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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97

레블 리지 - 상투성을 벗어난 절제의 미학

한 퇴역 군인이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도중 마을의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 남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특기를 발휘해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위의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는 딱 테드 코체프 감독의 1982년작 [람보]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에야 변질된 속편들로 인해 마초 액션물의 대명사가 된 [람보]지만 폭력적인 영화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람보] 1편에서 람보가 직접 죽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발생하는 한 명의 사상자는 람보가 위협용으로 던진 돌멩이가 헬기의 유리창에 맞아 발생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사다. 넷플릭스의 신작 [레블 리지] 역시 [람보] 1편과 매우 닮아 있는 작품이..

영화/ㄹ 2024.09.10

맵고 뜨겁게 -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보기 위해서라면

잘 만든 영화는 많다. "잘 만들었다" 라는 것의 기준이 볼거리나 눈요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잘 짜여진 플롯과 이야기에 맞춰진 것이든, 아니면 빌드업이 탄탄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것이든 고만고만한 영화들의 홍수 속에서도 재미를 주는 영화는 여전히 많다.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간간히 보게 되어도 가슴이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본 게 언제 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근데 최근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런 영화를 만났다. 넷플릭스, 그리고 대만영화를. 제목은 다소 촌스런 [맵고 뜨겁게]다.이 영화는 안도 사쿠라 주연의 일본영화 [백엔의 사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현..

영화/ㅁ 2024.09.05

에이리언 로물루스 :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

귀찮지만 적어보는 [에이리언 로물루스] 리뷰. 간만에 극장을 찾게 만든 건 실로 오랜만에 제작된 (전작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로부터 무려 7년만) [에이리언] 프렌차이즈라는 것과 해외 언론들의 호들갑스런 반응 때문이다. 솔직히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완성도는 명장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처참했기에 이번엔 기대를 다 내려놓고 가기로 했다.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작품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당신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모든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헌사요, 오마주 덩어리다. 기본적으로는 1,2편을 베이스로 깔아 놨으나 3편과 4편, 심지어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오마주도 깨알같이 넣어 놨다.장르물로서의 완성도나 [에이리언] 프렌차이즈로..

영화/ㅇ 2024.08.30

더빙의 맛

블로그에서 사실상 손을 뗀 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방문자들에게는 정말 죄송스런 시간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삶과의 투쟁이라는 현실이 있었기에… 그래도 블로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여 무언가 아이템을 구상하던 차에 작은 코너 하나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더빙의 맛”. 한 6,7년 전만 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더빙영화가 거의 사라지고, 외화 더빙의 황금기를 누렸던 세대의 성우분들이 타계하시고, 은퇴를 하는 마당이라 서서히 의미가 깊어지는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어찌보면 저는 극장보다는 TV를 통해, 배우들의 목소리 보다는 성우들의 연기를 통해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제임스 얼 존스의 “I’m Your Father”가 아닌, 김기현 성우의 “..

더빙의 맛 2022.12.15

더 배트맨 - 탐정 느와르 서사로 돌아온 배트맨

[더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 만에 개봉되는 배트맨 솔로무비다. 원래는 벤 애플렉이 직접 감독과 각본을 겸하며 잭 스나이더의 세계관과 연계되는 작품을 내 놓을 계획이었지만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혀 좌초되면서 맷 리브스에게로 공이 넘어오고 그 결과 DC Films와는 독립된 세계관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맷 리브스는 [더 배트맨]의 시대적 설정을 배트맨이 활동하는 2년차로 잡았다. 자경단으로 활동하지만 배트맨의 심리상태는 불안정하며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난폭한 사냥꾼이다. 그의 원래 모습인 브루스 웨인일 때 조차도 그는 거의 말도 하지 않은 은둔자의 삶을 산다. 기존 [배트맨] 영화들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더 다크하며 음울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주목할만한 점은..

