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899

부당거래 - 류승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말하다

우연찮게 몇번인가 류승완 감독을 만나 싸인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싸인을 해주곤 한다. '영화 만드는 류승완'. 류승완 감독 하면 국내 영화계에서도 알아주는 장르영화 감독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시네마 키드다. 그의 충무로 입성은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것과도 닮아있는데다, 투자자들의 성향보다도 자기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작품들을 만들어 온 뚝심있는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컨텐츠의 생산자라기 보다는 소비자로서의 동질감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류승완 감독의 열성팬이라거나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런 충성파는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몇가지 아쉬움 가운데는 먼저 지나치게 가공된 작위적인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고, 또 장르영화안에서의 ..

영화/ㅂ 2010.11.01

주말의 영화 폐지에 대한 단상

폴 뉴먼이 주연한 [엑소더스]의 OST가 흐르고 영화속 명장면, 명배우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간다. 이윽고 광고가 이어진다. 10분남짓 지루한 광고를 보고나면 드디어 시작한다. '주말의 명화'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안방극장의 주말영화 프로그램은 공중파 TV방송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 같은거였다. 극장은 엄두도 못내고 비디오 렌탈료 1000원이 아까워 주말을 기다리는 나같은 지지리 궁상도 있었을거고 딱히 주말의 늦은밤에 딱히 할 일이 없어 TV앞에 앉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여튼 '주말의 명화'는 1969년 8월 9일 [바렌티노]를 방영한 이래 4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그 '주말의 명화'가 어제부로 폐지되었단다. 그것도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가..

가디언의 전설 - 비주얼과 스토리의 기묘한 부조화

[가디언의 전설]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첫 번째 모험이자 향후의 거취를 좌우할 만한 야심작입니다. 여기서 '모험'이란 표현은 Adventure라는게 아니라 Gamble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스나이더는 유혈이 난무한 R등급 영화로 승부를 걸어왔거든요. 심지어 그가 [S.W.A.T.]의 감독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TV시리즈 보다 훨씬 과격하고 어둡게 묘사하려했다가 제작사와의 충돌로 하차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가디언의 전설]은 PG-13도 아닌 PG등급, 게다가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동화풍의 서사구조를 지닌 작품입니다. 명백하게 성인층을 공략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지요. 다시말해 잭 스나이더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장기인 성인취향의 오락적 쾌감을 양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뭐 좋습니..

속편열전(續篇列傳) :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 올리버 스톤은 속편에 어울리지 않는다

속편열전(續篇列傳) No.15 1987년작 [월 스트리트]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올리버 스톤은 그간 [살바도르]나 [플래툰], [7월 4일생]과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 왔는데, 이러한 영화들의 이면에는 항상 미국의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죠. 그로인해 올리버 스톤은 헐리우드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사회파 영화의 기수로 떠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월 스트리트]는 [토크 라디오]와 더불어 스톤의 대표작 가운데서 소외된 영화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월 스트리트]에 대한 스톤 자신의 평가도 다른 영화에 비해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출했다는 소견을 밝힌 바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스트리트]는 그렇게 만만한 작품이 아..

[블루레이] 로빈 후드 - 극장판과 감독판은 어떤 차이점이?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14세기 후반, 윌리엄 랭그랜드의 장편시 '피어스 플로우먼 Piers Plowman'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I kan not parfitly my Paternoster as the preest it singeth, But I kan rymes of Robyn Hood.' '나는 성직자처럼 완벽하게 주기도문을 외울 수는 없지만, 로빈 후드 이야기라면 잘 안다네' 이 시에 언급된 로빈 후드가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구전설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인지는 현재로서 확인할 길이 없다. 로빈 후드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전부터 대중문화 속에 침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1440년 월터 바우어의 기록에 의하면 '1266년에 로빈 후드라..

영화/ㄹ 2010.10.23

괴작열전(怪作列傳) : 기계인간 - 여성판 터미네이터의 정체는?

