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심하긴 한가 봅니다. 대놓고 이런 영화를 만드니 말입니다. [타워 하이스트]는 월가의 부도덕한 거물의 집에 침입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상류층 사람들만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더 타워’의 직원들은 아파트의 주민대표이자 저명한 큰 손인 쇼(앨런 알다 분)를 믿고 연금을 비롯한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뭐 직원들 동의없이 이런 짓을 한 사람은 지배인인 조시(벤 스틸러 분)이지만요. 그런데 알고보니 쇼란 양반, 투자금을 홀랑 다 날리고는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연방정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입니다. 자신들의 모든 재산을 잃을 지경에 놓은 이들은 쇼가 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을 털기 위해 쇼의 펜트하우스에 침입할 계획을 세우게 되지요.
자고로 하이스트 무비의 성공여부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구성된) 캐릭터들의 개성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류의 작품중 상업적인 완성도가 가장 탁월한 모범은 당연히 [오션스 일레븐]이 되겠고, 보다 교과서적인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데이빗 마멧의 [하이스트]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공식을 가지고 잘 빠진 장르물을 만든다는 게 쉬운일은 아닙니다. 오션스 시리즈만 봐도 같은 감독에 같은 캐스팅이지만 1편과 2,3편의 갭이 엄청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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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하이스트]는 뭐랄까요, 딱히 파격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연출을 맡은 브렛 래트너 감독의 특성을 간과할 순 없겠죠. 지독히도 모험하길 싫어하는 감독이니 이번에도 그냥 무난하게 가려한 듯 합니다. 벤 스틸러나 에디 머피, 캐시 애플렉 등 현역중에서는 그래도 인지도 높은 배우들과 티아 레오니, 매튜 브로데릭 같은 한물 간 배우들까지 얼추 구색은 맞춰놨는데,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각 구성원들간의 갈등이나 뭐 그런 복잡한 설정없이 그저 여기저기서 크래딧에 올리기 위해 끼워맞추기 식으로 데려다 놓고 연기를 시킨 느낌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월가에 대한 삐딱한 풍자라도 기대했건만 영화는 이런 좋은 소재를 그저 악당의 성격을 규정하는 설정의 하나로 사용하고는 이내 버립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던 소시민들이자 약자인 도둑들이 부패한 자본가의 집을 터는 행위를 통해 줄 수 있는 대리만족의 규모도 보잘것 없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지요. 영화가 택한 건 그저 에디 머피나 벤 스틸러 같은 코미디 배우들의 개인기나 산만하게 삽입된 좌충우돌의 슬랩스틱 정도인데, 이것만 가지고는 결코 훌륭한 하이스트 무비가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꼴입니다.
결국 [타워 하이스트]는 순간의 헛웃음 외에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채 그들만의 자축으로 막을 내립니다. 너무나도 극의 흐름이 (심지어는 유머의 방향도) 뻔히 예상되는지라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마지막 엔딩마저 이런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공허함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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