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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01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10편의 작품

꿈과 현실. 가상과 실제의 공간을 마음껏 아우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사실 [인셉션]의 소재 자체로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데, 그만큼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이미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별화하기 힘든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놀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시간에는 현실과 가상현실, 혹은 꿈의 세계를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 중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경찰 훈련용 프로그램에 저장된 폭력인자의 결정체이자 가상의 인격체인 씨드 6.7이 현실세계로 나오게 되면서 이를 진압하고자 전직 형사이자 현재는 죄수의 신분인 주인공이 씨드 6.7을 추적하게 되는 이야기.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사이버 인격체와 대결을..

인셉션 - 장자, 프로이트,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우선 이거 한가지만 말하고 시작하자. 유난히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2010 여름시즌의 무료함을 한방에 날려준 [인셉션]은 현 시점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얘기 말이다. [다크 나이트]로 범접할 수 없는 블록버스터의 예술적 경지를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셉션]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잘만든 작품이다. [인셉션]의 간략한 시놉시스를 접한 분이나 필자가 쓴 비하인드 스토리 컬럼을 보신 분들이라면 본 작품이 인간의 꿈을 다룬,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일종의 사이버펑크 장르에 기초해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이 말은 [인셉션]이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 [다크 시티]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봐왔던 익숙한 컨셉의 영화라는 뜻이다. 이렇듯 [인셉션]이 ..

영화/ㅇ 2010.07.22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인셉션] 비하인드 스토리

지금으로부터 10년전, 21세기에 막 들어선 시점에 영화감독으로 헐리우드 입성의 꿈을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은 약 80페이지에 달하는 스토리를 구상했다. 그가 16살때부터 생각해 온 '꿈을 훔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각본은 이듬해인 2001년 워너 브라더스 측에 처음으로 제출됐다. 그러나 저예산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입봉한 놀란은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에 앞서 보다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드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05년작 [배트맨 비긴즈]는 놀란의 능력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시 기존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굴레를 벗고 저예산 기조의 영화로 밀고 나가겠다던 그의 예상과는 달리 1억 5천만 달러의 블록버스터가 된 이 작품은 놀란의 필모그래피..

이끼 - 강우석 감독의 가장 그럴듯한 상업영화

먼저 이 점부터 분명히 밝혀야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는게 사실이다. 그를 충무로의 흥행메이커로 만들어준 [투캅스]가 프랑스의 빅 히트작 [마이 뉴 파트너]를 노골적으로 베낀 작품이었음에도 '단지 참고만 했을뿐 표절은 아니'라는 강우석 감독의 뻔뻔함에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후로 그가 추구하는 상업영화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무언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연재초반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이끼'의 영화화를 강우석 감독이 맡겠다고 했을 때 몰려든 절망감의 이유 말이다. 아직 영화가 발표도 안된 상황에서 작품에 대해 미리 선입견을 갖는 것만큼 나쁜건 없다만 그래도 개봉을 기다리는 내내 원작의..

영화/ㅇ 2010.07.15

강우석 감독의 [이끼] GV 시사회 현장 스케치

2010년 7월 13일. 강우석 감독의 [이끼] 시사회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렸다. [인셉션], [솔트]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을 펼칠 한국영화로서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이끼]의 완성도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도 많겠지만 이는 추후 올라갈 정식 리뷰에서 다루기로 하자. 오늘은 이날 시사회장에서 있었던 GV(관객과의 대화) 현장 스케치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언제봐도 사람이 붐비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모습. [이끼]의 개봉에 맞춰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한동안 메가박스 코엑스 점을 와보지 않았는데, 그동안 서태지관이 BE MINI M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끼]의 러닝타임은 약 2시간 40분. 3시 10분에 시작해 어느덧 6시가 가까운 시점에 영화가 끝나자 GV 타임이 시작되었다. ..

