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칸사스 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 엘리스는 단짝인 넥본과 함께 미시시피강 하류의 무인도에서 나무위에 걸쳐진 보트를 발견합니다. 소년들은 그곳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만들려고 하지만 이미 그 보트를 사용하고 있는 부랑자를 발견하게 되지요. 자신을 머드라고 소개한 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총을 가지고 있고, 어딘지 수상해 보이지만 나쁜 사람 같진 않습니다.
천연덕스럽게 보트와 먹을 것을 교환하자는 제의를 하는 머드를 보며 엘리스는 왠지 모를 친근함을 가지게 됩니다. 알고보니 머드는 살인죄로 쫓기고 있는데, 사정을 듣고 난 엘리스는 머드를 적극 돕기로 마음 먹습니다. 몇 번의 만남이 이어지고 그렇게 친해진 머드와 소년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엘리스는 이혼을 앞둔 부모를 바라보며 진정한 사랑은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거란 믿음을 머드를 통해 이루려 하지요.
[머드]는 포스터만 본다면 매튜 맥커너히가 똥폼잡는 액션물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만 실제로는 감수성이 무척 풍부한 드라마입니다.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년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로브 라이너 감독의 걸작 [스탠바이 미]와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데, 아마 이런 올드한 느낌의 성장극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머드]는 굉장히 반가운 영화일 겁니다. 요즘은 이런 영화가 좀처럼 없거든요.
ⓒ Brace Cove Productions, FilmNation Entertainment. Allrights reserved.
[머드]의 큰 줄기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다가 그 여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쫓기는 신세가 된 순정남과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문제를 놓고 방황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렸을때의 첫사랑을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해 결국 그녀를 지키려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남자를 한 소년이 이해하고 그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다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머드의 그녀'에 대한 실체를 알고 난 이후에 겪게 되는 일련의 위기들은 다소 클리셰적인 느낌이 강합니다만 영화 자체가 신선함이나 파격과는 거리가 있다보니 이러한 진부함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테이크 쉘터]에 이은 제프 니콜스 감독의 연출력이 꽤나 탄탄했던 것도 부인할 순 없지만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영화의 구심점은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력일 겁니다. 사실 이 배우의 초기 커리어를 보면 저렇게 멀쩡한 친구가 영화복도 지지리 없구나 싶었습니다. 연기력이 형편없지도, 그렇다고 외모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영화 속에서 존재감이 그 정도로 드러내지 않기도 쉽지 않거든요. 한마디로 배우로서의 아우라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몇년간 매튜 맥커너히는 차분히 자신의 입지를 굳혀왔는데, 이번 [머드]에서는 확 달라진 그의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량스러우면서도 친근한 옆집 형같은 이미지의 머드를 보노라면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미끈한 호남형 배우가 어떻게 이 역할에 캐스팅되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갈겁니다. 근래 본 영화 중에서 이처럼 응원해주고 싶은 캐릭터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 Brace Cove Productions, FilmNation Entertainment. Allrights reserved.
네임 밸류로 볼때 비교적 작은 역할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이나 샘 셰퍼드, 아역 배우 타이 쉐리던이나 제이콥 로플랜드 역시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내년 아카데미에 [머드]에서 연기부문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면 다소 실망할 것 같아요. 특히 매튜 맥커너히는 이번이 오스카 첫 수상을 노려 볼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머드]가 2012 칸 영화제에서 [문라이즈 킹덤]과 함께 북미권 경쟁부문 영화중 최고라는 평을 받은 건 그저 우연이 아닐겁니다. 단순하게보면 단순한 가운데서도 재미를 발견할 수 있고, 또 깊이 파고들어가면 수많은 텍스트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지요. 안타까운건 블록버스터의 입맛에 길들여진 관객에게 이런 영화는 너무 심심해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극장가에서 소년의 감성을 느낄만한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건 슬픈일입니다.
P.S:
[테이크 쉘터]에 이어 마이클 섀넌이 나옵니다. 비중이 크진 않지만 넥본과의 유사 부자관계를 형성하는 캐릭터로서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맨 오브 스틸]에서 그가 맡은 조드 장군이 그리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만 배우로서의 마이클 섀넌은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과 같다고 봅니다. 상당히 잠재력있는 배우죠.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영화 > 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 히치콕 무비의 거대한 오마쥬 (12) | 2015.08.07 |
---|---|
모스트 원티드 맨 - 포스트 911 시대의 고급 스파이물 (8) | 2015.01.14 |
맨 오브 스틸 - 요란스런 슈퍼맨의 첫 출전 (49) | 2013.06.18 |
[단평] 마이웨이 - 21세기형 배달의 기수 (49) | 2011.12.22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 시리즈의 원류로 돌아가는 교차점 (55) | 201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