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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가상과 실제의 공간을 마음껏 아우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사실 [인셉션]의 소재 자체로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데, 그만큼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이미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별화하기 힘든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놀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시간에는 현실과 가상현실, 혹은 꿈의 세계를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 중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경찰 훈련용 프로그램에 저장된 폭력인자의 결정체이자 가상의 인격체인 씨드 6.7이 현실세계로 나오게 되면서 이를 진압하고자 전직 형사이자 현재는 죄수의 신분인 주인공이 씨드 6.7을 추적하게 되는 이야기.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사이버 인격체와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 꽤나 신선하지만 지금 수준으로 보면 CG의 조악함이 눈에 띄며 내용상의 깊이도 보이지 않는다. 전성기때의 덴젤 워싱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러셀 크로우가 악당인 씨드 6.7 역을 맡았다. [론머맨]의 연출을 맡았던 브렛 레너드 감독의 작품.



필립 K. 딕의 단편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를 기초로 화성과 지구를 오가며 펼쳐지는 SF 액션 스릴러.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고, 과도한 유혈장면을 즐겨 사용하는 폴 버호벤이 메가폰을 잡은 덕택에 영화가 지닌 내용보다는 폭력성과 액션, 특수효과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나 영화적 구성 자체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무엇보다 기억의 이식이 상용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기억 이식의 부작용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인지 아니면 조작된 기억이었는지 여러 갈래의 추측을 낳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꽤나 시대를 앞서간 면모를 보인다.



[다크 나이트]의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가 각본에 참여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컬트적 SF. 그로테스크하고 세기말적인 세트가 영화의 분위기를 대변하듯 범죄 느와르풍의 스타일로 진행된다. 하루아침에 기억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이 살인용의자로 수배되고 있으며 그가 살고 있는 도시는 무엇인가 수상한 집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통제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 도시가 변신하는 장면의 비주얼은 지금 봐도 대단한 장관이다.



가상현실에 대한 새지평을 열었던 수작.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아 이를 그대로 영상에 옮긴 작품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실은 가상이며, 현실은 A.I.에 의해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고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매우 흥미롭다. 진실을 알고 있는 소수의 반란군과 컴퓨터와의 전면전이 전개되면서 총 3부작으로 완결되지만 사실상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는 건 1편이다. 홍콩느와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쌍권총에 바바리 패션, 그리고 일본도와 쿵푸의 사용 등 다분히 오리엔탈리즘에 기초한 몇몇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리차드 프래더의 원작 소설 'The Meandering Corpse'를 영화화한 경쾌한 느낌의 판타지 액션물. 영화속의 세계와 현실을 오가며 벌어지는 설정상의 시도 자체는 매우 높이 살 만하다. 다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자의식 과잉이 지나쳐서 그의 스타성에 너무 기댄 것이 흥행에 악재로 작용했다. 영화속에서는 잭 슬레이터라는 형사이지만 현실에서는 배우인 아놀드 슈왈제네거일 뿐이라는 구성이 흥미로우며 이 두 사람이 현실에서 대면하는 장면은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까메오의 대거 출연과 각종 영화들을 비트는 유쾌한 유머 또한 그리 나쁘지 않다.



윌리엄 깁슨의 단편 'Johnny Mnemonic'을 각색한 SF 스릴러. 뇌속에 담긴 실리콘 메모리가 확장장치로 사용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기억정보를 배달하는 '정보밀사'라는 직업이 등장한다. 자신의 메모리에 기억을 담아 정보를 배달하는 주인공이 야쿠자와 거대 기업이 관련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자신의 기억은 물론,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다루었다. [스피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키아누 리브스와 액션스타 돌프 룬드그렌, 일본의 영화배우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배우들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채 평범한 B급 액션물처럼 만들어진 실패작이다. 다만 영화 내에 등장하는 설정들,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대신해 주는 컴퓨터라든지 추억을 사고 파는 시대적 상황 등 원작에서 가져온 몇몇 설정만큼은 흥미진진하다.



대니얼 갤로이의 원작 ‘Simulacron 3’을 영화화한 작품. 가상현실에 대한 SF적인 상상력에 시간여행이라는 소재, 그리고 가상현실 속 가상현실이라는 설정을 첨가했다. 과학자를 살해한 혐의로 쫓기게 된 주인공이 1930년대와 1999년을 오가며 가상과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과정을 스릴러적인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이미 [다크 시티]나 [매트릭스]로 인해 한차례 가상현실 붐이 일었던 직후에 개봉된 터라 아류작처럼 평가절하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를 탄탄한 각본으로 풀어나갔다. [인셉션]처럼 여러 추측이 가능하게 결말을 열어놓은 것도 흥미롭다.



[퍼펙트 블루], [망상 대리인]으로 이미 인간의 자의식과 현실의 경계를 풍부하게 표현바 있는 곤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 꿈을 지배하고 그것을 해석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대단히 놀라운 상상력과 표현력을 자랑하는 수작이다. 한 정신과 치료사의 또다른 자아이자 탐정인 파프리카가 다른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서 환자의 정신적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다소 난해한 감도 없지 않지만 구성면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다.



사이버 펑크 장르의 현실적인 모티브가 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걸작.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만화를 애니메이션화했으나 원작의 많은 부분을 버리고 그 자리에 마모루 감독의 해석을 집어 넣었다. 비록 흥행에서는 실패했으나 이후 [매트릭스]를 비롯한 수많은 SF영화의 장르에 자양분을 제공했다. 전뇌가 보편화 된 근미래, 기억의 데이터베이스화와 그로 인해 정보의 공유가 가능해진 시점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들과 기억 조작 등 신종 범죄에 관한 의미있는 성찰을 다룬 작품으로 속편인 [이노센스]와 TV판 [공각기동대 SAC]도 만들어졌다.



데니스 르헤인의 베스트셀러를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인간의 트라우마로 형성되는 현실과 무의식이 만들어낸 가상세계의 혼돈을 심도있게 그려낸 수작 스릴러물이다. 앞서 언급한 SF적 가상세계의 의미와는 다소 많은 차이가 있으나 정신학적 측면에서 보다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인셉션]에서와 비슷한 트라우마를 지닌 캐릭터로 등장한다.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미장센이 압권인 작품.


이 외에도 [비디오 드롬], [아바론], [엑시스텐즈], [더 셀], [수면의 과학] 등의 영화가 있으니 참고할 것. -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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