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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 풋풋한 첫사랑의 보편적 감수성

영화/ㄱ 2012. 5. 15. 09:00 Posted by 페니웨이™

 

  

 

 

[건축학개론]은 오랜만에 접하는 정극 멜로물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가장 잘 맞도록 추억의 여러 단편들을 주워담아 이쁘장하게 포장한 작품이죠. 여기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첫사랑을 소재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액자식 구성에 배우들의 사랑스런 비주얼이 어우러져 제법 맛깔스런 재미를 연출합니다. 여기서 ‘비주얼’이라고 하는 것에 일단 유의해 주시고요^^

한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자면 [건축학개론]은 유치한 면이 많습니다. 이야기도 단순하고, 주인공 남자는 속된말로 좀 찌질하죠. 아니, 결혼까지 한 유부녀가 잊혀진 옛 사랑을 불쑥 찾아온다는 설정도 무리수가 있습니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의 현실은 영화처럼 그리 멋진 장면이 연출되진 않잖아요. 그 찾아온 첫사랑의 그녀가 한가인급이라면 모를까.

뭐 그렇다는 겁니다. [건축학개론]을 폄하하는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그렇게까지 짜임새가 훌륭하다던가 각본이 혀를 내두를만큼 획기적인건 아닌데, 그럼에도 4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는 건 분명 관객들이 공감할만한 그 무언가가 있다는 거죠.

아시겠지만 [건축학개론]은 95학번 세대, 그러니까 IMF가 터지기 전 운동권과도 거리가 멀고 경제적 어려움에서도 벗어난 세대의 감성을 건드립니다. 저 역시도 (약간 더 늙긴했지만) 이 세대의 감수성에 공감할 수 있는 세대이고, 현재 극장가를 찾는 주 관객층의 상당수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대학시절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 무척, 심하게 몰입이 가능합니다.

ⓒ 명필름. All rights reserved.

조금은 대범해진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과는 달리, 보수적인 관념이 더 많이 잔존해 있던 시대의 사랑은 더 진한 아련함과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죠. [건축한개론]은 그런 시대의 촌스럽고 어리숙한 풋사랑의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단순히 그땐 그랬지와 같은 지나가는 상념에서의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가슴 아파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상기시켜주거든요.

아까 서두에서 말했듯 이 영화가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성공적인건 배역들의 선택이 탁월했기 때문인데, 신인급인 이제훈과 수지의 경우 그리 큰 연기력을 요하는 캐릭터가 아닌 탓에 오히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이 두사람의 신선한 비주얼과 어우려져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반면 한가인은 (논란이 된 연기력은 뒤로하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첫사랑에 대한 여신 판타지를 구체화 시킨다는 점에서 최고의 캐스팅이었지요. 엄태웅 역시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후 다시 한번 사랑에 실패한 순정남의 어리숙함을 재현합니다. 중간중간 빵터지는 유머를 선사한 조정석의 감초연기도 일품이었고요.

아마도 한국 멜로영화에서 이만큼 애틋함을 남기는 작품은 보기 드물지 싶습니다. 폭풍눈물을 쏟을 영화는 아니더라도 뜨뜻하게 눈가에 습기가 차오를만한 여운은 충분히 남기는 영화입니다.

P.S:

1.이런 멜로물에서까지 쌍욕 대사를 들어야 하는 겁니까. 한가인이 그 예쁘장한 입에서 에이 뭐팔뭐팔 할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리얼리즘도 좋지만 좀... 현실세계에서 지겹도록 듣는 욕을 극장에서 올서라운드로 듣기는 정말 싫습니다.

2.너무나도 순진했던 저로서는 현재의 와이프가 제 첫....사랑이지 말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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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omorrow>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쩝 그러게요...
    저로서도 책 2권 읽고 리서치하고 인터뷰이를 세 번이나 만나 쓴 기사를
    독자들이 (제가 쓴 줄도 모르고 제가 보는 앞에서) "기네" 한 마디로 눈길도 주지 않고
    넘겨버리는 걸 보면 억장이 무너지지요.

