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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78

네 번 - 만물의 순환과 일생을 암시하는 예술영화

영화 [네 번]은 상업영화 위주로 판이 짜여진 한국 극장가에서 정말 보기 드문 예술영화다. 사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유명 배우가 나오길 하나, 감독이 낯익기라도 하나. 제목부터 독특한 [네 번]이 관객몰이를 목표로 개봉을 감행한 건 분명 아닐 터, 일단은 수입사의 과감한 개봉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네 번]은 말하자면 세미 다큐멘터리식 연출을 보여준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으며 하다못해 BGM도 없는 건조한 연출이 예술영화적인 느낌을 짙게 드리운다. 눈치빠른 관객은 알겠지만 ‘네 번’은 인간을 포함한 네 가지 사물의 순환과 일생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교회의 먼지가루가 자신의 기침에 특효약이 될거라 믿는 노인 목동, 처음 들판으로 나가 길을 잃는 염소새끼, ..

영화/ㄴ 2011.10.28

7광구 - 허울뿐인 한국식 블록버스터의 허상

영화 [7광구]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런 영화 만들 수 있다', '크리처물이 헐리우드의 전유물이더냐'. 뭐 이런 치기어린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니까요. 실제로 처음에 영화를 딱 돌려보는 순간 ‘이건 헐리우드 영화로구먼’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다보면 [에이리언], [괴물 The Thing], [레릭], [레비아탄] 등 어디선가 많이 봤던 일련의 크리처물들이 팍팍 떠오릅니다. 그만큼 도식적이고 기성품의 냄새가 진동하는 영화란 얘기지요. (이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답게 캐스팅도 막강합니다. 여전사 이미지가 확실한데다,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 상승세를 탄 하지원을 비롯해 [추노]의 오지호, 국민배우 안성기, 여기에 감초 조연..

영화/#~Z 2011.10.26

[블루레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초심으로 돌아간 모범적인 리부트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원작이 된 코믹스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판타스틱 4'와 만나게 된다. 1960년대 초, 마블코믹스의 발행인인 마틴 굿맨과 창작상의 이견으로 인해 작품활동의 중단까지 고려했던 스탠 리는 때마침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팀 플레이'를 하는 슈퍼히어로물 '판타스틱 4'를 발표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의욕을 상실했던 스탠 리에게 있어 '판타스틱 4'는 신선한 자극제였는데, 비단 팀으로 활동하는 히어로의 설정 외에도 주인공들이 얻게 된 초인적 능력이 단순한 축복이 아닌 저주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면모를 선보인 작품이 되었다. 결국 사..

영화/ㅇ 2011.10.24

트롤 사냥꾼 - 모큐멘터리의 또다른 가능성

[블레어 윗치]의 대성공 이후 카메라 한대와 무명배우만으로 승부를 거는 이른바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붐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섰던게 바로 [클로버필드]였죠. 돈이 적게 드는 장르인 만큼 단점도 많은데, 가장 큰 관건은 저렴해 보이는 화면과 고만고만한 소재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파라노멀 액티비티]같이 표현양식을 바꾼 경우도 있겠지만 핸드헬드로 정신없이 흔들어 대는 화면에서 무언가 현실적인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끝장이니까요. 노르웨이산 괴수물(?) [트롤 헌터]는 그런 면에서 꽤 영민한 선택을 한 작품입니다. 전설 혹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트롤을 소재로 현실 속에 실재하는 괴생명체와 이를 정리하는 사냥꾼,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는 정부의 음모론 같은..

영화/ㅌ 2011.10.17

리얼 스틸 - 나는 복서다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자로 알려진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소설 '스틸'을 각색한 [리얼 스틸]은 로봇을 매게로 소원했던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화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리얼 스틸]의 홍보자료를 본 관객이라면 [트랜스포머]의 짝퉁 내지는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대전게임 같은 소재에 로봇만 입혀놓은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사실 [트랜스포머]가 등장한 이래 이런 유사 로봇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사라졌다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겁니다. 역시나 관객은 볼거리보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영화에 이끌리게 되어 있고 올 여름 [트랜스포머 3]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그러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리얼 스틸]은 그러한 선입견에서 살짝 빗겨가는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액션 블록버스터인데, ..

