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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87

[블루레이] 그린 존 - 현장감 탁월한 전쟁 스릴러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 [엘라의 계곡], [허트 로커] 등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이었던 이라크전의 상흔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근래들어 꽤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심지어 [페르시아의 왕자]조차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은유적으로 빗대어 표현하지 않았는가. 뒤늦게나마 자기반성의 의미로 미국의 치부를 스스로 밝히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이라크전 관련 영화들이 흥행에 있어서는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진실을 정면으로 주시하기에 거북한 소재라는 방증이 아닐까. 캐서린 비글로우의 [허트 로커]가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 석권의 대형 호재를 가지고도 큰 힘을 쓰지 못한 걸 보면 어쩌면 이라크전은 영원히 미국인들의 '불편한..

영화/ㄱ 2010.09.07

뮬란: 전사의 귀환 - 지루한 중국 구국신화의 재생산

남장여인의 구국영웅신화를 노래한 중국 북방지역의 목란시(木蘭詩)는 이미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접한 우리에게 있어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징집당한 효녀 뮬란이 전장에서 승승장구 활약하며 나라를 구한 이 이야기는 대표적인 금녀지대로 인식되는 병영에서의 고된 생활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여자라는 정체성이 탄로날까 노심초사하는 뮬란의 심정으로부터 극적인 재미를 느낄만한 흥미로운 설화다. 자국의 유명한 이야기를 헐리우드에서 먼저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대만의 47부작 드라마 [화목란]은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른 뮬란의 모습과 일생을 묘사하며 값싼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설화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영화/ㅁ 2010.09.03

골든 슬럼버 - 인간적 매력이 살아 숨쉬는 감성 스릴러

폐차직전의 코롤라 자동차 안에서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시동을 건다. 어렵사리 시동이 걸리자 남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시동이 걸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를 수 있는거냐...' 도대체 무엇이 이 남자를 이렇게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골든 슬럼버]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피쉬 스토리]에 이어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세 번째 작품이다. 2년전 아이돌 스타를 괴한으로부터 구출해 온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가 하루아침에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된 택배사원의 도주극을 그린 [골든 슬럼버]는 흔히 볼 수 있는 헐리우드 영화의 '도망자'식 플롯을 채택하고 있지만 영화가 주는 느낌과 접근방식은 사뭇 다르다. 영화는 누명 쓴 주인공의 도주극이 ..

영화/ㄱ 2010.08.26

[블루레이] 프레데터 얼티밋 헌터 에디션 - 복합 장르의 묘미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냉전시대의 산물로 전락한 실베스터 스텔론의 [록키 4]가 개봉된 지 몇 달 후에 헐리우드에는 한가지 유머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록키 발보아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지구상에 더는 없으므로 5번째 작품에서는 외계인과 싸워야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각본가인 짐 토마스, 존 토마스 형제는 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를 바탕으로 각본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작업한 작품의 타이틀은 '사냥꾼 Hunter'이었는데 각본의 내용이 리처드 코넬의 '가장 위험한 게임 The Most Dangerous Game'에 나오는 헌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1985년, 이들은 20세기 폭스 사의 건물에 숨어들어 한 간부의 사무실 문틈으로 완성된 각본을 밀어넣고 잽싸..

영화/ㅍ 2010.08.24

카이지 - 감정이입에 실패한 원작만화의 영화화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원작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는 도박에 인생을 담보로 건 한 니트족 젊은이의 몰락과 기사회생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 작품이다. 엉성하면서도 뾰족한 코가 특징인 그림체에 울먹거리는 캐릭터들의 표정, 그리고 '술렁'이라는 의성어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본 작품은 '데스 노트'나 '라이어 게임' 같이 심리묘사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인기만화들의 수순대로 2007년에는 [역경무뢰 카이지]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컨버전 되었고, 뒤를 이어 실사판 [카이지]가 제작되기에 이른다. 그간 수없이 많은 원작만화의 영화화가 이루어 졌음에도 큰 각광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카이지]의 경우에는 그 우려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원작의 포인트인 심리묘사를 영화..

