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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 우주를 경험하는 90분간의 황홀경

영화/ㄱ 2013. 10. 22. 09:00 Posted by 페니웨이™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보이는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 위에서 우주 비행사 맥 코왈스키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우주 비행사 라이언 스톤 박사가 허블 망웡경을 수리하면서 휴스턴의 미션 콘트롤 센터와 통신을 주고 받습니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일이지만 이들에게 있어 고요한 우주에서의 일상은 그저 평온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내 영화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위기를 맞이하는 생존 스릴러로 돌변합니다.

사실 최근에 우리는 꽤 많은 조난극을 접해왔습니다. 대니 보일의 [127시간]이나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M. 나이트 샤말란의 [애프터 어스], 그리고 2013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올 이즈 로스트]까지 고립된 인간의 생존투쟁을 그린 작품이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비티]는 그 중에서도 뭔가 특별합니다.

막상 그 특별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한 문장으로 꼬집어낼 표현이 생각나진 않습니다. 굳이 진부한 표현을 쓰자면 극사실주의적인 SF영화라는 점? 아니, 아니에요. 이것도 아닙니다. 분명 [그래비티]가 사실적인 SF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사실 [그래비티]의 이야기는 무척 심플합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야기가 심플하다는 것이 내러티브가 허접하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니까요. 분명 [그래비티]는 조난당한 우주비행사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단순한 내용일 뿐입니다. 그 과정이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대단한 반전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감동과 서스펜스, 그리고 흡입력은 기대를 뛰어 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술적인 요인 때문인데, 영화는 정말이지 90분간 관객을 우주 공간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가령 소리의 매개물질이 없어 폭발음이 들리지 않는 표현기법이나 감독이 [칠드런 오브 멘]을 통해 이미 선보였던 롱테이크의 경이로운 현장감은 [그래비티]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100%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선사합니다.

아마도 이 작품을 관심있게 지켜본 분들이라면 [그래비티]는 아이맥스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얘기를 들으셨을텐데, 그 이유는 [2012]나 [트랜스포머]처럼 시각효과의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주의 광활함에서 오는 경외심, 그리고 그 엄청난 스케일 속에 인간의 왜소함을 시각적 체험으로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말하자면 볼거리와 영화적 완성도를 별개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여타의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그래비티]의 기술적 시도는 영화의 내러티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셈입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아울러 배우의 연기는 [그래비티]의 완성도에 절대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의 러닝타임 절반 이상이 1인극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연을 맡은 샌드라 블록의 연기내공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실 겁니다.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맛본 그녀이지만 [스피드] 이후 딱히 임팩트가 남는 영화가 없다는 핸디캡을 감안할때 [그래비티]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정점을 찍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의 주제의식에도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가 추구하는 영웅주의나 말초적 쾌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생존' 그 자체에만 줄기차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 작품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처럼 엄청난 철학적 담론을 담은 건 아니지만 영화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은유와 메시지를 가지고 많은 사색거리를 만들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한 담론 중에는 영화의 전체 과정이 생명을 잉태해 출산에 이르는 과정을 은유했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만 아직 영화를 못 본 분들을 위해 자세한 점들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SF영화들이 온갖 외계인에서부터 로봇이나 인공지능, 바이러스까지 다양한 수단으로 인간들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만 [그래비티]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단순한 사건을 통해 깊이 있는 생존 드라마를 연출해냈습니다. 아마 이 작품이 내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탄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래비티]가 "The movie of the Year"되지 않을까란 조심스런 추측을 해 봅니다.

P.S:

1.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제임스 카메론 같은 상업영화의 거장과는 또다른 지점에 서 있는 거장이 된 것 같습니다. 작가주의와 작품성, 그리고 대중성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은데, 쿠아론 감독은 비 헐리우드 출신으로서는 매우 드문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이 영화의 스핀오프(?) 격인 조나스 쿠아론 감독의 [아니가크]를 보고 싶더군요. 아, 조나스 쿠아론은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입니다.