맨발의 꿈 - 스포츠가 지닌 가치에 눈뜨다

세계 전역을 들끓게 한 월드컵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정사상 첫 16강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고 비록 8강의 문턱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축구를 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 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이기고 남을 떨어뜨려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게 스포츠 경기라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포츠의 참맛은 남을 이기는 데 있는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에 있다고 말이지요. 전 세계가 주목하고 하나되어 자웅을 겨루는 순간만큼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 순간을 즐기는 모두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군요. 이제 소개할 [맨발의 꿈]은 스포츠가 지닌 진정한 힘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축구..

영화/ㅁ 2010.07.01

고전열전(古典列傳) : 베드포드 사건 - 선구안적 시각 돋보이는 전쟁 스릴러

고전열전(古典列傳) No.18 서로 다른 신념. 함장과 부함장의 대립. 권력의 충돌. 남자들이 아니면 좀처럼 느끼기 힘든 선상반란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설적인 걸작 [전함 포템킨]부터 시작해 여러차례 리메이크 된바 있는 [바운티호의 반란], 잠수함 영화의 수작인 [크림슨 타이드]. 그리고 한국영화 [유령]에 이르기까지 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서 펼쳐지는 군상극의 묘미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이죠. 이번에 소개할 작품 [베드포드 사건]은 엄밀히 말해 선상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선상반란의 테마를 언급한 이유는 본 작품이 본질적으로는 [크림슨 타이드]의 직간접적인 모티브가 되었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괴작열전(怪作列傳) : 돌아온 용쟁호투 - 이소룡의 태권도 스승이 출연한 속편?

괴작열전(怪作列傳) No.99 1976년 6월 28일 오전11시30분 JAL기편으로 세계 해비급 챔피언인 무하마드 알리가 한국을 방문해 큰 이슈를 낳습니다. 이러한 빅 이벤트를 성사시킨 장본인은 재미교포 이준구(미국명 준 리 Jhoon Rhee) 사범으로 알려졌는데, 각 언론은 알리의 내한 이전부터 이준구 사범에 대한 프로필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합니다. 1957년에 도미, 워싱턴시와 인근지역에서 무려 34개의 태권도장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알리가 방한요청을 승낙한 것은 순전히 우정에 대한 보답'이라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는데요, 이 일을 통해 '태권도 민간외교대사'로서의 위상을 단시간에 확보하게 됩니다. 1976년 6월. 무하마드 알리의 방한 당시 모습. 원안에 있는 인물이 이준구 사범..

청설 - 사랑, 말하지 못해도 느낄 수 있는 것

사랑과 꿈은 기적이다. 듣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번역 없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언니는 청각장애인이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수영선수입니다. 날마다 수영장에 찾아가 언니를 독려하는 그녀는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어느날 수영장에 한 청년이 도시락을 배달하러 옵니다. 그는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자매의 모습을 본 순간 한눈에 동생에게 반해버립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마침 이 청년은 수화를 할 줄 아는 청년이었고, 결국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됩니다. 청각장애인과 평범한 청년의 사랑을 담은 [청설]은 정말 사랑스러운 청춘영화입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중화권 영화도 제법 쓸..

영화/ㅊ 2010.06.18

속편열전(續篇列傳) : 엽문 2 - 전편의 장점에 안주한 범작

속편열전(續篇列傳) No.12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무술의 의미는 단순한 국기(國技)를 넘어 민족적 자존심과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특히나 실존 무술인들을 조명한 일련의 무술영화들은 개화기 서구열강의 침입에 짓밟힌 자존심 저변에 깔린 저항의식을 나타내기도 하는데요, 일례로 정무문 창시자 곽원갑의 이야기를 다룬 [무인 곽원갑]이나 그의 제자 진진의 일화를 극화한 [정무문], 무영각(無影腳)의 달인 황비홍을 소재로 한 [황비홍] 등은 모두 외세에 굴하지 않는 무술인들의 긍지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비록 관객들은 호쾌한 액션에 즐거워하겠지만 이러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중화사상과 민족주의가 아주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이소룡-성룡-이연걸로 이어지는 액션 스타들에 이어 뒤늦게 자리메김해가고 있는 견자단의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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