    카메라, 워크맨, 전화기, 다이어리 등 모든 것이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되고 간편해지는 세상인 만큼
    가벼운 것이 대중에게 먹히거나 어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가인의 욕설 부분은 사실 저도 제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이전에 한가인이 욕한 영화가 있었던가요?? 제 기억엔... ㅜㅜ)
    작년 개봉한 영화 <써니>에도 그런 아쉬움이 남았는데... 유호정 씨가 욕을... ㅎㄷㄷ

    2012.05.15 09:3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이라면 무조건 스킵하는 성향이 있지요. ㅜㅜ

      2012.05.15 12:29 신고
    •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만큼 말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은 별 볼일 없는 글들이 인터넷 매체와 블로그에 넘쳐난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읽을 만한 글은 처음부터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지만, 스킵되는 글들 보면 초반에 자기 자랑인자 지식 자랑인지 자기 변명인지 모를 썰을 많이 풀어 놓거든요.

      기자님 글이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

      2012.05.16 16:08
  2.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친구'가 한국 영화를 좀 물들여놓은듯.

    ....첫사랑과 결혼하시다니, 그것도 남자들의 로망이지 말입니다? ㅋㅋㅋ

    2012.05.15 10:39
  3.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지 않아도 어제 쥐띠의 노총각 직장 동료께서 꼭 보라고 권하더라구요... 노래가 너무 좋았고 욕 연기 기깔나다고 하더군요 쿨럭~ 첫사랑을 이룬 페니웨이님이 넘 부럽네요... 매일매일 행복하시길~ 오늘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5.15 11:07
  4. ㅋㅋ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축학개론은 여자들이 보기에는 재미없는 영화죠
    뻔한 신파 최루성 멜로 바라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재미없는 영화구요

    이 영화보고 판타지 운운하는 사람들은 다른 멜로 영화나 드라마는 어떻게 봤는지 심히 궁금하네요
    건축학개론 만큼 멜로영화가 보여줄수 있는 극단적인 현실성 추구가 또 어디있다고

    그리고 웃긴건 건축학개론이 90년대를 본격적으로 다루다보니
    60~70년대 복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견제 많이 하더군요 ㅋㅋ
    바햐흐로 세련된 복고와 퇴물 복고의 갈등시대인가

    2012.05.15 12:59
  5.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남자들에겐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나쁜) 영화더군요.
    2. 욕설은 좀 많이 불편했습니다. 욕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감정이었는데.
    3. 첫... 뭐라구요? 네? (도망간다)

    2012.05.15 21:06 신고
  6. peoun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지금 와이프가 첫데이트상대이고 첫사랑이예요 와이프만나기전까지 여자 손한번 못 잡어본 순진(?)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결혼은 제 친구들 중에서 먼저한 편입니다

    2012.05.16 06:46
  7. 깡총시츄미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세대로서 정말 공감가는 좋은 내용이네요.^^ 하지만 PS 두번째는 안 믿ㅇ....ㅎㅎ

    2012.05.16 10:15
  8.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대학 입학 OT때 뒤통수 보고 찍어둔 여자와 12년 만에 결혼을 했답니다.
    그러다보니 연애 많이 한 사람이 부럽기도 하더군요.

    2012.05.16 16:10
  9.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영화에서 '제대로 된' 멜로를 본 적이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괜스리 '힘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ps2는 유부남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만... 비굴하다고 느껴짐은 어쩔 수 없군요 ㅋㅋㅋ

    2012.05.17 12:28
  10.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절에 아내는 출근하고 아들내미는 유치원에 보내고... 저 혼자 보러 갔었지요.
    아내는 왜 혼자 보러 갔냐고 타박을 주더군요. 근데 혼자 보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
    영화랑 쪼끔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애를 나중에 각자 결혼하고 만났지요,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혼을 했더라는...
    지금도 오다가다 마주치긴 하는데... 역시나 어색... ^^

    2012.05.17 19:31
  11.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이프께서 당연히 블로그를 주시하시겠지요...

    2012.05.17 20:03
  12.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것 같아서 여타의
    로맨틱영화들보다 더 돋보이고 몰입이되더군요.

    2012.05.18 14:23
  13. 오바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다보고 아내가 말합니다. 난 왜 저런 첫사랑이 없이 너랑 결혼했을까?
    영화를 다보고 제가 웃으며 말합니다. 난... 결혼전에 많이 만나봤지롱~~~~
    아내가 절보고 씨익 웃으며 주먹을 쥡니다.. 자랑이냐? 그게?
    지옥을.. 살짝 엿봤습니다.

    2012.05.21 12:44
  14. 로시난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쌩뚱맞지만..
    전..영화를 보면서 `클래식`이 생각나더군요..
    과거와 현재, 첫사랑, 추억의 노래, 엇갈린 운명..
    건축학개론도 볼만했지만.. 저는 클래식에 한표를..

    2012.05.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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