3.능글맞은 미중년의 이미지는 조지 클루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 원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뻔한 배역이었는데, 제작지연으로 스케줄이 비어있던 클루니가 이 자리를 꿰찼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로다주도 이 역에 꽤 잘 맞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휴스턴 센터 직원의 목소리는 에드 해리스입니다.

5.[스타워즈]의 그 유명한 대사,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가 두세차례 패러디됩니다. '공상과학물'인 [스타워즈]의 완벽한 대칭점에 있는 [그래비티]에 이런 농담을 들을 수 있다는건 유쾌한 경험이죠.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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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아내랑 꼭 보러가고픈 작품인데...
    여보님, 이거 보고 여전사 아닌 여전사 샌드라 블록처럼
    육아의 고통을 이겨내라능...

    2013.10.22 10:03
  2.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일 예약했습니다. 3D로. 4D는 시간이 안맞네요.

    에드 헤리스가 또 나사 직원이라니 ㅋㅋㅋ
    "Failure is not an option" 이라고 한마디 해줘야 하는거 아닌지.

    스타워즈의 느낌이 안좋다는 대사는 이제 패러디라기 보단 관용어가 되어 가는거 아닌가 싶어요.

    그나저나, 영화대로 되면, 우주정거장 프로그램 두개가 날아가고, (이미 퇴역했지만) 우주왕복선도 박살나고, 저궤도는 파편 투성이고....인류의 우주진출은 당분간 불가능해지겠군요.

    2013.10.22 10:1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타워즈의 대사나 에드 해리스의 목소리 출연 등이 나름 깨알같은 오마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솔라리스]의 조지 클루니까지 ㅎㅎ

      2013.10.22 16:51 신고
  3. 와코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0분간 우주를 경험하는 황홀경이라니~ 저도 꼭 보고싶네요~ㅎㅎ

    2013.10.22 11:44
  4. RGM-7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플라네테스(애니죠) 이후 영화에서도 스페이스 데브리를 다루는군요..
    뭐 어디선가 들으니 캐슬러 신드롬까지 나온다하니 관심이 더 생겨요.
    뭔가 사실적인 작품을 좋아하는데 간만에 영화관에 가야하나..
    (아마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 게 택시3 아니면 내츄럴시티이지 싶어요)

    2013.10.22 12:51 신고
  5.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주 공간'을 이렇게 멋드러지게 표현한 영화는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 우주 공간이라 하면 하나의 볼거리르 위해서나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끼워넣는 식이었는데 이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우주 공간에서의 서스펜스를 제대로 보여주더군요.....따봉!

    2013.10.22 13:34
  6.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보러가야겠네요. 그럲잖아도 소리가 없는 우주 공간의 서스펜스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개봉 전부터 참 궁금했었습니다.

    2013.10.22 17:01
  7. 은마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돈이 아까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초반 20분동안 장대한 우주에 감탄하게 되고 조난당한 순간의 막막함과 아찔함을 잘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사실적인 우주의 묘사가 이 영화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이미 플라네테스라는 애니를 본 입장에서는 그렇게 크게 특별하지도 와닿지도 않더라고요

    근본적으로 산드라 블록같은 민폐 캐릭을 싫어하는 면도 있고
    ISS 내에서 물방울 쭉쭉 뿌리면서 다니는 무신경함 같은걸 보면서 이게 뭔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치밀한 스토리, 거창한 주제의식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는 잘 안맞는 영화였네요

    2013.10.22 18:17
  8.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통해 체험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정말 얼마만인지...ㅠ.ㅠ 이 영화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올혀 넘버원이라고 여겼을텐데, 그래비티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2013.10.22 21:35
  9. 폴리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인류의 우주진출기술은 마치 어설픈 뗏목으로 태평양을 건너려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한 영화였습니다. 그나저나 재난 직전에 조지클루니가 말한 털복숭이의 정체가 궁금해 죽겠어요... ㅠㅠ

    2013.10.23 01:20
  10. 도토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각 효과를 중시하는 저에게는 참 재밌었던 작품이었던거 같습니다.

