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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제규 감독이 준비하던 헐리우드 영화가 엎어졌죠. 그래서인지 이번엔 작심하고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한중일 다국적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280억 제작비를 다 뽑으려면 국내 천만 관객이 들어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아시아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 회수죠. 대사의 절반 이상이 일본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시장에서의 흥행이 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할 겁니다. 다만 이 영화... 일본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그려놔서 일본 관객들이 객관성을 가지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일단 전쟁씬의 규모는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사람들이 탱크에 깔리고 그냥 막 죽어나갑니다. 살벌하고 잔인해요. 이런걸 보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쟁영화의 리얼리티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죠.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리얼하다보니 영화를 계속 보고 있기가 힘이 듭니다. 심장약한 노약자나 임산부는 관람을 삼가시길.
3.강제규 식의 서사구조는 여전합니다. 단순한 내용을 굵직하게 끌고 나가는 스타일이죠. 의외로 이게 먹힌다는게 신기한데, 어쩌면 마이클 만도 이런 류의 감독이 아닌가 싶어요. 상업영화를 예술적으로 보이게 만들면서도 단순하면서도 굵직하게. 확실히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영화입니다.
4.내용은 전쟁의 기구한 사연으로 인해 이리저리 소속을 옮겨다니는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네,[태극기 휘날리며]의 세컨 에디션이죠. 이미 한번 써먹은 내용으로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의 영광을 맛보겠다는 건 아니겠죠? 아마 불가능할겁니다. 지금은 전쟁보다 더 무서운 불경기거든요. 과연 기시감 가득한 영화에 다시 돈을 투자할 관객이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21세기 [배달의 기수]는 이쯤해서 스톱했음 좋겠어요.
5.김인권의 연기가 좋습니다. 처음에는 좀 오바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찡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배우가 바로 김인권이에요. 반면 장동건은 넘 얌전한 역할을 맡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캐릭터라서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렇다고 내면묘사가 탁월했던 것도 아니고 뭔가 굉장히 주인공으로서는 불분명한 인물이죠. 이면에서는 오히려 오다기리 조가 맡은 인물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테마는 장동건이 아니라 오다기리 조의 성장 드라마죠.
6.가끔 제2의 [7광구]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보이던데, 그건 염려마세요. 할 만큼은 한 영화입니다. 다만 음.... 딱 강제규 영화 답다는 정도로 얘기해 두겠습니다.
7.역시나 손발 오그라드는 엔딩으로 쿨하게 마무리. 요즘 한국영화의 트렌드인가요?
P.S:
1.개봉전 시사회로 봤는데, 제 옆옆 좌석에 앉았던 남자분. 상영도중 내내 사진 및 동영상을 찍으며 불법도촬을 하시더군요. 게다가 중간중간 플래쉬까지 빵빵 터트려주는 센스. 만약 내 돈주고 들어간 거라면 멱살을 잡아 쥐어 흔들려고 했습니다.
2.제 자리에서 5시방향에 앉았던 여자분. 아주 제대로 롤러코스터 타러 오셨더군요. 꺅꺅~ 비명질에, 별 웃기지도 않는 대목에서 박장대소하는 센스. (솔직히 H모 평론가가 오신줄 알았네요)
3.제 왼쪽에서 3칸 옆으로 앉은 아줌마. 한창 중요한 장면에서 전화통화 한번 시원하게 하시더군요. 네네, 아예 영상통화라도 하지 그러셨어요? 결론은 어제 아주 시사회장 풍경이 개판이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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