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윗치]의 대성공 이후 카메라 한대와 무명배우만으로 승부를 거는 이른바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붐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섰던게 바로 [클로버필드]였죠. 돈이 적게 드는 장르인 만큼 단점도 많은데, 가장 큰 관건은 저렴해 보이는 화면과 고만고만한 소재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파라노멀 액티비티]같이 표현양식을 바꾼 경우도 있겠지만 핸드헬드로 정신없이 흔들어 대는 화면에서 무언가 현실적인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끝장이니까요.
노르웨이산 괴수물(?) [트롤 헌터]는 그런 면에서 꽤 영민한 선택을 한 작품입니다. 전설 혹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트롤을 소재로 현실 속에 실재하는 괴생명체와 이를 정리하는 사냥꾼,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는 정부의 음모론 같은 이야기들이 제법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지요.
이야기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여기저기서 곰으로 추정되는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곰 사냥꾼들 사이에 구전되는 무면허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와 이에 대한 의혹, 그리고 그 의혹을 풀기 위해 사냥꾼을 찾아나선 영화학과 대학생들이 진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표현양식이나 기법 자체는 기존 모큐멘터리와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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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롤 헌터와 함께 트롤을 찾아나서는 여정은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자칫 허황될 수 있는 영화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트롤에 대한 그럴싸한 디테일이 첨가되었거든요. 이를테면 트롤의 약점은 강한 자외선인데, 젊은 트롤은 자외선을 받으면 빵 터지지만, 늙은 트롤은 급격한 혈관 수축으로 석회화된다는 다양한 해석을 늘어놓습니다. 유난히 기독교인의 냄새에 민감하다는 웃지못할 설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이 역시 트롤의 북구신화에 근거한 구전에서 따온 것으로 제법 설득력있게 그려집니다.
이같은 디테일한 설정의 힘은 놀랍습니다. 그리 등장씬이 많은 건 아니지만 꽤 정교하게 묘사된 트롤이 등장할때면 가짜인걸 알면서도 화면에 몰입됩니다. 마지막 거대 트롤과의 사투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괴수영화의 장르적인 묘미도 잘 살려냅니다. 비록 [클로버필드]와 같은 절박함이 묻어나진 않습니다만 모큐멘터리 특유의 현장감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지요.
헐리우드 리메이크가 결정된 만큼 [트롤 헌터]는 모큐멘터리 형식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는 비 헐리우드 계열의 영화들이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려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 하겠습니다.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투박한 저예산 영화의 핸디캡을 나름대로의 장점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서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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