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사실상 손을 뗀 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방문자들에게는 정말 죄송스런 시간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삶과의 투쟁이라는 현실이 있었기에… 그래도 블로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여 무언가 아이템을 구상하던 차에 작은 코너 하나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더빙의 맛”.
한 6,7년 전만 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더빙영화가 거의 사라지고, 외화 더빙의 황금기를 누렸던 세대의 성우분들이 타계하시고, 은퇴를 하는 마당이라 서서히 의미가 깊어지는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어찌보면 저는 극장보다는 TV를 통해, 배우들의 목소리 보다는 성우들의 연기를 통해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제임스 얼 존스의 “I’m Your Father”가 아닌, 김기현 성우의 “바로 내가 니 아버지다!”를 듣고 자란 세대죠. 때론 삭제되기도 하고, 때론 의역이 난무하기도 했지만 더빙영화의 참 맛은 원어로 듣는 것과 또 다른 문화적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더빙 선호도가 떨어지는 국가라고 하죠. 그러나 옆 나라 일본만 해도 더빙이 매우 중요한 콘텐츠로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븐] 블루레이 발매시에 수록된 사운드 스펙을 보면 DVD판, 1998년 후지테레비판, 1999년 테레비토쿄판, 2001년 테레비아사히판 등 총 4개의 일본어 더빙 트랙을 수록할 정도로 대단한 로컬라이징을 선보인 바 있는데 그만큼 자국어 더빙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DVD의 경우 우리말 더빙을 의무적으로 수록하기도 했으며, [X파일]처럼 더빙 마니아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작품에 한해서는 우리말 더빙 트랙이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선호도의 하락과 제작비 상승 등 점차 더빙 콘텐츠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상파 방송에서도 주말 외화 코너를 폐지하면서 더빙 영화가 급속하게 쇠락하게 되었죠.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가정용 OTT가 활성화 되면서 더빙 콘텐츠는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자체적으로 한국어 더빙을 넣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고, 디즈니의 경우는 [스타워즈]나 MCU작품들 처럼 유명한 작품은 물론이고 시리즈물에도 한국어 더빙을 넣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KT에선 아예 성우협회와 협약을 거쳐서 시니어·시각장애인 위한 올레 tv 더빙 서비스를 시작해서 마니아들의 박수를 받았지요. 좋은 현상입니다.
저는 이 코너를 통해 한 편으로는 추억을 반추하는 시간으로, 또 한 편으로는 아카이빙의 목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예전같은 폭발적인 포스팅은 어렵겠지만 힘이 닿는 한 진행해 보도록 하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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