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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우선 이거 한가지만 말하고 시작하자. 유난히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2010 여름시즌의 무료함을 한방에 날려준 [인셉션]은 현 시점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얘기 말이다. [다크 나이트]로 범접할 수 없는 블록버스터의 예술적 경지를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셉션]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잘만든 작품이다.

[인셉션]의 간략한 시놉시스를 접한 분이나 필자가 쓴 비하인드 스토리 컬럼을 보신 분들이라면 본 작품이 인간의 꿈을 다룬,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일종의 사이버펑크 장르에 기초해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이 말은 [인셉션]이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 [다크 시티]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봐왔던 익숙한 컨셉의 영화라는 뜻이다. 이렇듯 [인셉션]이 가진 핸디캡은 새롭지 않은, 기존의 것에서 무언가 신선한 것을 도출해내야하는 지극히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놀란 감독은 관객들이 진부함의 늪에서 허우적대기는커녕 화면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만큼 새롭고, 강렬한 재미를 선사한다. 벌써부터 [인셉션]이 [다크 나이트]를 능가한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인셉션]이 이토록 흥미로울 수 있는 이유는 놀란이 초창기때 이미 보여준 특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억하는가? [미행], [메멘토]의 충격적인 반전을. 그것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 작품들의 진짜 묘미는 시나리오에 있는 것이 아닌, 놀랄만큼 뛰어난 교차편집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도 순차적인 편집을 한 작품을 시간상의 흐름으로 보자면 이들 영화가 실은 잘 정돈된 내러티브에 약간 독특한 영화적 설정들이 한 두 개 첨가되어 있을 뿐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인셉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자의 호접몽이래 프로이트를 거쳐 수없이 반복된 익숙한 설정들과 논리적으로 적당히 잘 구성된 플롯을 바탕으로 이중, 삼중으로 중첩된 무의식의 세계를 교묘히 편집, 관객들의 사고력을 자극하는 퍼즐기법으로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함없이 이끌어 간다. 여기에 시각적 쾌감을 전달하는 스펙터클과 상상력을 극대화한 무대가 더해져 영화는 한층 그럴듯한 블록버스터의 모양새를 갖췄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여기저기에 뿌려놓은 떡밥들과 영화적 장치들, 그리고 화면을 가득 메우는 엄청난 양의 정보량 덕택에 관객들은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인셉션]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가이드북이 따로 존재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놀란의 이번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확실히 [인셉션]이 극장을 두 번 세 번 찾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사적인 구조면에서 [다크 나이트]를 능가하는가 하면 글쎄.. 분명한건 [인셉션]은 서사보다 기교에 조금 더 치중한 작품이라는 거다. (물론 [인셉션]이 [다크 나이트]에 비견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엄청난 결과다)

배우들의 매력이나 연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공교롭게도 올해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인 [셔터 아일랜드]의 캐릭터와 여러면에서 겹치는데, 오히려 이 점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더 쉽게 만들었다. 한층 젊어진 히스 레저를 연상시키는 조셉 고든-레빗은 [인셉션]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그의 카리스마와 발군의 연기력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한층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라 확신한다. 그 외에도 꽤나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엘렌 페이지, 톰 하디, 켄 와타나베 등 팀을 이루는 모든 캐릭터는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놀란의 말처럼 [인셉션]은 한 편의 훌륭한 하이스트 무비[각주:1]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크 나이트]가 슈퍼히어로물에 범죄느와르를 접목시킨 걸작이었다면 [인셉션]은 SF에 철학적 두뇌유희를 첨가한 또하나의 걸작이다. 이로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편의 역작을 추가하게 되었다. 그것이 각본부터 제작까지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 이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그와 같은 시대에 숨쉬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 페니웨이™


P.S:

1.[매트릭스]? 훗!

2.엔딩씬에서의 극장내 반응은 거의 한결 같을 듯. '아놔' 아니면. '아!'

3.[인셉션]에는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말 특이한 작품.

4.탕헤르에서의 추격전은 박진감 넘치지만 [본 얼티메이텀]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5.레오가 맡은 주인공의 이름 코브는 [미행]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이다.

6.영화 초반 아키텍트로 등장한 루카스 하스는 조셉 고든-레빗과 [브릭]에서 한차례 공연한 바 있다.

7.박지훈 번역. 장인을 어떻게 아버지로 번역하나.. 덕분에 황모 평론가는 '뒤틀린 부자관계의 음각'이라는 장황설을 늘어놓았다가 뻘줌해졌다. ㅡㅡ;;


본 리뷰는 2010.7.23. 야후 코리아의 메인 페이지에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 관련 리뷰 : 크리스토퍼 놀란, 저예산 영화에서 헐리우드의 정상까지


* [인셉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1. 일명 강탈극. [오션스 11]시리즈나 [이탈리안 잡] 등의 영화가 본 장르에 속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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