[블루레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2 - 소리의 공포가 주는 특별한 경험, 그 두번째 이야기

소리의 공포가 주는 특별한 경험, 그 두번째 이야기 2018년 깜짝 히트를 기록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상황을 몰입도 있게 연출해 관객들에게 심장이 쫄깃 해지는 극한의 서스펜스를 체험하게 한 작품이다. 표면상의 장르는 크리처물이지만 실제 체감은 그 어느 호러물보다도 무서웠던 영화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가족 영화나 재난물로도 보이는 특이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로 주연과 각본, 감독을 겸한 존 크래신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그간 연출했던 작품들의 부진을 씻고 단번에 주목받는 감독이 되었다. 워낙 가성비가 좋았던데다 (주: 1,7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월드와이드 3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평단의 반응도 대단히 호의적이었던 덕분에 속편의 제작은 기정 사실이 되었다. 너무나..

영화/ㅋ 2021.10.29

[블루레이] 고질라 vs. 콩 - 몬스터버스의 화려한 피날레

몬스터버스의 화려한 피날레 1962년,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든 [킹콩 대 고지라]는 개봉 당시 미국과 일본의 거대 괴수가 격돌하는 국적 초월의 크로스오버로 화제를 모아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작품이 특히 의미가 있었던 건 고지라 시리즈 최초의 컬러 영화라든가 와이드스크린을 적용했다는 것과 같은 외적인 요소 외에도 일본의 토호사와 [킹콩]의 저작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RKO사의 전격적인 합의하에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 이후로 고지라 시리즈는 일명 vs. 네이밍을 채택하게 된 쇼와 시리즈의 기반을 마련해 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프렌차이즈로 발돋음 했으며, 1930년대에 제작된 [킹콩]과 속편인 [콩의 아들] 이후 ..

영화/ㄱ 2021.08.09

[블루레이] 원더우먼 1984 - 고전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무비

고전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무비 외계행성 클립톤 출신의 칼-엘은 고향별의 멸망 직전 지구로 보내져 지구인 클락 켄트로 성장함과 동시에 슈퍼맨이라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이중 아이덴티티를 갖게 된다. 그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인류를 수호하는 슈퍼맨의 역할을 떠맡게 되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 로이스 레인과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슈퍼파워를 포기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소중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딜레마는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2]를 관통하는 테마이자 주제의식이었다. 관객들은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슈퍼맨이 식당에서 건달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는 장면을 보며 마음 아파했고, 그렇게 슈퍼히어로가 짊어지고 있는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본래의 정체성을 다시 되찾아가..

영화/ㅇ 2021.05.03

[블루레이] 테넷 - 거장의 실험은 계속된다

거장의 실험은 계속된다 2020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코로나’ 였다면, 영화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는 단연 ‘인버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 세계를 강타한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맞이하면서 마블의 [블랙 위도우]를 비롯, DC의 [원더우먼 1984]나 이언 프로덕션의 [007 노 타임 투 다이] 같은 기대작들의 개봉이 연기되는 가운데,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흥행보증수표가 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테넷]은 세 차례의 연기 끝에 늦여름 시즌 개봉을 감행했다. 올 한 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음에도 예고편만으론 영화의 장르나 성격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어려웠던 [테넷]은 평소 제임스 본드 무비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란의 첫 번째 첩보물이다. 간지나는 수트를 입은 스파이와 전 ..

영화/ㅌ 2021.01.11

테넷 - 작가주의적인 블록버스터

[테넷]은 소박한 실험작 [덩케르크] 이후 3년만에 내놓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블록버스터입니다. [메멘토] 부터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개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 본 놀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시간을 뒤트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바로 엔트로피 법칙을 역행하는 ‘인버전’이란 개념이지요. 미래에서 엔트로피 법칙을 뒤집는 기술을 개발한 일련의 무리들이 현실의 무언가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이는 곧 세상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깨달은 소수의 사람들이 ‘테넷’이란 조직을 만들어 이에 대항하는 내용입니다. 뭔가 스토리를 보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 스럽기도 하네요. [인터스텔라]에 이어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을 받아가며 완성한 [테넷]에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물리..

영화/ㅌ 20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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