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랄랄라~ 랄라 랄랄라~ 랄랄라랄랄라~ 랄라 랄랄라~’ 이 중독성 강한 스머프송의 멜로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필시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이리라. 1983년부터 KBS에서 방영된 [개구장이 스머프]는(1980년대 방영당시에는 ‘개구장이’로, 1990년대에 ‘개구쟁이’로 각각 타이틀이 정해졌으나 본 리뷰에서는 신작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TV판을 개구장이로 표기했다) 벨기에 만화가 피에르 컬리포드(일명 페요 Peyo)의 원작을 미국의 한나 바브라 프로덕션이 1981년 NBC를 통해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원래 ‘스머프’는 페요의 다른 작품인 ‘Johan et Pirlouit’의 조연 캐릭터로 등장했었다. 중세 유럽의 판타지인 본 작품에서 크기가 작고 파란 피부를 지닌 이 크리처의 이름은 '슈트럼프 Schtroumpf'라 불렸는데, 1958년 10월 23일 ‘The Flute with Six Holes’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처음 소개된 슈트럼프 캐릭터는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었고 이듬해인 1959년에 독립적인 작품인 ‘Les Schtroumpfs’로 스머프의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 Columbia Pictures, Sony Pictures Animation, Kerner Entertainment Company.
물론 스머프의 인지도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킨건 TV 애니메이션인 [개구장이 스머프]였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8년간이나 방영된 이 작품은 북미지역을 비롯한 전세계 30여개 국가에서 대중적인 폭발력을 자랑해왔는데, 시리즈가 종영된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 해 평균 850만 달러의 캐릭터 로열티를 벌어들인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한다. 한국에서도 얼마전 모 회사의 스마트폰 모델로 사용되지 않았던가.
‘스머프’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개성넘치는 캐릭터의 등장이다. 현자의 이미지로 스머프 공동체를 유지하는 파파 스머프, ‘나는 싫어!’가 입에 붙은 투덜이 스머프,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똘똘이 스머프, 늘 폭탄이 담긴 상자로 남을 골탕먹이는 익살이 스머프, 그리고 번번이 스프를 끓여먹기 위해 스머프 사냥에 나섰다가 봉변을 당하는 악당 가가멜과 그의 애완고양이인 아즈라엘 등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에피소드로 언제나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하곤 했다.
이쯤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스머프의 사회주의적 관점이다. 1990년대 호주의 마크 슈미츠라는 청년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스머프에 나타난 정치, 사회적 테마'라는 글을 올리며 순식간에 번져나간 이 음모론은 ‘[개구장이 스머프]가 막시즘에 대한 우화"라는 논조로 많은 논쟁거리를 낳았는데, 그 이론 중에는 스머프들의 공동생활체가 사회주의자들의 공산주의를 반영하며 파파 스머프는 사회주의의 상징인 붉은 옷과 칼 마르크스를 연상시키는 수염을 달고 있다는 주장,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동무’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듯 ‘스머프’도 그런 의미로서의 호칭이며 가가멜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자본가의 전형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가뜩이나 사회주의 이념에 민감한 국내에서도 이 같은 논란으로 인해 방영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는데, 이 소식을 접한 한나 바브라 프로덕션이 강력한 항의를 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방영중단 사태는 모면했다. 스머프 속 사회주의적 테마에 대한 주장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다. 작년 [개구장이 스머프]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레나 윈터스는 'SMURFS: The Inside story of the Little Blue Characters'라는 책을 통해 본 작품이 아이들에게 공산주의를 전파하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스머프들이 돌아왔다. 21세기의 총아, CGI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서 말이다. 최근 헐리우드의 고질적 문제인 소재고갈의 한계는 결국 고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신기술로 되살려내는 현상을 가져왔고, 이 같은 시험대에 오른 [아스트로 보이]의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CG 캐릭터와 아날로그 시대의 정서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감을 극복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자 고스넬의 [개구쟁이 스머프]는 추억 마케팅의 대대적인 공세 덕분에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꽤나 선전한 작품으로 속편의 제작에 청신호를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공작이라고 부르기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이 작품은 스머프 마을이 아니라 현대 뉴욕의 도심 한복판을 무대로 삼았다. 블루문 축제 때만 열리는 포털을 타고 뉴욕에 도착한 스머프 일행과 가가멜의 한판 승부는 왁자지껄한 소동극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지 못한다. 원작에 스며든 사색적이고 때론 비판적이기까지 한 메시지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감이 있고, 5명으로 추려낸 스머프들도 고유의 캐릭터를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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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스머프’가 패러디 영화가 되었지? [개구쟁이 스머프]는 [브레이브 하트]나 [7년만의 외출], [삼총사] 등을 패러디하며 필사적으로 관객들을 웃기려 한다. 그 결과는… 영화를 보시면 안다.