영화/ㅋ 2010.08.18

피아니스트 - 당신은 살아있음을 감사하는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쉰들러 리스트]를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극을 다룬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아카데미 작품상의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까. 1,100명의 유태인을 나치 치하의 폴란드에서 구출해 낸 한 독일인 사업가의 이야기를 그린 [쉰들러 리스트]는 애초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홀로코스트를 실제로 경험했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던 작품이었다. 이때 로만 폴란스키는 아우슈비츠에서 어머니가 죽음을 당했던 자신의 개인사와 너무 민감하게 결부된 작품이라고 판단해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스필버그 스스로가 [쥬라기 공원]과 함께 동시에 연출을 진행했던 [쉰들러 리스트]는 스필버그 특유의 감상적인 휴머니즘이 담긴 시각으로 홀로코스트를 조명한 영화로서 그 해 아카데미 7개..

영화/ㅍ 2010.08.05

인셉션 - 장자, 프로이트,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우선 이거 한가지만 말하고 시작하자. 유난히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2010 여름시즌의 무료함을 한방에 날려준 [인셉션]은 현 시점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얘기 말이다. [다크 나이트]로 범접할 수 없는 블록버스터의 예술적 경지를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셉션]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잘만든 작품이다. [인셉션]의 간략한 시놉시스를 접한 분이나 필자가 쓴 비하인드 스토리 컬럼을 보신 분들이라면 본 작품이 인간의 꿈을 다룬,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일종의 사이버펑크 장르에 기초해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이 말은 [인셉션]이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 [다크 시티]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봐왔던 익숙한 컨셉의 영화라는 뜻이다. 이렇듯 [인셉션]이 ..

영화/ㅇ 2010.07.22

이끼 - 강우석 감독의 가장 그럴듯한 상업영화

먼저 이 점부터 분명히 밝혀야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는게 사실이다. 그를 충무로의 흥행메이커로 만들어준 [투캅스]가 프랑스의 빅 히트작 [마이 뉴 파트너]를 노골적으로 베낀 작품이었음에도 '단지 참고만 했을뿐 표절은 아니'라는 강우석 감독의 뻔뻔함에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후로 그가 추구하는 상업영화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무언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연재초반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이끼'의 영화화를 강우석 감독이 맡겠다고 했을 때 몰려든 절망감의 이유 말이다. 아직 영화가 발표도 안된 상황에서 작품에 대해 미리 선입견을 갖는 것만큼 나쁜건 없다만 그래도 개봉을 기다리는 내내 원작의..

영화/ㅇ 2010.07.15

맨발의 꿈 - 스포츠가 지닌 가치에 눈뜨다

세계 전역을 들끓게 한 월드컵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정사상 첫 16강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고 비록 8강의 문턱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축구를 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 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이기고 남을 떨어뜨려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게 스포츠 경기라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포츠의 참맛은 남을 이기는 데 있는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에 있다고 말이지요. 전 세계가 주목하고 하나되어 자웅을 겨루는 순간만큼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 순간을 즐기는 모두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군요. 이제 소개할 [맨발의 꿈]은 스포츠가 지닌 진정한 힘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축구..

영화/ㅁ 2010.07.01

청설 - 사랑, 말하지 못해도 느낄 수 있는 것

사랑과 꿈은 기적이다. 듣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번역 없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언니는 청각장애인이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수영선수입니다. 날마다 수영장에 찾아가 언니를 독려하는 그녀는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어느날 수영장에 한 청년이 도시락을 배달하러 옵니다. 그는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자매의 모습을 본 순간 한눈에 동생에게 반해버립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마침 이 청년은 수화를 할 줄 아는 청년이었고, 결국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됩니다. 청각장애인과 평범한 청년의 사랑을 담은 [청설]은 정말 사랑스러운 청춘영화입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중화권 영화도 제법 쓸..

영화/ㅊ 201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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