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노천 카페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던 여인에게 비밀스런 쪽지가 전달된다. '경찰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소....기차를 타고, 나와 닮은 남자를 유혹해서 데리고 다니도록 해요'. 여인은 기차에 올라 지시대로 한 남자에게 접근한다. 여자에게는 미행이 따라붙고 느닷없이 나타난 매혹적인 여인에게 이끌린 여행객은 곧이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이고, 대체 왜 이들을 쫓는 것일까?
평범한 남자가 범상치 않은 여인을 만나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는 [투어리스트]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같은해 개봉한 [나잇 앤 데이]에서 성별만 뒤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비슷하다. 물론 이 영화는 단순히 그런 식의 유사품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홍보에서 배제하긴 했지만) 소피 마르소 주연의 2005년작 [안소니 짐머]를 리메이크한 [투어리스트]는 헐리우드 톱스타인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타인의 삶]이란 걸출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적어도 이들의 이름값은 할 만한 리메이크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낳게 한 작품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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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영화는 기대만큼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느슨한 플롯과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 장르물로서 딱히 '이거다!'싶은 요소를 찾아보기 힘든 평범함이 문제였다. 조니 뎁과 졸리, 폴 베타니, 그리고 오랜만에 등장한 '제임스 본드' 티모스 달튼 같은 매력적인 스타들의 향연과 화면가득 펼쳐지는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는 원작이 지닌 스토리의 한계를 벗어나기에 벅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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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본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관람의 초점을 화려한 액션이나 긴장감 넘치는 스릴이 아니라 달콤한 로맨스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사실 관점을 달리하면 [투어리스트]는 제법 괜찮은 데이트용 영화다. 환상적인 베니스의 도시경관 속에서 변죽만 울리듯 치고 빠지는 사랑놀음을 반복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꿈꾸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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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넘쳐나는 카리스마를 최대한 절제한 채 우아하고 품위있는 미소를 잃지 않는 안젤리나 졸리의 여신급 포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팬들에게 있어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거라 믿는다. 아마도 졸리와 조니 뎁, 두 배우가 지닌 명성에 걸맞은 기대치를 가진 관객들에게 있어 영화가 그들이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알프레드 히치콕식 스릴러에서 변주된 호사스런 멜로물을 보고 싶다면 한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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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스펙터클이 강조된 영화는 아니라 할지라도 영상미가 일품인 [투어리스트]의 화질은 준수한 편이다. 특히 영화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니스의 풍경을 잡아내는 장면들에서의 색조는 대단히 안정적이고 필름 그레인한 영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화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야경샷에서의 암부표현에 있어서도 디테일이 잘 살아있고, 명암이 선명하고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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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평범한 편이다. 타격감이 두드러지는 액션씬이나 우퍼를 흔들어놓는 베이스음이 강조된 장면이 별로 없기에 청각적인 쾌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밖에 분리도나 대사전달은 또렷하며, 배경음은 다소 가벼운 느낌이다.
▷ Canal Chats
영화의 주 배경이 된 수상도시 베니스에 대한 배우들과 스탭들의 코멘터리 영상. 다른 영화들의 부가영상과 조금 다른 점은 화면분할을 적극 활용하여 한 화면에 가급적 많은 정보량을 담아 보여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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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Gala Affair
파티 장면이 촬영된 장소인 '스쿠올라 그란데 드 미세리코르디아'에 대한 설명.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거칠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인 건물의 흥미로운 사실들이 언급된다. 그밖에 파티에 사용된 의상이나 음악에 대한 부가적인 해설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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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tion in Venice
[투어리스트]는 액션이 많은 영화가 아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액션씬이라곤 두어 장면 뿐인데, 그 중 운하에서의 보트 체이싱이 가장 난이도가 높은 액션일 것이다. 이 부가영상에서는 애초에 이 장면이 어떤 컨셉으로 구상되었었는지를 알려주는데, 원래는 조니 뎁이 러시아 갱단에 의해 보트로 끌려 온 다음 거기 숨어 있던 안젤리나 졸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조니를 태운 뒤 베니스의 골목을 누비는 추격장면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씨퀀스가 될뻔한 이 장면은 베니스 당국이 촬영허가를 내주지 않아 결국 취소되었다. (베니스에서의 촬영허가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어떤 작품'이 언급되니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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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nging Glamour Back
[투어리스트]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자면 아름다움과 유머, 그리고 화려함과 우아함이 되겠다. 이 부가영상은 영화속의 '화려함'에 대한 스탭과 배우들 각자의 느낌과 정의, 그것이 어떻게 영화에 반영되었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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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ist Destination-Travel the Canals of Venice
베니스에 대한 또다른 예찬이 담긴 부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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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ernate Animated Title Sequence
영화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애니메이션 타이틀 시퀀스로 나름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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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ttake Reel
폴 베타니, 안젤리나 졸리, 조니 뎁이 함께 찍은 코멘터리 영상과 NG 장면모음. 폴 베타니가 '자신의 영화'에 졸리와 조니 뎁이 함께 출연한건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에서 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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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반전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도 없이 감질나는 연애만 하다 끝나는 [투어리스트]의 한계는 분명하다. 애당초 헐리우드의 대자본을 투입할 리메이크로서 [안소니 짐머]라는 작품 자체에 별다른 메리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여진다. 리메이크만의 과감한 각색과 변화를 시도했다면 뭔가 산뜻한 작품이 될 수 있었을 테지만 원작의 단점마저도 고스란히 가져온 [투어리스트]는 오로지 배우들의 상품성과 베니스의 경관에 모든 것을 일임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아마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해리슨 포드의 대사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오! 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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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투어리스트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소니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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