오히려 실사와 CG 애니메이션의 합성이라는 형태는 영화를 더욱 괴상한 느낌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는데, 2D 시절 그렇게 귀엽기만 하던 파란색 꼬맹이들이 CG 캐릭터가 되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노라면 귀엽다기 보다는 그로테스크한 공포감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원작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실제 배우가 연기한 가가멜(행크 아자리아 분) 역시 만화로 보던 그 캐릭터라기 보다는 그냥 가가멜 코스프레를 한 아저씨의 느낌에 더 가깝다. 조력자로 추가된 인간 캐릭터 패트릭, 그레이스 부부와 뉴페이스 배짱이 스머프의 신통찮은 존재감도 마이너스적인 요소다. 차라리 복고풍 셀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극장판으로 승부를 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 Columbia Pictures, Sony Pictures Animation, Kerner Entertainment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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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개구쟁이 스머프]의 화질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생동감 넘치는 색상, 경외감을 고무시키는 선명도, 암부화면과 디테일의 표현력에 있어서도 완벽하다. 특히 제작진들은 이번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스머프를 표현할 때 만화적인 느낌보다는 실존하는 생명체의 느낌에 더 충실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표현된 피부의 질감이나 솜털, 잡티 같은 요소들이 더욱 리얼하게 전달되어 조금은 무섭기까지 할 정도다. 또한 [천재소년 두기]로 낯익은 닐 패트릭 해리스의 눈가에 자글자글하게 잡힌 주름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뉴욕이라는 복잡한 도시 전체의 풍광이나 스머프 마을을 잡아내는 와이드샷에서의 풍부한 오브젝트도 또렷하게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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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5.1로 마스터링된 사운드도 완벽한 수준이다. 올해 개봉된 아동 영화중에서는 최고라고 할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활력이 가득한 음향을 담고 있으며, 음악, 효과음, 대사 등의 분리도가 훌륭하고 깨끗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국내 출시판에는 특별히 5.1 한국어 음성트랙이 수록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기에도 좋다. 다만 추억의 오리지널 TV시리즈로 친숙한 전문성우가 아닌 박명수, 이하늬, 김경진 등 연예인으로 구성된 성우진이라 감흥이 조금 떨어진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기본에 충실한 서플먼트를 제공하나 음성 코멘터리에는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먼저 ‘The Smurfs: Comic Book to the Big Screen’은 [개구쟁이 스머프]의 원작 속 캐릭터에 대한 특징과 이를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뇌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본 작품을 보면서 CG 캐릭터화 된 스머프들에게서 왜 그토록 심한 이질감이 발견되는가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매체에 최적화 된 스머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겠다는 것 자체가 큰 오산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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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urf Speak: Meet the Cast’는 [개구쟁이 스머프]의 목소리 캐스팅에 대한 제작 뒷담화다. 본 작품에는 헐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그 중에는 [터미네이터 셀베이션]의 안톤 옐친이나 가수 겸 배우인 케이티 페리, 알란 커밍 등 비교적 조연급 연기자들이 캐스팅 되었다. TV 애니메이션에서 할아버지 스머프의 목소리를 맡았던 조너선 윈터스는 이번 작품에서 파파 스머프를 연기하며 유일하게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성우로 발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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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Gargamel’은 삭발투혼을 보여준 배우 행크 아자리아의 가가멜 분장 및 연기를 담은 메이킹 필름이다. 개인적으로 이 배우를 처음 접한 건 [히트]에서 애슐리 주드의 어리버리한 내연남 역할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어느덧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배역을 맡아 열연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나 심심하기 짝이 없는 본 작품에서 그나마 소소한 웃음을 주었던 것이 가가멜의 슬랩스틱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배역에 몰입했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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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pers - Blooper Reel’은 영화에 삽입되지 않았던 짧은 씬 두개가 담긴 B컷 영상이며, ‘Happy Music Montage’는 음악에 맞춰 영화속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일종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클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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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ession Reels’는 ‘The Smurfs: Comic Book to the Big Screen’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을 챕터별로 세분화 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깊이있게 설명하는 메이킹 필름이다. CG 캐릭터를 구성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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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ted Scenes’에는 다음과 같은 총 5개의 삭제 및 확장씬이 담겨져 있다.
▷Gargamel Enters Fao Schwa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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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스머프들을 잡기 위해 낙엽수거기(litter trap)을 들고 가게에 난입한 가가멜의 슬랩스틱 코미디. 수거기의 입구에 얼굴을 들이댔다가 얼굴에 커다란 자국이 생긴다.
▷Gargamel Throws Azrael Through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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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건물을 처음 접한 가가멜. 자동문이 열리자 겁이 난 그는 아즈라엘을 먼저 문 안으로 던져놓고 무사한지를 묻는다.
▷Gir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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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와 스머패트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원작에서는 스머패트의 성정체성에 대해 그리 큰 의미를 두진 않는데, 이 장면에서 스머패트는 자신이 스머프 마을의 유일한 여성이라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가 없다는 푸념을 털어놓는다. 마찬가지로 남자형제들 틈에서 자란 그레이스가 이에 동조하며 서로 여자들의 수다를 시작한다.
▷Goat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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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초반 가가멜에게서 엉터리 물약을 사간 한 남자가 항의하러 왔다가 염소로 변하는 장면.
▷Original Lull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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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집에서 잠을 자게 된 스머프들에게 파파 스머프가 과일을 하나씩 주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
TV 애니메이션을 마음껏 보고 자란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굳이 다른 작품들을 놔두고 하필 스머프를 리메이크하기로 한 결정이 과연 잘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허나 다른 세대들, 이를 테면 내 아들이나 조카뻘 되는 세대의 유소년층에게는 또 어떤 느낌을 와 닿을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단순한 눈높이에서 바라보자면 딱히 모자를 것 없는 아동용 모험극이다. 위기에 빠지고 악당이 달려오며 주인공들을 돕는 조력자를 통해 그 위기를 극복한다.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우정과 신뢰의 미덕은 수십년이 흘러도 변치 않을 영원한 교훈이다. 블루레이의 퀄리티 만큼은 최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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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3D] 개구쟁이 스머프 (2D+3D 겸용) - 라자 고스넬 감독, 김경진 외 목소리/소니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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