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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소금 - 때깔좋은 로맨틱 느와르 코미디

영화/ㅍ 2011. 9. 2. 09:00 Posted by 페니웨이™


 





 


[푸른소금]은 전통적으로 국산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추석시즌에 가장 주목받을만한 요소들을 갖춘 영화입니다. 국민배우 송강호가 선택한 작품인데다, 모처럼 신세경이 자신의 네임벨류를 시험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조연들의 라인업이 빠방한데, 이종혁, 천정명, 김뢰하, 김민준, 윤여정, 오달수, 이경영 등 이 많은 배우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의아해질만큼 무게감이 느껴지는 캐스팅입니다. 게다가 이현승 감독이 [시월애] 이후 거의 10년만에 들고 나타난 작품이기도 하죠.

근데 영화를 보기 전부터 파악하기 힘든 점이 있었는데, 바로 이 영화의 메인 장르가 뭐냐 하는 겁니다. 예고편이나 달랑 하나 만들어진 포스터만 가지고는 이게 액션인지, 멜로인지, 아님 그 흔한 조폭물인지 당췌 감을 잡기가 힘들더군요. '아저씨... 미안', '괜찮아, 너라면' 같은 손발 오그라드는 카피문구로 유추해보면 대충 감이 안오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뭔가 좀 독특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더란 말이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당황스러울 정도로 묘한 장르의 잡탕찌개입니다. 먼저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은퇴한 조직의 실력자와 이를 감시하러 파견된 아가씨가 서로에게 이끌리다가 일이 살짝 꼬이는 바람에 남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여자는 여자대로 자꾸 코너에 몰리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죽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진부하기 이를데 없어요.

ⓒ 스튜디오 블루/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사실 송강호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이름을 봐서라도 이 영화가 캐릭터만큼은 엄청 신경을 썼을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보기좋게 그 예상을 빗나가더군요. 송강호는 영화의 유머를 담당하는 주축입니다. 기존에 쌓아놓은 이미지를 재활용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딱히 캐릭터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뜻이죠. 물론 멋있는 인물로 보이기 위해서 노력은 했습니다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영화의 비주얼에 침식되어 버리는 어이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맙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순가련의 이미지를 벗고 짙은 스모키 화장에 보이시한 차림으로 모처럼 센 역할을 맡나 싶었던 신세경 역시 겉모양만 터프할뿐 실체는 아련한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일 뿐입니다. 그냥 화보 속 모델같은 이미지랄까요. 혹시나 기라성같은 조연들이 뭔가 해줄거란 기대는 버리는게 낫습니다.

진부한 스토리에 전형적인 캐릭터, 여기에 심하게 불친절한 편집이 가세하면서 영화는 불안정한 흐름을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아, 솔직히 편집의 불안함은 개인적으로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살해위협에 노출된 남자와 그를 제거해야 하는 여자의 위험한 멜로라인은 이러한 불안한 편집으로 인해 훨씬 더 위태로운 감정선을 증폭시키는데 유리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이 영화에서 그것까지 계산하고 일부러 편집을 그렇게 한게 아니라는 것이지만.

ⓒ 스튜디오 블루/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푸른소금]은 설익은 영화를 무지막지한 비주얼로 때우려는 꼼수를 부립니다. 솔직히 인정합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지금까지 나온 한국영화에서 탑10안에 들 정도로 잘 빠졌습니다. 어느 한 컷만 따로 떼어 액자에 걸어놔도 그림이 나올만큼 때깔이 좋습니다. [그대안의 블루], [시월애]만 보더라도 이현승 감독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가는 비주얼리스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화면빨 하나만큼은 예술입니다. 그러나 보기좋은 음식이 꼭 맛있는건 아니지요.

그러다보니 영화가 굉장히 아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좋은 비주얼을 소화할만큼 영화적 구성이 성숙하고 세련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요. 차라리 몇몇 캐릭터를 빼고, 이야기의 부피를 축소한 뒤 좀 더 짜임새있는 구조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중경삼림]에 필적하는 여성 킬러의 멜로극이 나올수도 있었어요. 또는 영화의 유머를 제거하고 진지한 느와르로 갔더라면 흥행은 어땠을지 몰라도 모처럼 스타일이 살아있는 범죄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쌍팔년도식 신파극이 되었다가 일순간 스나이퍼 액션물이 되었다가 다시 조폭 코미디로 휙휙 바뀌는 장르적 혼합은 실험적이라고 박수를 쳐주기엔 너무 속내가 들여다보입니다. 그냥 안전하게 가려다보니 중심을 잃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영화를 '때깔좋은 로맨틱 느와르 코미디'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장르는 규정된 바도 없고, 제 멋대로 붙인 겁니다. 장면 장면은 분명 재미있고, 우아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각각 떼어놓은 이 장면들을 하나로 합칠때 그리 좋은 모양새가 나오지 않는다는데 있지요. 그나마 한국영화에서 이만큼의 탐미적인 장면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만족해야 할려나요. 여튼 참... 아깝습니다.

 

P.S:

1.개인적으로 신세경을 좋아합니다. 근데 참 이 배우가 희안한게, 우울한 표정보다 웃을때 표정이 더 안 이쁜 배우라는 거죠. 어쩌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비극적 결말은 신세경의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걸지도.

2.엔딩은 정말이지... 난 반댈세!

3.아이폰 앱인 WeWhere는 확실한 PPL이 되겠더군요. 영화가 성공한다는 가정하에요.

4.송강호가 자신의 걸작 [살인의 추억]의 유명한 대사를 오마주한 장면이 나옵니다.

5.천정명은 역시나 그 꽃미남같은 얼굴이 장애물인가 봅니다. 얼굴에 칼자국하나 낸다고 조폭의 포스가 나오는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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