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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프리터 - 건조한 느낌의 고품격 스릴러

페니웨이™ 2009. 1.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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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는 슬픔을 끝내는데 있어 소극적인 방법일뿐이다 -

 

* 주의! :본 리뷰에서는 '인터프리터'의 스토리가 일부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작품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리뷰를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시드니 폴락의 작품세계  


얼마전 타계한 시드니 폴락의 작품 세계를 보면 드라마에서부터 스릴러,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그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드라마를 통해 아카데미를 석권하는 저력을 보여준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야망의 함정 (The Firm)]을 끝으로 하향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랜덤하트]의 참패로 한동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그는 6년만에 [인터프리터]라는 작품으로 다시 메가폰을 쥐게 되었는데 개봉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선전을 하여 다시금 그가 건재함을 과시하게 되었다.

ⓒ Working Title Films/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양한 장르에서 솜씨를 인정받은 시드니 폴락 감독


사실 시드니 폴락을 드라마 전문감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필모 그래피를 살펴보면 많지는 않으나 [콘돌 (3days of the Condor)], [야망의 함정]등의 스릴러물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왔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제 소개할 [인터프리터]역시 정치적 성격을 담은 스릴러물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특히나 타이틀롤을 맡은 니콜 키드만이 인기절정을 달리는 유명 여배우라는 사실을 뒤로 하고라도, 명배우 숀 펜이 그간 드라마와 작품성 짙은 영화에 출연해 왔던 것에 비해 이러한 상업성 영화의 비밀요원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무척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관객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다.


 

    스토리 소개  


아프리카의 한 나라, 모토부. 두 명의 백인과 한명의 흑인이 낡은 경기장에서 누군가와 접선을 기다리고 있다. 한 명은 차에 남고 나머지 두 명이 경기장에 들어가 접선자를 기다리는 순간, 그들을 안내하던 소년들이 그들을 향해 돌연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무대는 바뀌어 미국의 UN본부. 미모의 실비아 블룸 (니콜 키드만 분)이라는 여성은 UN에서 통역을 담당하는 동시통역사이다. 어느날 놔두고 간 소지품을 찾으러 밤늦은 시간에 자신의 통역실을 찾게 된 실비아는 모투부의 대통령이자 유혈정치로 지탄받고 있는 닥터 쥬와니의 암살기도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된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자신이 들은 사실을 신고하는 실비아. 그러나 그녀가 아프리카계 시민권자이며 과거 무력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는 과격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주장은 외면당한다.

ⓒ Working Title Films/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비아의 신고로 사건에 개입하게 된 연방요원 토빈 켈러 (숀 펜 분)는 실비아가 거짓 신고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비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위험이 이 사건에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해 낸다. 뒤이어 실비아가 직접적인 협박을 받는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을 수사할수록 실비아와 이 암살사건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음이 밝혀지자 켈러 요원은 실비아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실비아를 습격한 괴한의 정체를 쫓아 작전을 개시한 연방요원들은 폭탄테러라는 극악의 상황에 직면해 요원 한명을 잃게 되고, 암살자의 정체와 그를 뒤에서 사주한 배후 세력을 밝히는 것에 대한 실마리조차 찾을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닥터 쥬와니의 방미일자가 다가오고 그의 경호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켈러는 드디어 이 암살 음모에 담겨진 진짜 의도를 알게 되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는 정치 스릴러  


[인터프리터]는 액션이 풍부하지도, 그렇다고 화끈한 로맨스가 등장하지도 않는 매우 건조한 느낌의 영화다. 암살기도라는 사건에 연루된 거대한 음모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과정이 정통 스릴러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시드니 폴락 감독 특유의 드라마적 구성이 군데군데 엿보이는 독특한 스릴러 물임에는 틀림없다. 이미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을 수상한 두 배우의 열연도 물론이거니와, 촬영을 담당한 다리우스 콘쥐의 멋진 영상미 또한 작품의 완성도에 일조하고 있다.

ⓒ Working Title Films/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역시 다리우스 콘쥐!' 라는 느낌을 주는 최고의 영상미


다만 결말 부분의 마무리가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그다지 큰 임팩트나 반전없이 끝맺음을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긴 해도, 명감독과 명배우들의 이름에 걸맞은 품위를 떨어뜨리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매력적인 남녀가 음모에 맞서지만 그들 사이에 로맨스는 배제되어 있으며, UN본부를 중심으로한 배경이라는 사실은 여러모로[피스메이커]를 연상시키나, 그만큼의 박력과 액션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인터프리터]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색체가 가미된 스릴러물이며,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최대한의 긴장감을 이끌어낸 노장의 원숙미가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개봉당시 평론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으며 흥행호조를 기록한 것도 이 영화가 지닌 매력을 대변하는 것이 될 것이다.


ⓒ Working Title Films/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세월이 흐를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니콜 키드만과 우수에 찬 눈빛을 잃지 않는 숀 펜의 만남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보는이에 따라서는 이 영화가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복되는 얘기겠지만 최근 헐리우드 영화가 가진 강렬한 액션과 현란한 편집같은 눈요기가 이 영화에서는 고스란히 빠져있다. 대신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의 섬세함, 그리고 은근히 옥죄어 오는 긴장감이 영화전반에 녹아 있으니, 그런 분위기를 차분히 만끽할 수 있는 스릴러 팬이라면 한번쯤 권해보고 싶은 영화다.


* [인터프리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orking Title Films/ Universal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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