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화성인이 지구를 방문한다. 자유진영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미국 대통령은 평화를 원한다는 화성인들의 말에 이들에게 환영의 뜻을 밝히지만 네바다 사막의 환영장에서 화성인들의 무차별 살육이 시작된다. 이 모든 비극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판단한 백악관 진영은 다시금 화성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이들은 이윽고 미 의사당을 장악, 정치인들을 숙청하고 지구정복에 대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제 지구는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멸망될 것인가?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다룬 롤랜드 에머리히의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던 1996년, 헐리우드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괴인 팀 버튼은 그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또 하나의 외계인 영화 [화성침공]을 들고 나왔다. 35년 이상 인기를 모은 톱스 풍선껌 그림 카드 시리즈에 바탕을 둔 이 작품은 명배우 잭 니콜슨을 비롯, 글렌 클로스, 피어스 브로스넌, 아네트 베닝, 로드 스타이거, 나탈리 포트만 등 크래딧만 봐도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오는 초호화 캐스팅이 압권이었는데, 막상 영화는 1960년대 B급영화의 키치적 매력에 대한 팀 버튼의 광적인 애정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7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도대체 어디에 쏟아부은 것인지, 과도한 포장으로 우쭐대는 [인디펜던스 데이]에 비하자면 [화성침공]의 볼거리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외계인들의 지구인 소탕 행각과 기이한 실험방식은 그 내용면에서 모골이 송연해지기는 하나 풋!하는 웃음이 터져나올만큼 유머러스하다. 여느 영화들에서 누구보다도 멋진 주인공 행세를 했던 스타들은 이 작품에서 어이없을만큼 커리커쳐화 되어 농락당한다. 사라 제시카 파커의 머리가 치와와의 몸뚱이에 달라붙는 장면은 심술궂다 못해 지독한 개그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처럼 팀 버튼의 괴상하면서도 희한한 영화 [화성침공]은 미국내에서도 평단의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 평론가들의 다수는 영화가 지닌 과거지향적 B급 풍자극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해하면서도 팀 버튼의 예술적 야심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개봉 주말 [제리 맥과이어]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한 [화성침공]은 다음주에 7위로 밀렸으며, 개봉 한달이 지난 시점에선 16위로 곤두박칠쳤다. (북미기준 최종 수익 3700만 달러) [배트맨]으로 헐리우드의 정상을 경험한 팀 버튼은 이 작품으로 생애 처음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화성침공]의 위치는 애매모호하다. 영화사상 가장 값비싼 예술작품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순전히 폼으로 일관한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는 의견도 있다. 당대에 환영받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이 재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화성침공]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라기 보단 비판에 가깝다. 설마하니 [배트맨]의 초현실적 스타일리스트 팀 버튼이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닐테고, 분명 [화성침공]은 명백하게 그가 의도한 그 무엇인가가 내제된 작품이지만 여전히 관객들에겐 그 뭔가를 찾아내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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