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2의 피날레를 장식함과 동시에 세계관을 확장하는 기로에 놓인 작품입니다. 비록 [토르]의 세계관이 아스가르드를 보여주긴 하지만 주된 배경이 지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벤져스] 기반의 마블 작품들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한정적인 세계를 다루었다해도 무방하지요. 제목처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은하계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해도 그리 거창한 건 아니에요. 주인공인 스타로드를 비롯해 자객 가모라, 바운티 헌터인 로켓과 그루트,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는 드랙스 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형성하는 개개인은 일반적인 마블 히어로의 영웅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나같이 슬픈 과거와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지만 하는 짓들을 보면 어딘지 나사빠진 행동들을 합니다.
히어로의 아이덴티티와 존재론적인 고뇌를 다루는 근래 슈퍼히어로물의 흐름과는 달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매우 유쾌한 톤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이들의 실없는 농담과 어이없는 실수들은 관객들에게 생각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가령 케빈 베이컨의 [풋루즈]를 언급하는 대사는 이를 이해하는 대부분의 관객이라면 아마도 빵 터질만한 유머일 겁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목할만한 특징 중 한가지는 바로 복고적 스페이스 오페라로의 회귀입니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캐릭터의 성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 그러나 7,80년대의 ‘끝내주는’ 팝송과 함께 어우러지는 구시대적인 SF활극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진부함이 단점으로서가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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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편집에 대한 부분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일반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다수의 주인공이 파티를 이루는 영화들에서는 각 캐릭터들의 사연이나 배경을 소개하기 위해 초반 수십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사실 [어벤져스]를 속도감있게 감상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각 캐릭터의 개별 영화들에서 이미 캐릭터에 대한 소개가 끝났기 때문에 [어벤져스]는 적어도 ‘전개’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적지 않은 캐릭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구차한 설명없이 본론으로 넘어갑니다. 자칫 불친절한 플롯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감독은 효과적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살려냅니다. 인피니티 스톤을 둘러싼 각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관객들이 캐릭터의 핵심을 분명히 간파할 수 있도록 ‘쉬운 전개’를 선택한 것은 영리한 연출의 결과라 할 수 있겠지요.
반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보며 마블 히어로즈의 장르적 변주에 환호성을 질렀던 관객이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동일한 쾌감을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고, 무엇보다 히어로가 주는 무게감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어찌되었건 마블 측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이런 히어로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결과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P.S
1.쿠키 화면을 놓치지 마시기 바립니다. 실제 영화화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희대의 괴작으로 남은 ‘어떤 작품’이 리부트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2.[어벤져스 3]의 최종보스는 타노스가 될 듯 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3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라도 좋든 싫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않으면 곤란하겠지요.
3.원래는 토니 스타크가 까메오로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다시 아이언맨을 맡고 싶지는 않다는 의사를 밝혀 무산되었지만 결국 [어벤져스] 속편들에 출연 계약을 하면서 번복했지요.
4.스탠 리 영감님은 여전히 까메오로 나옵니다.
5.우주의 명운을 건 배틀댄스씬은 정말 정줄을 놓고 웃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한 장면이 아닌가 싶네요.
6.콜렉터의 소장품 중 우주복 차림의 개는 '스페이스독 코스모 Cosmo the Space Dog'라는 이름의 슈퍼히어로로 원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무려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슈퍼독이지요.
7.마이클 루커가 연기한 욘두는 실제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원년 멤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악당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악당으로는 설정하지 않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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