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인셉션] 비하인드 스토리

페니웨이™ 2010. 7. 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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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전, 21세기에 막 들어선 시점에 영화감독으로 헐리우드 입성의 꿈을 이룬 크리스토퍼 놀란은 약 80페이지에 달하는 스토리를 구상했다. 그가 16살때부터 생각해 온 '꿈을 훔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각본은 이듬해인 2001년 워너 브라더스 측에 처음으로 제출됐다. 그러나 저예산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입봉한 놀란은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에 앞서 보다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드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05년작 [배트맨 비긴즈]는 놀란의 능력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시 기존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굴레를 벗고 저예산 기조의 영화로 밀고 나가겠다던 그의 예상과는 달리 1억 5천만 달러의 블록버스터가 된 이 작품은 놀란의 필모그래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관객들은 상업영화가 분명한 [배트맨 비긴즈]에서 어딘지 모르게 작가주의적인 색체를 엿볼 수 있었고, 이 기대감은 3년만에 구체화되었다.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다크 나이트].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만큼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극찬받은 이 작품은 '[대부 2] 이래 가장 위대한 속편'이란 찬사를 받으며 블록버스터 영화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불과 6편의 영화만에 헐리우드의 정상급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이제 놀란은 10년전의 아이디어를 영화화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다크 나이트]의 제작이 끝나자 그는 곧장 6개월에 거쳐 각본을 다듬기 시작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흥미롭게도 [인셉션]은 그간 놀란이 감독한 작품들 중에서 '최초로'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을 영화화 하는 것이다. [미행]이나 [메멘토]는 동생인 조나단의 각본이며, [인썸니아]는 리메이크,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는 각각 밥 케인의 원작 코믹스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프레스티지]는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래대로라면 놀란은 [인셉션]을 호러영화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셉션]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이 SF적 상상력이 결합된 '하이스트 무비 Heist Movie'에 더 걸맞다고 판단했다. 놀란 스스로가 인정하듯 이 작품은 우리 생활주변에 실제하지 않을 것만 같은 가상세계의 현실들, 이를테면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나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 시티], 그리고 조세프 루스낵의 [13층] 같은 작품들과 동일한 장르적 베이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인셉션]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큰 규모의 영화가 되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인셉션]이 인간의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꿈'을 소재로 한 작품이고, 따라서 여기에 걸맞는 대형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각본은 2009년 2월. 워너측에서 즉각 판권을 구입했다.

놀란이 [인셉션]의 캐스팅 과정에서 1순위로 떠올린 인물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사실 레오를 캐스팅하기 위해 놀란은 몇 년전부터 물밑작업을 해왔는데, 놀랍게도 레오는 번번이 그 제안을 '거절'했다. 마침내 레오가 마음을 돌리게 된 이유는 [인셉션]이 가진 컨셉, '타인의 꿈을 강탈한다'는 점에 이끌려서였다. 실제로 레오와 놀란은 각본에 대해 수개월간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조율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포인트 맨' 아더 역에는 원래 [스파이더맨]의 제임스 프랑코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프랑코의 스케줄 문제로 결국 섭외에 실패해 이 역할은 최근 헐리우드의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인 조셉 고든-레빗에게 돌아갔다. 사실상 겉보기에 다소 유약해 보이는 레빗의 역할은 유난히 육체적인 액션이 많은 캐릭터였는데, 레빗 본인은 정작 스턴트를 쓰는것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는 직접 액션에 필요한 훈련을 기초부터 소화해 냈으며 진정한 연기자로서의 근성을 보여주며 놀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키텍트' 아리아드네 역에는 에반 레이첼 우드를 상대로 섭외가 진행되었으나 아쉽게도 그녀는 이 배역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지금 생각해도 이해불가하다) 그녀의 뒤를 이어 에밀리 블론트,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로버츠 등의 여배우들이 캐스팅보드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놀란은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엘렌 페이지를 선택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외에도 인도의 인기배우 아이쉬와라 라이가 말로니 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마리온 코틸라르에게 돌아갔으며, 켄 와타나베, 마이클 케인, 킬리언 머피 등 '놀란 사단'의 주역들이 대거 출연하게 되었다. 왕년의 스타 톰 베린저는 [트레이닝 데이] 이후 거의 9년만에 메이저 영화로 복귀했는데, 이는 [배트맨 비긴즈]의 룻거 하우어나 [다크 나이트]의 에릭 로버츠 등 한물 간 배우들을 섭외하는 놀란의 취향을 연상케 한다.

[인셉션]의 촬영은 2009년 6월 도쿄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런던, 파리, 탠지어(탕헤르), LA 등 6개국을 돌아다니며 현지 촬영된 [인셉션]의 순 제작비는 1억 6천만 달러. 놀란은 [다크 나이트]의 일부 장면에서 사용되었던 아이맥스 카메라가 아닌 아니몰픽 35mm를 주로 사용했으며 몇몇 중요한 시퀀스에서 65mm, 비스타비전 포맷을 적절히 혼합하여 촬영했는데 그 이유는 [인셉션]이 가진 화면의 '사이즈'가 아니라 현실감에 보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인셉션]을 꼭 아이맥스 극장에서 봐야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그는 최근 극장가의 트랜드인 3D에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뿐만 아니라 놀란은 CG로 쉽게 가기 보다는 최대한 실사촬영을 함으로 특수효과가 영화 전체를 덮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장면들을 위해서는 CG를 사용했지만 영화상에 표현되는 장소나 공간을 실제 세트로 만들어내어 카메라로 촬영한 뒤 나중에 후반작으로 CG를 살짝 입히는 방법을 원칙으로 삼아 현실감을 높혔다. 무중력 액션씬의 연출은 360도 회전하는 실제 세트로 촬영된 실사의 결과물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적어도 그 점에 있어 예외임을 증명했다. 전작 [다크 나이트]로 인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인셉션]은 북미 개봉 첫주말 수익 6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력을 보여주었다. 뿐만아니라 IMDB의 역대 베스트 영화 순위에서는 부동의 [쇼생크 탈출]과 [대부]에 이어 3위에 랭크되는 등 평론에 있어서도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락성과 작품성 모두에 있어서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갖춘 연출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배트맨' 3부작의 마지막 편이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지는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페니웨이™


* 관련리뷰 :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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