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은 포스터에서 풍겨오는 분위기하며 실존 무술인의 이야기를 영화화 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2006년작 [무인 곽원갑]의 연장선에 놓인 영화다. 굳이 다른 점을 찾으라면 이야기의 대상이 곽원갑이 아닌 엽문이라는 사람이며, 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이연걸이 아닌 견자단이라는 점일뿐 일제 강점기의 항일사상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그러나 1960년대 장철, 호금전의 작품들에서 활약한 왕우, 강대위의 무협영화에서 1970년대의 이소룡, 그리고 1980년대를 수놓은 성룡의 코믹액션물을 거쳐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이연걸의 [황비홍]으로 꾸준한 변화와 발전을 거쳤듯, [엽문]은 기존 홍콩무술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내러티브와 절제된 영상미로 거품을 줄인 작품이다.
줄거리는 그다지 색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엽문]에는 고수들의 1:1 대결, 도장깨기, 수련장면, 끝까지 비굴하게 나오는 홍콩영화 특유의 악당과 그 패거리 등 기존 무술영화에 담긴 요소들이 모두 담겨있다.
ⓒ KEOWON Film co. LTD.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비교적 노멀한 스토리 속에서도 [엽문]을 돋보이게 하는 건 바로 견자단의 존재감이다. 그는 파워풀하면서도 품위있는 액션으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는데,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10 :1의 대련 시퀀스와 마지막 일본 장교와의 1:1 대결씬은 근래에 보아온 권격영화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명품액션'을 선보인다. 간간히 와이어에 의존한 일부 장면들이 살짝 눈에 띄긴해도 이러한 사소한 점은 무시해도 좋을만큼 동선의 배치나 액션의 사실성이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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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을 견자단의 영화가 아닌 '이소룡이 존경한 단 한사람'이라는 메인카피로 홍보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자타가 공인하는 무술실력을 갖췄음에도 동시대의 이연걸에 비해 유독 평가절하 되어있는 견자단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아마도 그가 처음 이름을 알린 [철마류]가 [황비홍]의 인기에 편승해 등장한 아류작의 느낌을 주는 데다가 [황비홍 2]에서는 이연걸에게 패하는 악당으로 등장한 결과 아직도 2인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리라.
40대 중반을 넘어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30대 청년을 연상케하는 외모와 강철같은 근육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이제 어느정도 안정적인 연기력도 갖췄음을 보여주는 [엽문]을 기점으로해서 견자단이 한 시대의 홍콩 무술영화를 이끈 아이콘으로 기억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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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깔끔한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흥행성공에 고무된 [엽문]의 제작진은 이 작품을 3부작으로 만들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으며, 아직 확정적인 것은 아니나 아마도 다음 작품에서는 엽문과 그의 수제자 중 하나인 이소룡의 에피소드를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한다.
* [엽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KEOWON Film co. LTD.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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