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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 너무나도 착한 결말의 스포츠 영화

페니웨이™ 2011. 1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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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올 한해 극장가에서 접한 야구영화만 이것으로 네편째입니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  김상진 감독의 [투혼],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 [머니볼]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퍼펙트 게임]까지 의외로 많은 야구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국내에서 야구영화가 성공했던건 1986년작 [이장호의 외인구단]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 경우도 영화의 원작인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의 후광을 입어서였지 영화적인 완성도가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작품은 [슈퍼스타 감사용]이었는데, 평단의 평가도 그렇고 제작사에서 엄청나게 공을 들였지만 흥행에서는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확실히 이만하면 한국극장가에서 야구영화 징크스가 있다고 할만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퍼펙트 게임]의 개봉은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슈퍼스타 감사용]와 비슷하게 실존 프로팀의 선수들을 소재로 삼았고, 다루는 시대배경 또한 1980년대 군사정권의 그 시절이니까요. 다만 [슈퍼스타 감사용]이 루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퍼펙트 게임]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최동원과 선동열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나온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퍼펙트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평생에 걸쳐 세 차례 마운드에서 만났던 최동원, 선동열의 숙명적인 라이벌전입니다. 그들은 국가대표시절 선후배 관계로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영화상에서는 꽤나 친근했던 사이로 묘사됩니다. 다만 최동원이 전설적인 에이스로서의 시대를 마감할 즈음에 떠오르는 에이스가 된 선동열의 위치 때문인지 야구선수로서의 두 사람은 다소 껄끄럽다고 할 수 있겠죠. 최동원은 예전같지 않은 몸상태로 인한 자괴감으로, 선동열은 자신이 롤모델로 삼았던 대선배에 대한 콤플렉스로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밀리언 스토리 /다세포클럽/ 동아수출공사 /롯데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두 사람의 개인적인 고뇌만을 깊게 다뤄도 영화는 충분히 할 이야기가 넘쳐 흐릅니다. 그런데 [퍼펙트 게임]은 여기서 조금 더 오버하기 시작합니다. 가령 1980년대의 시대상을 다루기 위해 부산과 광주의 구태연한 지역감정을 끌어들이는 것이나, 정말 쓰잘데기 없는 여기자 캐릭터를 갖다 넣는다든지, 최동원의 스승 혹은 가상의 선수들을 만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곁다리로 집어넣는 등 말이죠.

그래서인지 초반부의 전개는 많이 산만합니다. 조금은 지루하기까지 하죠. 특히 여기자가 나오는 씬은 통째로 들어내도 이야기에 지장이 없을 만큼 불필요하게 느껴집니다. 그보다는 최동원과 선동열에게 좀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야기가 얼추 정리되면 영화는 흥미진진해집니다. 시합장면은 박진감이 넘치고 저 같이 경기결과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던 관객이라면 두 사람의 시합이 어떤 결말로 가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지요.

하지만 결말의 선택은 그리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 너무 교훈적이고, 너무 신파적이에요. 그리고 너무 착하죠. 세상에 이렇게 착한 스포츠 영화의 결말은 난생 처음 봅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록키]나 [슈퍼스타 감사용] 같은 결말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편입니다만 어쨌거나 결말은 역사적 사실이니 이미 나와있는 것이라 치더라도 그걸 화면에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오그라든다 이말이죠.

실존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는 괜찮습니다. 양동근은 적당히 양동근스런 모습에 선동열을 덧입혔고, 조승우는 역시나 배역에 충실한 성실함을 보여줍니다. 감초 역할로 나온 조연배우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롯데팀 감독으로 출연한 이도경은 간만에 빵터지는 연기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듭니다. 물론 너무나 상투적이라 맘에 안드는 배역들도 있습니다만.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퍼펙트 게임]은 웰메이드급 스포츠 영화는 아닙니다. 여전히 스포츠 장르영화로서는 조금 허술한 면이 있고 이야기의 진행에 적지 않은 약점이 보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의 풍경을 꽤 디테일하게 구성했으며, 한국 프로야구의 도약기를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게는 추억 마케팅면에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릴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대개 이런 경우는 흥행에서 큰 성적으로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되는군요.


P.S:

1.이도경씨와 양동근은 같은 소속사인가요? 은근히 같이 출연하는 영화가 많군요.

2.거의 자학적인 수준으로 볼을 던지는 두 선수의 모습을 보는 내내 한국 프로야구, 아니 한국에서 스포츠를 하는 모든 운동선수들에 대한 선수 보호시스템의 부재를 연상시켜서 마음 한편이 씁쓸하더군요,

3.역시 저에게 있어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는 선동열도 최동원도 아닌 박철순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 그러니까 선동열이 마운드를 장악할 시기에는 어찌된 일인지 야구에 대한 관심이 식어서 지금까지도 그리 큰 관심을 갖고 보지는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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