    근데 영화 보고 나서 타임지에서 비현실적인 부분들을 지적한 기사를 보니까

    상당히 김이 빠지더군요 ㅎㅎ

    2013.10.23 01:4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기사 저도 봤는데 오히려 이 영화의 과학적 오류가 그 정도 밖에 안된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검증이 제대로 되었다는 얘기잖아요.

      2013.10.23 10:18 신고
  11. 만두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장가서 볼까말까 굉장히 고민을 했는데.. 암만봐도 봐야할듯 하군요.ㅡㅡ+ 원래 그냥 케이블 vod로 나오면 tv봐야지 했는데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려면 역시 극장이 제격인듯.

    2013.10.23 16:40
    • 타미쥬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꼭 아이맥스 3디로요~ ㅠㅠ 저 진짜 너무 아름다워 미치더군요. 명상이 저절로 됩니다. 저절로 사색... 그 고요함에도~ 한없이 무한한 우주와 수많은 별들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 모르고 너무나 작은 존재들이라는 것을...

      2013.10.25 04:06
  12.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에 영화인데 딸도 마눌도 가자고 하니 무응답...결국 친구 꼬셔서 주말에 관람하려고 합니다. 아 당연히 아이맥스 관람입니다 .^^

    2013.10.23 17:10
  13. 엘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지내시죠? 전 금요일날 와이프랑 보려합니다. 아드님께서 유치원 캠핑으로 1박2일간 집을 비우신 절호의 찬스인지라 ㅎㅎㅎ

    2013.10.23 17:43
  14. 좆망비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보지 마삼.. 3D로 보면 볼만 할지 모르겠지만 ,
    정말 잼없음.. 그냥움직이다 끝남..
    너무 칭찬 일색이라 의심이 나는군...

    2013.10.24 02:06
  15.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드라 블록이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군요. ^^
    리뷰와 댓글들을 읽고 나니 꼭 보러 가고 싶기는 한데
    아이맥스 3D 보러 다른 동네까지 가기는 몸도 마음도 안 따르고.
    퇴근하는 길에 요 근처에 일반 상영관에서라도 볼까 싶네요.
    근데 영화는 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되는 유부남 앞에서 이런 소릴 해도 되나... ^^;;;;

    2013.10.28 09:36 신고
  16. NOMID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최근에 본 우주에 관한 SF 영화 중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휴스톤 나사 센터 목소리가 에드 해리스란 걸 안 순간 캐스팅이 참 재미 있다고 느꼈어요!!
    아폴로13호때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 그땐 참 고군분투 했는데 ㅎㅎㅎㅎㅎ

    2013.11.01 12:25
  17. BeamKnigh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래버티'를 4DX로 감상했습니다.
    우주에서는 기압도 소리를 전달할 매개체도 없다는 문구가 뜨는데,
    실제로 영화에서는 우주 파편에 우주왕복선과 우주 정거장이 파괴되는 상황에서도
    음악 이외의 다른 음향으로는 이렇다할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근데 4DX에서는 의자가 그 충격을 전달해 주더군요.
    허블 우주망원경의 너트를 전동 드라이버로 풀 때 의자가 진동하고,
    시점의 각도에 따라 의자가 기울어지고, 파괴의 현장이 연출될 때 의자가 마구 흔들립니다.
    어느 평론가가 그래버티는 보는 영화가 아니라 체험하는 영화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4DX 상영관에서 봐서 체감효과가 더 컸던 것 같아요.
    18,000원이라는 입장료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말입니다.

    2013.11.02 20:28
  18. 히키히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짱이시네요 썰이죠썰...

    2013.11.12 21:31
  19. 별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애들 재워놓고 마눌님과 주말 심야로 봤었습니다.
    다 보고 나오는데 하도 긴장을 해서인지 어깨랑 팔이 아프더군요.
    롱테이크는 뭐 그냥 침 질질 흘리며 봤더랬죠....

    2013.11.13 10:4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들 재워놓고 나오셨나보군요. 전 못할거 같아요. 만에 하나 애들이 깨기라도하면... 예전에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중학생이 될때까진 애들 앞에서 부모가 사라지면 패닉상태에 빠진다고..ㅜ

      2013.11.13 21: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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