영화/ㄹ 2011.10.14

도가니 - 외면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

처음 [도가니]의 원작소설을 접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때의 찝찝하고도 더러운 느낌은 한동안 계속 되었지요.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영화로 나온다면 정말 감상하기 힘들거란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글로 접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만약 이를 화면에서 직접적으로 보고 받게 될 정서적 충격은 몇배나 더할 테니까 말이죠. 영화는 가상도시 무진의 자애학원에 부임하는 한 교사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거액의 후원금 명목으로 뒷돈을 대며 교직을 얻게 되었지만 어딘지 이상한 학교내의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인권단체의 간사와 함께 학교내의 거대한 권력에 맞서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내맘대로 되던가요. 곧 이뤄질 것 처럼 보이던 정의의 실현은 점점 멀어져가고..

영화/ㄷ 2011.09.23

[DVD] 휴먼 플래닛 -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 지구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 스스로 삶을 개척해 온 단 하나의 생명체가 있다. 바로... 인류다. 다큐멘터리 명가로서 영국의 BBC가 가진 신뢰도는 마치 애니메이션계의 픽사만큼이나 절대적이다. 결코 인위적인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연출력, 어지간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뛰어넘는 스케일, 그러면서도 깨알같은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BBC의 자연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녔다. 올 여름, KBS를 통해 방영된 바 있는 [휴먼 플래닛]은 BBC가 제작한 또 하나의 야심작으로 제작기간만 4년, 제작비 16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특히 '휴먼 플래닛'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인간의 생태에 대해 ..

영화/ㅎ 2011.09.15

[블루레이]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 무한동력의 아드레날린 무비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1955년 로저 코먼 사단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 [The Fast and the Furious]에서 제목의 라이센스를 따온 [분노의 질주]는 바이브 매거진에 실린 뉴욕 스트리트 레이싱에 관한 켄 리의 기사에 바탕을 둔 범죄 스릴러물로서 말하자면 [폭풍속으로]의 레이싱 버전이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빈 디젤과 폴 워커, 미셸 로드리게즈 등 당시로서는 신선한 느낌을 선사한 주연배우들의 매력과 속도감 넘치는 내러티브로 인기를 끈 이 작품이 10년 이상 이어지는 장수 프랜차이즈가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실제로 [분노의 질주]가 나온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빈 디젤의 공백이 절실히 와닿은 관계로 '흑역사'취급을 받게된 존 싱글턴의 2편에 이어 아..

영화/ㅂ 2011.09.05

푸른소금 - 때깔좋은 로맨틱 느와르 코미디

[푸른소금]은 전통적으로 국산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추석시즌에 가장 주목받을만한 요소들을 갖춘 영화입니다. 국민배우 송강호가 선택한 작품인데다, 모처럼 신세경이 자신의 네임벨류를 시험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조연들의 라인업이 빠방한데, 이종혁, 천정명, 김뢰하, 김민준, 윤여정, 오달수, 이경영 등 이 많은 배우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의아해질만큼 무게감이 느껴지는 캐스팅입니다. 게다가 이현승 감독이 [시월애] 이후 거의 10년만에 들고 나타난 작품이기도 하죠. 근데 영화를 보기 전부터 파악하기 힘든 점이 있었는데, 바로 이 영화의 메인 장르가 뭐냐 하는 겁니다. 예고편이나 달랑 하나 만들어진 포스터만 가지고는 이게 액션인지, 멜로인지, 아님 그 흔한 조폭물인지 당췌 감을 잡기가 힘들더군요. '아저씨...

영화/ㅍ 2011.09.02

[블루레이] 아멜리에 - 기발한 동화적 상상력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에이리언 4]로 애매모호한 헐리우드 외유를 마친 장 피에르 주네는 다시 모국으로 돌아와 프랑스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 [아멜리에]를 내놓는다. 그렇게 올해로 [아멜리에]가 세상에 나온지도 10년째다. 팀 버튼 만큼이나 자기 색깔이 강한 장 피에르 주네의 이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오드리 토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동화책 속에서 갓 튀어나온듯한 마스크의 소유자인 오드리는 [아멜리에]에서 엉뚱하고 4차원적인 캐릭터의 특징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그간 기괴한 컬트풍의 색채를 선보였던 장 피에르 주네 역시 [아멜리에]를 통해 화사하고 블링블링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영화/ㅇ 201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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