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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2 - 어벤저스를 위한 값비싼 예고편

페니웨이™ 2010. 5. 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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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스토리가 문제였다. [다크 나이트]급의 돌연변이 걸작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스파이더맨 2], [인크레더블 헐크], [슈퍼맨 2: 도너컷], [엑스맨 2] 등 유독 속편에 강세를 보여왔던 슈퍼히어로물의 전통에 비추어 볼때 [아이언맨 2]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마블 코믹스의 팬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포만감을 안겨주었던 전작의 완성도를 놓고 보면 적어도 속편은 이보다 낫거나 최소한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언맨 2]의 초반 1/3, 모나코의 레이싱 경기장에서 위플래시와 토니 스타크가 첫 대면을 하는 순간까지의 느낌은 그러니까.. 정말 좋다. 팔라듐 코어의 부작용으로 점차 죽어가는 토니 스타크의 고뇌와 코어 원천기술을 토니의 부친인 하워드에게 빼앗긴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복수를 맹세한 위플래시의 탄생과정은 흥미롭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다. 토니의 개인적인 번뇌를 지나치게 부각하다 보니 스토리는 점차 궤도를 벗어나 버린다. 토니에게서 아이언맨 타입2 슈트를 강탈해 스스로 워머신이 되는 제임스 로드의 행동은 설득력이 없다못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하다. 마치 '배트맨'에 로빈이 등장하면 영화가 망하듯, 워머신의 등장을 지나치게 서두른 감이 있다. 팬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무리하게 사이드킥을 등장시키느라 극의 전반적인 모양새를 망쳐서야 되겠는가. 이쯤되면 속편에서 로드 역으로 출연하길 고사한 테렌스 하워드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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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tainment/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샘 록웰과 미키 루크라는 개성만점의 배우들을 불러다가 평면적인 악역을 연기시킨건 또 어떠한가. 2인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군수업체의 CEO를 연기한 샘 록웰은 이런 소인배 역할을 맡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배우다. 한때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으로도 고려된 적이 있는 만큼 그에게는 더 나은 배역을 따낼 자격이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런 시시한 악당임에도 샘 록웰이었기에 결과적으로는 영화상에서 그나마 가장 맛깔스런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아이언맨의 실질적인 적수인 위플래시다. 아이언맨 코어의 원천 기술을 소유했지만 스타크 가문과는 달리 몰락의 길을 걸었던 러시아 과학자의 분노는 [아이언맨 2]라는 하나의 큰 세계관에서 보자면 개인적 원한이라는 작은 틀안에 이야기를 묶어놓는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세계정복과 같은 통상적인 야심가형 악당에 비하자면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무려 '세계평화에 이바지한' 아이언맨의 적수가 되기엔 스케일이 너무 작지 않은가. 모름지기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려거든 상대인 토니 역시 그에 상응하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가져야 이야기가 통하는 법. (팀 버튼의 [배트맨] 1편을 참고할 것) [더 레슬러]로 모처럼 재기에 성공한 미키 루크는 몇해 전 그가 출연한 [스톰 브레이커]에서의 악역에서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한 느낌이랄까. 악역을 위한 악역, 이건 미키 루크 개인의 연기력으로도 어찌하지 못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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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tainment/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무엇보다 [아이언맨 2]는 본편보다는 사족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한 작품이다. 전편의 깔끔한 쿠키씬으로 마블 덕후들을 떡실신시켰던 실드 국장 닉 퓨리의 비중이 쓸데없이 늘어나 극의 흐름을 늘어뜨리며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은 분명 시원시원하고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액션씬으로 팬서비스를 선사하지만 이 모든 게 [어벤저스]를 위한 포석치고는 [아이언맨 2]의 자리를 너무 빼앗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결국 [아이언맨 2]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껄덕대기 좋아하고 나르시즘에 빠진 토니 스타크를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존재감이다. 전편보다 약간 더 나이를 먹은 듯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그에게서는 유쾌한 히어로 아이언맨의 본성이 살아있으며 시기적절한 유머와 애드립으로 배우로서의 매력을 한껏 품어낸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강한 존재감으로 인해 그가 출연한 다른 영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오히려 걱정될 정도인데 이미 [셜록 홈즈]를 통해 관객들은 19세기로 돌아간 토니 스타크의 모습을 한번 봐왔던 터라, 다우니 개인에게 있어서도 토니 스타크의 잔영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이 느껴질 듯 하다. 물론 그건 그때가서의 일이겠지만. (한때 본인 스스로도 [아이언맨]에 출연할 수만 있다면 몇편이라도 찍겠노라고 호언장담했으니 상관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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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tainment/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물론 존 파브루 감독만의 장점도 있다. 적어도 그는 쓸데없이 액션을 남발하진 않았다. 1편에 비해 더 커지고 화려해진 액션장면을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드라마와 액션의 비중을 조절하는 전체적인 골격 자체는 균형있게 잘 갖춰 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너무 쉽게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화려함에 비하면 놀랄만큼 긴장감이 떨어지는데다 마지막 보스전마저 결정적인 한방없이 시시하게 끝나 버려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뭔가 마무리가 안된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문제다. 혹자는 오락영화에서 볼거리만 확실하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의 블록버스터들은 CG기술의 평준화로 인해 스케일로 승부하는 비주얼의 매력에 점차 한계를 느끼고 있다. [허트 로커]를 보라. 이젠 오락영화도 드라마로 승부해야 먹히는 세상이지 않은가.

결국 [아이언맨 2]는 소재나 배우, 그리고 아이언맨이 지닌 브랜드적인 가치를 모두 갖추고도 만족스런 결과를 내놓지 못한 영화다. [어벤저스]라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욕심은 능히 짐작이 가나, 그렇다고 영화 한편을 [어벤저스]의 예고편 정도로 보이게 만들면 곤란하다. 이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돌려야 할지 아님 이번에 교체된 각본가 저스틴 서룩스에 돌려야 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P.S: 극강 츤데레 페퍼 여사만세.




* [아이언맨 2]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arvel Entertainment/Paramount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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