괴작열전(怪作列傳) No.104 제임스 카메론의 인생을 바꾼 [터미네이터]는 자체적인 시리즈만해도 총 4편까지 이어질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만 그밖의 작품들에게 준 영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에는 '돌아온 터미네이터'란 제목으로 소개된 [Hands of Steel]이나 [엑스터미네이터], [네메시스]같은 B급 아류작은 물론이고, 괴작 전문회사 어사일럼의 [터미네이터즈] 등 2000년대에 들어서도 [터미네이터]의 잔영아래 있는 작품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한국도 이에 뒤질새라 김청기 감독이 [터미네이터] 같은 작품 한번 만들어 보자고 박중훈씨를 설득해 만든 [바이오맨] 같은 괴작이 제작되었을 정도죠. ([바이오맨] 리뷰) 이런 짝퉁 터미네이터들이 공통점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의식해서..

검우강호 - 클래식한 무협액션물의 진수를 맛보다

잠시 홍콩영화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오우삼은 홍콩 느와르라는 장르에서 자신의 장기를 극대화시켰다. 반면 [영웅본색 3]의 실패가 알려주듯 홍콩 느와르에서는 별다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서극은 느와르의 시대가 끝나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소오강호], [황비홍] 등의 무협 액션물로 정점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헐리우드로 갔다. 비교적 일찍 짐을 싸고 홍콩으로 돌아온 서극과는 달리 오우삼은 꽤 오래 버텼다.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페이첵]으로 몰락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말이다. 비록 헐리우드로 간 두 사람의 라이벌전을 지켜볼 기회는 거의 없었지만, 2010년 서극과 오우삼이 각각 무협 액션물을 들..

영화/ㄱ 2010.10.14

[블루레이] 화성침공 - 팀 버튼의 발칙한 상상력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어느날 화성인이 지구를 방문한다. 자유진영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미국 대통령은 평화를 원한다는 화성인들의 말에 이들에게 환영의 뜻을 밝히지만 네바다 사막의 환영장에서 화성인들의 무차별 살육이 시작된다. 이 모든 비극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판단한 백악관 진영은 다시금 화성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이들은 이윽고 미 의사당을 장악, 정치인들을 숙청하고 지구정복에 대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제 지구는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멸망될 것인가?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다룬 롤랜드 에머리히의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던 1996년, 헐리우드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괴인 팀 버튼은 그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또 하나의 외계인 영화 [화..

영화/ㅎ 2010.10.13

[블루레이] 오션스 13 - 화려한 스타쇼와 하이스트 무비의 결합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오션의 멤버 중 한명인 루벤(엘리엇 굴드 분)은 카지노계의 비열한 CEO 윌리(알 파치노 분)에게 사기를 당해 파산한 충격으로 드러눕는다. 이 소식을 접한 오션과 그의 일당들은 루벤을 대신해 윌리의 사업을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1차적 목표는 윌리의 카지노 개장일날 5억 달러가 넘은 잭팟을 터트려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2차적으로 윌리의 5성급 호텔에 대한 명성을 떨어뜨리는 것, 마지막으로 금고안 깊숙히 숨겨진 다이아몬드를 강탈해 윌리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이다. 쉽지 않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오션은 지난 날 숙적이었던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1960년 루이스 마일스톤의 범죄영화를 리메이크..

영화/ㅇ 2010.10.11

영화에서 만나는 동서양의 명탐정들

추리극의 묘미는 모름지기 명탐정의 등장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한 명탐정은 있기 마련인데, 이번 주말에는 각 나라의 대표적인 명탐정이 등장하는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 서극 오랜만에 국내에 개봉되는 서극 감독의 작품. 중국 역사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의 즉위를 앞두고 인체발화를 이용한 의문의 연속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적인걸의 활약을 그린 미스테리 무협 판타지물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적인걸은 실존 인물로 당나라 시대의 재상을 지난 정치인이지만 재상의 직위에 오르기 전 사법기관에서 관리인으로 재직하며 뛰어난 판결능력을 통해 명성을 쌓은 인물. 특히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그의 추리력은 17000건이 넘는 판결에서 단 한번의 오심을 남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것..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