상영까지 가는 경우가 전무하다. 이는 관객층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인지도면에 있어서도 해외 다큐에 비해 불리한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이번 독립영화 상영관 인디스페이스에 자리를 얻어 겨우 세상에 존재를 알린 [워낭소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시골 농촌에 사는 한 노부부와 40년을 함께 한 소와의 교감을 그린 [워낭소리]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질만으로도 돈을 버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석기시대적 이야기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시대의 농경생활에 대한 일종의 비망록 같은 작품이다.

ⓒ 스튜디오 느림보 All Rights Reserved.


40년을 밭에서 함께 일했음에도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했던 소가 죽기전까지 묵묵히 주인을 위해 일만하고 눈을 감기까지의 과정이 주는 여운은 주로 논리와 이성에 근거한 서양식 다큐멘터리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독특한 매력이다. '쌔빠지게 일만하다' 눈을 감는 소와 할아버지의 공생관계를 단지 사람과 소, 주인과 종의 관계를 떠나 생명과 생명이 만나 한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로서의 시각으로 조명한 이 작품의 스토리 텔링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하며 감동적이다.

ⓒ 스튜디오 느림보 All Rights Reserved.


늘 일이 많아 투덜대는 할머니의 푸념속에는 고된 삶의 연속에서 깨우친 해학과 유머가 스며있으며, 그렇기에 악역아닌 악역을 맡은 할머니의 캐릭터는 다큐멘터리를 더욱 값지고 흥미롭게 이끄는 역할을 한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소를 부려먹고, 할머니에겐 항상 퉁명스런 할아버지의 묵묵한 모습에서는 소와 함께 9남매를 키워낸 한 가장의 고집스런 집념과 소에 대한 말없는 애정을 느끼게 된다.

[워낭소리]의 클라이막스는 소의 죽음과 동시에 그 소가 죽기직전 할아버지를 위해 짊어졌던 어마어마한 양의 장작더미를 비출 때다. 죽기까지 주인에게 충실했던 소의 죽음이 할아버지에겐 얼마나 큰 상실감이었겠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서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 해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

ⓒ 스튜디오 느림보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워낭소리]는 개봉 첫주 좌석 점유율 1위의 이변을 연출하더니, 이후 개봉관을 20여개로 확대해가며 입소문 마케팅의 저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영화사의 물량공세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관객들의 평가만으로 지명도를 높힌 [워낭소리]의 성과는 이후 국내 다큐멘터리 시장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삶과 죽음. 그 무게감이 더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테마이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시리도록 싸한 감동으로 풀어낸 [워낭소리]는 필자로의 졸필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맛이 담겨있다. 오히려 이것저것 불필요한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 작품에 대한 진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걸작이란 바로 이런것이다.


상영관 인디 스페이스의 [워낭소리] 작품해설 바로가기

* [워낭소리]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스튜디오 느림보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워낭소리 SE + 워낭소리 미니북 - 10점
이충렬 감독, 이삼순 외 출연/아인스엠앤엠(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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